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비워야겠죠
김 광 진 2022.11.03
이제 당신은 사랑하는 이의
옷장을 비워야 할 때입니다.
이제 당신은 사랑하는 이의
서랍을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창밖에서 한참을 울다 날아간 새처럼
인사 없이 떠나가도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곧 만나자는 슬픈 말도 하지마세요.
어쩌면 이제 그리움은 공포가 될지 모릅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없는 마음
하늘 저 위 별들의 숫자로도 헤아릴 수 없겠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스치기만 해도 아픈 손가락...
엄마,
아빠,
이제 옷장을 비워야겠죠.
그래도
아들이,
딸이,
매일 밤 입던 잠옷 한 벌은 남겨주세요.
잠든 곳이 너무 따분해
당신의 품에서 잠들다 가는 날이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