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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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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마사 스튜어트

| 조회수 : 1,130 | 추천수 : 2
작성일 : 2003-05-25 16:53:18
미국에 계신 분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 1개월이라도 지내면서 살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도저히 마사 스튜어트를 모르고 지나칠수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신문을 펴면 신문에, TV켜면 화면에, 하다못해 신문에 껴오는
슈퍼마켓 K마트의 전단지에도 이 아줌마가 출현하더든요.
제가 있던 작년에는 이 아줌마가 주식 내부자거래 스캔들까지 연루돼
메인 뉴스에 시시각각 등장했고, 결국 어느 언론사가 선정한 가장 역겨운 인물 1위에
랭크가 됐지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요, 마사 스튜어트가 살림도사라는 퍽 가정적인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악질' 사업가라는 세평도 있습니다만 이 여자가 이거든 저거든 뭐든지 잘하니까
시샘하는게 아니냐는 평도 있어요.

저는 보고 너무나 입이 벌어진게, 오늘 오전 신문에서는 정원 가꾸기나 아이들 신학기 준비용품
만들어주기에 대해 한 면을 몽땅 할애한 칼럼이 나왔는데, 오후 TV에서는 닭다리로
뭘 신나게 만드는 요리프로를 진행하거든요. 그리고 손이 얼마나 빠른지 저는 "소금 조금,
설탕 조금, 후추도 약간...."뭐 이러면서 삽시간에 참새다리 같은거(이름 모름)를 구워내거나
복숭아 코블러를 만들어내지요. `마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칼럼이 있을 정도로
가정살림에 관한한 이 여자의 활동범위는 거의 전방위 입니다.

큰 서점에 가면 지난해 9월에 동아일보사에서 나온 `마사 스튜어트'라는 이 여자의
전기가 있습니다. 좋은 면만 기록한 책은 아니예요.
자녀를 여럿둔 가난한 폴란드 이민의 딸로 태어나, 모델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다녔지만
잘 나가는 남자를 만나 모델생활을 접었어요.(미국도 그 당시는 그랬다데요)  
마사 아줌마는 출장요리사로 나섰는데, 당시에도 비슷한 업종은 있었지만 마사처럼
주문자의 집안 그릇이며 주방도구를 이용해서 손님들이 보기에도 그 집 주인이 스스로 푸짐한
요리를 만든양 감쪽같이 `대신' 요리해주는 출장요리사는 없었다는 거예요.
폴로 매장 내에 파이가게를 열었고 80년대초에는 그 유명한 요리화보 베스트셀러인
`엔터테이닝'을 출판해 엄청난 히트를 했고, 여세를 몰아 미국 전국방송 요리프로를 시작하면서
`스타'가 됐다지요. 자신의 잡지책과 비디오테이프를 출판하는 `마사 스튜어트 옴니미디어'가
상장되면서 백만장자가 됐어요.

책에서 특별히 눈길가는 이야기와 사진이 있어요.
마사 스튜어트가 별로 유명하지 않을때 코네티컷에 있는 가스도, 수도도 안들어오는
엄청 낡은 저택을 몇 년에 걸쳐 스스로 개조했는데 이곳이 그 지방의 명소가 됐어요.
그러면서 `마사의 인테리어' 은  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일이 됐다는군요.

아무리 센스가 뛰어나도 하찮게 보이고 평범한 가정살림에 왜 수많은 여성들이 열광할까.
이런 시각도 있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우리보다 몇십년 앞선 미국에서는
사회진출로 인해 잃어버린거-- 그러니까 요리를 하고, 정원을 가꾸고, 옷을 만들고,
집을 개조하고, 꽃꽂이를 하는거--에 대한 동경과 환상이 여성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나요.
그래서 빈민촌 아파트에 살면서도 수 천평의 장미 정원을 가꾸는 마사의 TV프로를 보는 거라네요.

우리나라에서 볼수 없는 면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렇게 유명한데도 이 여자의 옷은 늘 면바지나 청바지에 셔츠.
당장 작업할수 있을 정도로 수수하게 하고 다니죠. 친근감을 주는 전략일까요?

또 하나는--제가 정말 감동받은건-- 이 여자는 근본이 `농부'라는 것입니다.
어느 유명인사가 마사를 보고 가장 놀란건,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그 거칠디 거친 손이었다죠.
금발미인이었지만 손만은 농부의 손이었다는군요.
그걸보고 `마사에게는 폴란드 농부의 영혼이 있다'고 썼지요. 그도 그럴게
자신의 저택 뒷마당에 수 백 마리의 닭을 키우고, 유실수를 심어서 과실을 거두고,
거기서 매일 아침 꺾은 꽃으로 집안을 치장한다네요. 그걸 다 하다니 혼자 있을때의
그녀는 정말 농부인거죠.
우리 식으로 치자면, 대중 앞에서는 번드르르 보여도, 집에서는 혼자 채소밭 가꾸고.....
경희식당 할머니가 경희농원을 가꿔 식재료를 충당하듯 마사도 그러는거죠.

책에 정말 좋은 사진이 한컷 있습니다.
마사 아줌마가 시골의 어느 가축박람회에 찾아갔는데, 유명인사를 보러
몰려든 시선에 아랑곳없이 돼지우리 안으로 손을 넣어 돼지를 쓰다듬고 있는 사진.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의 핵심을 보여주는 사진이지요.  

그런 `농부'의 기질에 본인 스스로 고백했듯 아버지로부터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물려받았답니다. 아버지는 외로운 사진작가였죠. 제 기억에 그렇습니다.
주변 유명인사 가운데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참 많은데
이렇게 농부의 피까지 가진 분은 없더군요.
그래서 마사의 세계를 따라잡지 못하고, 그래서 마사의 활동력이 부럽다기보다는
조금 구경하다가 흉내도 못내고 그냥 `질려버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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