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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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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 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 조회수 : 13,889
작성일 : 2023-12-09 00:12:15

작년 판 베스트글이네요.
최근에 다시 여기저기서 돌고 있나봐요. 공유해봅니다. ㅠㅠ


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 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가 하시는 치킨집에 알바생이 두명 있다.
한명은 평범한 집안, 한명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은 이 좁은 동네의 가게 사장님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아버지가 안계시고 어머니가 작은 가게를 하시고 형편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무리하게 일을 한다는 것


평범한 집안 알바생은 가족끼리 여행 다니고
외식하는게 일상이다.

사장님 ㅇㅇ식당 가보셨어요?
어제 부모님이랑 갔다 왔는데 거기 진짜 맛있어요

아빠가 사주셨는데 어때요? 예쁘죠?

그 평범한 얘기들에 나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얘기들에 나는 웃지 못한다.

사장님 월급 절반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동생 학원비가 밀렸어요

어머니가 일하다가 다치셔서 병원에 가셨대요

떨면서 말하는 친구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뛰어갔다.

거기엔 지쳐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고 언제나 씩씩했던
아니 씩씩하려고 했던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울었다.

병원비는 내가 냈다.

어머님이 내 손을 잡으며 꼭 갚겠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드님이 일을 잘해줘서 저희가 더 고맙다고, 항상 도움 받고 있으니 천천히 갚으셔도 된다고 했다.

그 애는 자기가 갚겠다고 했다.

이번달 월급도 가불 받아간 애가 어떻게 갚을건데~ 장난스럽게 묻자 그 애는 일을 더 하겠다고 했다.

학교도 졸업 안한애가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더 늘리겠다는건지
나는 더이상 웃지 못했다.

중3때 전단지로 첫 알바 시작해서 그 이후로 번 돈은 모두 집에 가져다줬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엄마랑 동생이 힘든게 더 싫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어릴때부터 엄마가 고생하는걸 봤다고, 빨리 어른이 되서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단다.

신메뉴가 나올때면 그 친구의 여동생을 가게로 불러낸다. 맛 평가를 부탁한다는 핑계로 치킨을 먹인다.

평소에 집에 한마리씩 가져가라고 해도 안가져가니까 이런 핑계로 불러낼 수 밖에 없다. 그 애 동생은 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동생은 가게에 올때면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뭘 거들겠다고 나선다. 오빠는 그런 동생에게 절대 일 시키지 않는다.

한번은 둘이 수학여행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

오빠는 돈 걱정말고 수학여행 보내줄테니 가라고 하고, 동생은 재미없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오빠는 그래도 가야한다고 했고, 동생은 "오빠도 수학여행 안갔잖아!" 라고 했다.

그 애는 멋쩍은 얼굴을 했다.

엄마는 수학여행비를 대신 내주고 싶어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동정으로 비춰질까봐 걱정됐다. 애들이 상처받을까봐.

고민끝에 남자친구랑 큰 오빠를 불렀다. 주말 중 하루 날 잡아서 친구들이랑 우리 가게에서 모임 하면 안돼? 서비스 많이 주겠다며 꼬셨다.

남자친구는 고맙게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회사 사람들까지 데려왔다.

그 친구는 쉬는 날이었지만 단체 손님이 있다고 와달라고 했다.
폭풍같은 5시간이 지나고 돌아가는 그 친구에게 20만원을 주며 오늘 고생한 보너스라고, 너 안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10만원은 여동생 수학여행가는데 예쁜 옷 한벌 사주라고 따로 챙겨줬다.
안받겠다고 극구사양하길래 안받으면 해고 시키겠다고 협박 했더니 마지못해 받아갔다.

동생이 나에게 항상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 아이들 나이에 나는 아침마다 밥 한술 먹이려는 엄마에게 잠투정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학원을 몰래 빠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기 위해 알바하겠다고 나서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 애를 보고 있으면 가끔은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또 가끔은 슬퍼진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조금은 철 없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 그 아이들을 동정하는건 아니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의 삶을 동정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슬퍼진다.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게 아니라 태어나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https://pann.nate.com/talk/368374105

IP : 118.235.xxx.101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
    '23.12.9 12:19 AM (220.117.xxx.61)

    눈물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더

  • 2. ....
    '23.12.9 12:19 AM (119.149.xxx.248) - 삭제된댓글

    요새도 저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있나요? ㅠ

  • 3. 그래도
    '23.12.9 12:24 AM (213.89.xxx.75)

    애는 부모 형제라도 있네요.
    고아수출 어쩌고 있나요?
    요즘 애 하나 팔면 3억 이라면서요?

  • 4. 부모잘못
    '23.12.9 12:24 AM (108.41.xxx.17)

    고아도 아닌 아이가 스스로 철 들 시간을 주지 않고 어릴 적부터 어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무능이 제일 큰 문제네요.
    평생 저렇게 부모 대신 부모 노릇 하다가 나중에 동생이 그 은혜도 모르고 '누가 그렇게 해 달라고 한 적 있느냐' 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그 뒷감당은 배우자와 자식이 하게 되는데 ㅠ.ㅠ

  • 5. 저도
    '23.12.9 12:26 AM (220.117.xxx.61)

    저도 그렇고
    내가 남의 눈에 어찌 비친줄 모르고 살았었는데
    조카딸이 그러니 차마 못보겠어요
    현실지옥같아요

  • 6. 저도
    '23.12.9 12:47 AM (175.113.xxx.252)

    저 비슷하게 자라서 뭔지 알것 같네요
    무능한 부모 맞습니다

  • 7. 그집
    '23.12.9 1:01 AM (221.153.xxx.127) - 삭제된댓글

    현재는 안스럽긴 한데 그집은 오래지 않아
    가난에서 벗어날 것은 분명하네요.
    가난한 중에 멘탈은 부모 자식 모두 건강하네요.
    큰 부자는 하느님이 인도하셔야 하겠디만, 저런 장남이 있고
    다른 식구들이 나 몰라라 하지 않으면 으쌰으쌰 되더라구요.
    그 친구에겐 응원을 배려돋는 글쓴이에겐 감사른 보내고 싶네요

  • 8. ....
    '23.12.9 1:03 AM (14.46.xxx.144)

    너무 가슴 아프네요 ㅠㅠ

  • 9. ...
    '23.12.9 1:25 AM (93.22.xxx.104) - 삭제된댓글

    가슴아프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 상식있고 바른 태도라서 읽는게 편하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3자로서 대할 수 있을 때 저런 마음가짐이 가능할 것 같ㄷ아요. 온전히 안쓰러워하고, 온전히 도와주는거요. 내 가족으로 엮인다고 하면 아무래도 저런 환경에서 가질 수 있는 결핍감들이 혹여 나쁜 영향이 없을까 주저되는 게 사실이죠. 내가 가진 게 많을수록 그런 상대를 원하고, 내가 평범하다면 최소 나랑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을 원하고, 내가 저 가난해서 철이 일찍 든 아이라면 또 나같지 않은 평범한 사람을 원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같아요.

    연민과 동정의 감정은 서로간의 거리가 유지될 때 왜곡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도 편안한 미담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하고요.

  • 10. 제목이
    '23.12.9 1:31 AM (211.36.xxx.59)

    좀 그렇긴한데 내용은 마음에 와닿네요.
    환경이 철이 일찍 들게도 하지만 철드는 아이는
    타고난 것같아요.
    저희 집은 형편이 좋았다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형제들 중 저만 일찍 철이 들어 어려워져가는 집안
    형편을 눈치채고 초등학교 때부터 철이 들었는데
    그 반면에 언니랑 동생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에 따라 대응도 달랐었죠.
    어른다운 어른이 많다면 세상이 한결 나을텐데
    어른답지 못하고 몸만 자랐지 애같은 어른도 많고
    무능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나요?
    그런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도 많구요.
    철이 일찍 든 아이들이 그중에 똑똑한 아이들이예요.
    그러다보니 자라서도 부모보다 그 가정을 이끌게되죠.

  • 11. 아이들이
    '23.12.9 2:39 AM (211.206.xxx.180)

    그래도 착하게 자라네요. 그래서 더 마음 아프지만.

  • 12. 저 사연속
    '23.12.9 3:02 AM (61.101.xxx.163)

    아이들이 그나마 철 안나서 메이커 옷찾고 용돈 달라고,왜 다른집애들처럼 나한테 안해주냐고..철없는 소리하면 더 답답할듯요.ㅠㅠ 열심히 사니 응원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는거잖아요..
    철나는건 지능의 문제같아요.ㅠㅠ
    맘 아프지만 응원하게 됩니다.

  • 13. ㄴ드
    '23.12.9 8:47 AM (59.14.xxx.42)

    눈물나네요.. .잘 자라길요 행복하길요

  • 14. ...
    '23.12.9 9:06 AM (58.143.xxx.49)

    다 이해가 가다가 결론이 이상하네요
    여기에 아이낳지 말라는 사족을 붙이는지
    아이 구제는 아이 구제고 출산율 올리는건 다른 문제인건데

  • 15. 저도
    '23.12.9 9:07 PM (211.228.xxx.106)

    자랄 때 집안 형편이 안 좋아서 철이 빨리 들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좋은 대학, 직장 가고 열심히 살았어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열심히 키웠는데 꽤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철이 없어요. 돈 생각 별로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어요.
    전 좋아요. 내 지난 날이 다 치유되는 느낌이예요.
    언젠가는 철들 거 알아서 철없는 날들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모든 아이들이 다 철이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 16. ...
    '23.12.9 9:12 PM (1.232.xxx.61)

    참 어려운 주제네요.
    마음도 찡하고

  • 17. ……
    '23.12.9 9:13 PM (175.117.xxx.230) - 삭제된댓글

    첫 댓글님.. 애를 어디다 팔아요....? 불법 아닌가요?

  • 18. ....
    '23.12.9 9:50 PM (211.108.xxx.114) - 삭제된댓글

    가난한집 아이라고 다 철 빨리 들지 않아요 그것도 선입견입니다.

  • 19. ....
    '23.12.9 9:51 PM (211.108.xxx.114)

    가난한집 아이라고 다 철 빨리 들지 않아요 그것도 선입견입니다.

  • 20. ㅇㅇ
    '23.12.9 11:40 PM (223.62.xxx.160)

    ....
    '23.12.9 9:51 PM (211.108.xxx.114)
    가난한집 아이라고 다 철 빨리 들지 않아요 그것도 선입견입니다
    -------------------------------
    가난한집 아이들이 다 철 빨리 든다고 한사람
    아무도 없는데요?

    가난한집 아이들이 님처럼 공감능력 떨어지고 삐뚫어진
    경우도 많죠

    딴지걸고 넘어져서 본인 존재 확인하는 그런부류?

  • 21. ㅇㅇ
    '23.12.9 11:59 PM (223.62.xxx.158)

    제목이 글내용과 안어울리네요

  • 22. ㅁㅁ
    '23.12.10 12:19 AM (222.235.xxx.9) - 삭제된댓글

    제목이 글내용과 안어울려요 22

    내용은 짠하지만 스토리가 좀 미화된것 같아서

    가난해도 착한 부모라면 다행이지만 나쁜 부모도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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