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지난 번에 제가 올린 글에 달아주신 댓글들 잘 봤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해주셨는데...
네, 저... 아버지의 장례를 잘 치루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19일 새벽에, 엄마의 손을 잡은 채로 떠나셨어요.
일주일 정도 기운이 없으시더니 침대에서 주무시듯이 편안하게 가셨답니다.
가족납골묘에 아버지를 모시고 얼마전에 삼우제까지 지냈습니다.
생전 처음, 아버지 제사상에 놓을 소고기 산적을 굽고 제사를 지냈어요.
산소에서 돌아오고 난 후에는 아버지 제사음식을 나눠 먹었지요.
코로나 시국이지만 장례식장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슬픔을 함께 나누었답니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혼자 남은 엄마가 쓸쓸할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경동시장에 다녀왔어요. 아버지 때문에 5년만에 와보신대요.
설에 쓸 황태포 50마리와 더덕, 밤 등을 푸짐하게 사고
인삼이랑 젓갈, 마늘, 생닭발, 대파도 사왔습니다.
요즘 저희 가족은 매일매일 아빠 생각 중이에요.
엄마 기운내시라고 삼계탕을 끓여서 같이 먹으면서,
"우리 아빠는 마트에서 파는 닭 안드시고,
바로 잡은 비싼 토종닭만 드셨는데. 그치?"
엄마랑 동네 호프에 마주앉아 소맥 한잔 하면서,
"엄마, 아빠는 평생을 맥주 안드시고 진로만 드셨지?
내가 아버지 소주 심부름 많이 했는데. 2홉들이 소주."
엄마랑 마트에 가서 무를 한다발 사가지고 깍두기를 담으면서,
"아빠가 김치의 간을 기가 막히게 잘 보셨는데~ 그치?"
그러다 엄마없이 남편이랑 간 짬뽕집에서,
생전에 간짜장 좋아하셨던 아빠 생각에 울컥해
짬뽕이 나오기도 전에 단무지에 소주 한잔!
아버지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늦었고,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제 착각이었나봐요.
애초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의 준비는
할 수가 없는 거였나 봅니다.
며칠 째 아버지의 침대가 있던 자리에 이불을 펴고 엄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잡니다.
어제는 괜스리 목이 뜨끈해져서 엄마랑 시원한 팥빙수를 나눠 먹었어요.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은 그 마음을 제가 가늠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 엄마한테 너무 슬퍼하지 말자고 했어요.
아버지는 비로소 삶의 굴레를 벗고 자유로워지셨을거라구요.
중풍 발병 이후로 20년동안... 마비되었던 한쪽 손과 팔때문에
사랑하는 손주들도 마음껏 안아보지 못하셨는데...
이제는 하늘에서 당신의 두 손과 팔을 자유롭게 뻗어서
사고로 잃었던 당신의 세살짜리 아들을 만나
서로 힘껏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실 것 같아요.
요즘 키톡에 무거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마음이 쓰여요.
삶과 죽음이 우리 인생의 일부이자 어쩌면 전부이기에
82님들이 모두 이해해주시리라 믿으며 소식 전해요.
앞으로는 엄마랑 지지고 볶으며 더 즐겁게 사는 얘기 전해볼께요.
진심으로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