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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인간의 식성

| 조회수 : 2,950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3-10-13 17:35:44
어제는 모처럼만에 집에서 밥 먹게된 신랑을 위해 좋아하는 꽃게탕을 하려고 마트 갔습니다.
꽃게가 살아서 잘 움직이고 있더군요. 두마리만 살려고 담아 달랬더니 이놈들이 봉지 안에서 너무 날뛰더군요.(힘 좋더군요...) 예전에도 살아있는 것 사봤지만 이렇게 싱싱하진 않아서,당황한 저 무식하게 아줌마에게 "발 완전히 잘라주세요." 했죠. 아줌마는 집게는 잘렸다며 지금 죽이면 물이 나와 맛없다고 저녁에 먹을거면 냉장고 넣어두면 죽는다고 저를 달래서 돌려 보냈습니다. 아줌마 시키는대로 저녁에 냉장고에서 꺼내 씻어 도마 위에 올려 놓으니 아니 얘가 아직 살아 있잖아요.퍼덕거리는데 집게랑 발을 손질하려고 발을 내리치니 더욱 퍼덕이며 안간힘을 쓰는데 무서웠어요. 정말! 그대로 도마위에 두면 좀 있다 죽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더욱 세차게 푸득거리며 다다다닫 소리를 내는데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잘 갈아 놓은 헨켈 칼로 가슴 정중앙을 내리찍어 즉사 시켰습니다. 아, 살생이란 이런 거구나 싶으면서 이렇게 까지 해서 사람이 먹어야 하는가 싶으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습니다. 거품물며 발버둥 치던 것이 조용해지고 저는 심호흡 한번하고  떨리는 손으로 등껍질 떼어내고 손질해 맑은 꽃게탕을 끓였습니다. 끓이면서도 간도 못 볼것 같아 계속 인상쓰고 있으니 신랑이 왜그러냐고 , 얘기해주며 난 못먹을 것 같다고 하면서 심각하게 끓여놓고 결국 맛을 보니 아니 , 맛있잖아요.
세상에 인생이 무엇인가하고 순간 별의별 생각까지 다했건만 맛을보니 밥 먹고 싶어지더군요.
울신랑 밥 잘먹는 저보고 "너, 내숭이지?.아줌마가 웬 내숭"하며 뭘라 그랬지만 저 못 들은 척하며 쪽쪽 빨아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저희 아버지가 얼려놓은 막창을 가져다 주셔서(도살장에서 막 공수된)해 먹는다고 물에 넣어 녹이니 그모양이 또 가관이라 정말 사람 내장 같기도 하고 너무 징그러워 사람이 정말 별결 다 먹는구나하며 회의에 찬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날도 곱창전골 끓여 소주한잔하며 이맛이야 하고 먹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왜 이럴까요? 어쨌든 인간의 식성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수님들앞에 레시피 내놓기가 부끄럽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모시조개로 국물내서 꽃개넣고 끓이다가 우거지 조금이랑 호박조금 넣고 소금 후추 마늘 간해서 한번 더 끓여 마지막에 청량고추와 팽이버섯 엏어 후루룩 끓이면 완성! 국물이 아주시원해서 해장에도 좋고, 소주안주하기에도 좋죠. 울신랑은 된장, 고추장 넣고 끓인것 보다 이걸 더 좋아 하네요.. 모시조개로 국물내는것 과 청량고추가 포인트랍니다.
이렇게 얼렁뚱당 저도 드디어 쿠킹노트에 글을 올리는군요. 감격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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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0.13 7:25 PM

    전 왜 한번도 살아있는 걸 잡아서 음식을 하면서도 징그럽다는 생각을 못해봤을까요? 제가 냉혈인간일까요??

  • 2. 내조
    '03.10.13 9:00 PM

    예 맞습니다 맞고요

  • 3. 하늘별이
    '03.10.13 9:38 PM

    훔... 시원하겠네요...
    근데요 저는 결혼한지 5개월인데 아직 생선은 만져보지도 않았어요.
    꽃게탕을 그리도 좋아하는데.. 어제는 엄마가 해주신 꽃게탕..(엄마가 시간이 없어서 내장이랑 아가미 같은 거 하나도 안빼내도 그냥 통으로 한거요...) 먹으면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저녁에 까르푸 가서 얼음위에 굴러다니고 있는 게눈을 잠시 노려보다가 넘 징그러워서 돌아섰어요. 이러다가 손가락만 빨고 살 것 같은데...
    남들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저는 왜 이럴까요. 혜경샌님, 꾸득꾸득님이 정말로 부러워요. 저는 아마 게가 도마 위에서 난리를 치면 현관문 밖으로 줄행랑을 쳤을거예요.
    저 이상한거 맞죠. ㅜ.ㅜ 덩치는 산만한게.
    혹시 저처럼 비위 약하신 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 4. yuni
    '03.10.13 10:08 PM

    저희집의 安氏 세분.. 게 죽은걸로 요리하면 귀신같이 압니다.
    냉동실에서 기절시킨게도 용케 알아냅니다.
    저 결혼한지 18년째인데요(며칠후면 19년째로 들어갑니다.)
    아직도 게 다듬으며 징징 웁니다.
    "나는 죽어서 지옥갈껴... 살생을 이리도 하다니..."
    등딱지 떼어낼때 게가 파르르 떠는거 아십니까??
    아주 미치겠습니다요.
    그런데 그렇게 징징 울며 요리한 날은 식구들이 자~~알 먹습니다.
    조금이라도 게가 시들시들해서 제가 안 운날은 숟가락이 덜가요.
    저흰 된장하고 고춧가루, 호박 모시조개 마늘 넣고 끓입니다.

  • 5. 나나
    '03.10.13 11:29 PM

    살아있는 횟감으로 회 뜨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아 졌을 때,,,
    제 자신이 무서워 지기도 하죠,,,~~;;
    그러면서 입으로는 그놈 팔딱팔딱 뛰는게..맛있겠네,,,하죠,,,

  • 6. LaCucina
    '03.10.14 12:33 AM - 삭제된댓글

    어떤 분이 낚시 다녀오셨다면서 rainbow trout를 가져다 주셨는데..
    헉...비닐 사이로 보이는 뚜~웅그런 눈알하면 거기에 왜 피는 질질 흘리고 있는지...
    윽윽...남편 시켜 그냥 아래층 부엌 냉동실에 넣어뒀어요. 위층에 두면 매번 열때마다 봐야하는 괴로움이 있으니 ㅜ.ㅜ
    남편은 옆에서 계속 매운탕 끓이면 정말 맛있는데...맛있는데.......맛있는데......하고 있지만 전 계속 모른 척하고 지내요. ㅡ.ㅜ

  • 7. 최은진
    '03.10.14 9:04 AM

    저두 냉혈인간인가바여.... 살아있는 게딱지 힘껏 잘도 뜯어내는데.... ㅠ.ㅠ
    아~ 하나 못만지는거 있네요... 산낙지... 먹긴 잘도 먹는데 그거 도마에 놓고 칼로 내려칠라니 도저히 못하겠더만요...
    그래도 산거 잡아먹는맛은 일품인데......^^

  • 8. 김효정
    '03.10.14 10:12 AM

    저두 그런거 손질할때는 정말 하기 싫어요.

    생선 사와서 먹을만큼씩 넣어놓기 위해서 내장 빼내고! 씻을때,
    오징어 껍질벗길때,
    (저 저번에 말로만듣던 그 벌레가 꿈틀거리는거 보고 그후 다시는 오징어 안사잖아요. -_-;;
    손질할 자신이 없어요)
    뻐끔거리는 조개 씻을 때...

    암튼 흐물거리고 미끌거리고 그런 느낌 너무 싫죠.

    엊그제는 굴비인지 조기인지를 얻어와서(전 왜 아직도 헷갈리죠..) 비늘을 벗기는데
    칼을 대고 벗기는 순간 어찌나 비늘이 튀던지..
    비늘이 튀는데 소름이 쫙쫙 돋는거에요.
    어디선가 물에 담그고 벗기면 안튄다는 글을 읽은적이 있는거 같아서
    물에 넣고 간신히 벗겨서 튀긴다음에 저는 안먹었어요.

    저두 꽃게 사서 시원한 꽃게탕 해먹고 싶은데 손질할 자신이 없네요.
    특히 등딱지 떼어내는거요. ㅠ_ㅠ

  • 9. 진쥬
    '03.10.14 10:25 AM

    김혜경 선생님..냉혈인간인가보다.. 읽고 막 웃었어요.
    사실 살아있는게 재료로 음식한게 맛이 탁월한데 어쩌겠어요.^^
    어쩃든 재료가 살아있다는 사실보다
    맛난음식에 더 집착하니 그러신거죠..그래서 오늘날 선생님이 되신거 아니겠어요?
    전 그냥 이미죽은 닭이나 생선,오징어도 도마에 두고 칼로 내리치는 걸 못해서
    결혼하고 한동안 그런 재료 안써봤는데
    ㅎㅎ 그렇다고 맘약해서 그랬던건 절대 아닌것같아요.
    (그럼 꾸득꾸득님 신랑말씀처럼 내숭이었나???)
    산낙지...남편도 안먹는걸 무지막지하게 잘 먹습니다.
    팔딱 팔딱 뛰는 새우 ..오도리~어ㅃㅅ어서 못먹습니다.(단 누가 머리 잡아뗴줘야죠..)
    냉혈한보다 더한 몬도가네아닙니까?ㅎㅎㅎ

  • 10. 카페라떼
    '03.10.14 1:32 PM

    왜 저는 그런거 만지면서 징그럽다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저는 오징어와 동태살때도 생선가게에서 다듬지 않고 통째로 사와서
    제가 내장다 띠어내고 제가 원하는 크기로 잘라서 보관하거든요..
    게도 살아움직이는거 보면 싱싱하다고 침 질질 흘리며 살생을 한답니다..
    내가 너무 용감한가요?..

  • 11. ky26
    '03.10.14 4:19 PM

    지난 토욜 울시엄니랑 전어사러 갔거든요
    정말 비싸더군요1kg에 27,000원...
    근데 전어를 회감으로 다듬어 달래서 기다리는데
    아줌마가 손으로 전어 머리 부분을 뚝...
    비틀어 죽이더군요
    정말 충격이여서 전어 못먹을것 같았는데
    집에 와서 먹는데 어찌나 맛나던지...

  • 12. june
    '03.10.16 10:17 AM

    꽃게탕이 먹고 싶어요 ㅜ.ㅜ 만들줄도 모르고 구할수도 없어서 눈물이랑 침만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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