이제 중3이 되는 저희 아이는
어떻게 보면 보수적이고 어떻게 보면 정도를 걷는 성격인데요
무슨 일이 하고 싶냐 하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이 걱정이냐 하면 지구와 동물들이 상처받는게 걱정이다
그런 아이에요
평소에도 환경문제같은 것에 관심이 많던 아이가
생태환경에 관한 책을 한 권을 읽더니 느낀 바가 많은지
앞으로 패딩은 사지 않겠다, 샴푸바를 쓰겠다,
물건을 살 땐 포장이 가장 적게 된 것을 고르고
식당을 갈 땐 친환경인증이 된 곳을 고릅니다.
몇가지를 글로만 적으니
아주 훌륭하고 크게 될 아이인 것 같지만
매일같이 부딪히며 지내는 엄마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그렇게 응원하게 되거나 편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패딩을 안 입고 옷을 여러겹 껴입겠다는 말에는
아이가 추울까봐 후줄근해 보일까봐 걱정이 되고
샴푸바만 쓰겠다는 말에는 그 곱슬머리가 린스없이 어쩔거니 싶고요
아직은 더 맛있는거 좋아하는거 먹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구도자의 삶처럼 맛도 즐거움도 차치하고
포장이 가장 적은 것, 쓰레기를 가장 적게 만드는 것을 고른다니
좀 즐기면서 재밌게 살았으면 싶어 미간을 찌푸리게 되네요
아이의 주관이 그렇다면
응원해주고 따라주고 수긍해주는게
좋은 부모의 모습일텐데
아침 저녁으로 저런 멘트를 심각하게 해대니
마치 제가 아이에게 평가를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행여 밖에 나가 친구들로부터 답답하단 배척을 받을까 싶어
너무 그러지 마라,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냐,
나도 충분히 지구 환경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다
할 수 있는만큼 행동하는거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들 막 사는건 아니다
이런식으로 아이의 의견에 반박하게 되네요
답은 아이의 뜻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일까요?
그게 너무 쉽지 않은데 저는 참 부족한 부모인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