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봄이 온다

| 조회수 : 8,125 | 추천수 : 7
작성일 : 2024-02-10 21:27:12

 

동네목욕탕 때밀고 나오니 벚나무 새순이 쏘옥

나오고 있습니다.

 

앗싸~

봄이 온다.

 

저는 어렷을 적부터 명절을 싫어했습니다.

제사도 많았고 맨날 심부름에 어른들 눈치에

그래서인지 철들자 명절 = 도망 입니다.ㅎ

 

엄마가 요양원으로 가셨습니다

한 달여 전부터 어지럽다고

고혈압이 있어 내과 가서 혈압약 조절도 해봐도

어지럼증으로 주간보호센터를 못 다닐 정도가

될 때 아들놈한데 큰 병원 모시고 가라했더만

병원상식과 엄마 상태도 잘 인지못한 새끼가

신경과 가라고 그리 강조했건만

고혈압은 내과라고 안내받아

또 내과 가 CT 찍고 온 어리버리한 아들놈.

으으으

 

성질 급한 제가 신경과 가서 mri 찍은 결과

급성뇌경색 결과가 나왔습니다.

 

엄마 실제 연세가 90세 입니다.

담당의 왈 약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동네 준종합병원에서는 치매노인환자의 경우

통합 간병 병동에 입원을 못하고

(낙상과 골절 위험으로)

24시간 간병인이냐 제가 24시간 지키는

두 가지 방법만 있더군요.

제가 24시간?

졸도할 뻔.

 

약으로 치료라면 굳이 권하는 입원할 이유가

없어보여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동네 죽집과 반찬집 이틀 걸러 다니는 건

글타치고 집안에서 넘어질까봐 노심초사

 

그 사이 저는 감기와 우울증약이 최대치로

늘어나고 사는 기 아니더군요.

운동도 당연 쉴 수밖에 없고

매일 미친년처럼 분주했습니다.

 

결정하기까지가 힘듭니다.

못땐년으로 살기!

 

다행히 엄마 어지럼증이 완화되었고

요양원 입소관련 서류 떼고 여기저기 

검사하고

그리고

엄마손 잡고 사진관 갔습니다.

 


제 손을 꼭 잡은 엄마입니다.

참 마음이 그렇더군요.

 

요양원 모셔 드리고

돌아오니 반기는 건 엄마 묵은 살림들이

어서 오라고. ㅎ

 

내 마음 변할까 당근에 아주 저렴하게 마구

때려 올렸습니다.

매일 가서 뒤집고 추려내고 

울엄마도 루비통과 버버리 파우치 있더만요. ㅎ

개당 2만원 올리니 1초만에 ㅎ

 

짐정리 순은 당근→헌옷 신발수거 업체→폐기물업체 입니다.

 

쓰레기통같은 냉장고 속도 아직 버티고

있습니다. 젤 하기 싫습니다.

 

그리하여

저의 명절은 당근과 묵은 짐 정리로.

 

어제 고구마튀김과 쥐포튀김 명절과자 들고

엄마보고 왔습니다.

 



온이 데리고.

역시나 온이는 제 몫으로 ㅎ

맨날 전화로 온이가 내 안 찾나?

섭섭하겠지만 안 찾는다.

진짜 안 찾습니다.^^

 


그런 사이 먹는 건 햄버그와 시판소스로 만든

파스타소스 한솥 해놓고 라면처럼 먹었습니다.

 

지금 아직 적응이 안된 시간이라

심정을 솔직히 말하자면

시원섭섭합니다.

 

요양원은 큰딸집 근처로 내맘대로 정했습니다.

소심한 복수 ㅎ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이슬
    '24.2.10 10:20 PM

    어머님이 너무 고우시네요
    그냥...눈물만 흐릅니다

    고고님
    기운내세요

  • 2. 챌시
    '24.2.10 10:57 PM

    고고님..
    그냥 큰딸...그 두글자로 공감 합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서럽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들이 더 아리네요.
    부디 햄버거,파스타 말고 조금 더 기운날 음식으로 하루 한끼는 잘 챙겨 드세요.

  • 3. 네잎클로바
    '24.2.10 11:11 PM

    고고님 힘내세요

  • 4. 쑥과마눌
    '24.2.10 11:31 PM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네요22
    토닥토닥

  • 5. Juliana7
    '24.2.11 12:54 AM

    건강하게 사셔야해요
    글에 눈물이 나네요 ㅠㅠ

  • 6. 소년공원
    '24.2.11 1:00 AM

    아고...
    힘든 일 치루셨네요 고고님.
    힘내세요.
    그래도 어머님은 고고님이 계셔서 정말 행복하신 겁니다.

  • 7. 카페라떼11
    '24.2.11 6:01 AM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네요3333
    이와중에 어머님이 넘 고우셔서
    고고님 모습도 짐작해봅니다.

  • 8. 뭉이맘14
    '24.2.11 6:48 AM

    담담히 쓰신 글의 무게에 맘이 마니 무거워 지네요.
    수고하셨어요.

  • 9. 피어나
    '24.2.11 9:26 AM

    고고님 담담히 쓰신 글 속에 담겨있을 그간의 고단함이 읽히는 나이가 되고 보니 관계가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내 삶을 잘 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고님의 몸과 마음도 잘 보살펴주세요. 고생하셨니다.

  • 10. juju
    '24.2.11 11:56 AM

    담담히 쓰셨지만 행간에서 여러 사정과 마음이 짐작되어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어머님 소통 가능하시고 강아지 안부도 물어보실 정도의 인지가 있으시니 다행입니다. 고고님 건강도 신경쓰시고 좀 편안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 11. 행복한시간
    '24.2.11 4:26 PM

    고고님의 마음이 평온해 지시길 기원하겄습니다

  • 12. 하눌님
    '24.2.11 5:06 PM

    저리도 고운 엄마를 세월이 참 야속합니다
    서글퍼서 눈물이 다 나네요

  • 13. 지구별산책
    '24.2.11 8:41 PM

    그 복잡한 마음 정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산다는게 한낮 꿈처럼 허무하다는 누군가에 말처럼
    사는게 참 그래요......에효~

  • 14. 솔이엄마
    '24.2.12 1:16 AM

    어머님께서 참 고우십니다.
    저희집 큰아이가 현재 요양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데,
    요양원 곳곳에 CCTV가 많고, 요양사분들도 친절하다고 하네요.
    고고님 마음 무거우실까봐 알려드려봅니다.
    기운내세요. 어머님, 잘 지내실거에요.

  • 15. 주니엄마
    '24.2.12 10:57 AM

    엄마는 요양원과 병원을 반복으로 다니시다가
    아버지는 끝까지 요양원 안가신다고 해서 집에서 24시간 간병사 쓰시며
    간병비만 억대를 쓰시고 ........ 그렇게 두분 다 돌아가셨네요
    상처가 많은 딸은 산소도 가기 싫어 안가고 살고 있고요

    몸도 힘드실테지만 마음이 얼마나 힘드실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어제 소풍 영화보고 오면서 드는 생각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닥쳐올 일들이구나 ...... 였습니다.

  • 16. 진현
    '24.2.13 6:47 AM - 삭제된댓글

    진짜 어머니가 90여노ㅔ에 너무 고우세요.
    울엄마는 올해 92세.
    계절고 오고 가고,
    사람도 오고 가고 그게 인생인것을....

  • 17. 진현
    '24.2.13 6:49 AM

    90 연세에 너무 고우시네요.
    울엄마 올해 92세이신데 마른 낙엽 같거든요.
    계절이 오고 가듯 사람도 오고 가고.......

  • 18. 촌아줌
    '24.2.13 4:11 PM

    고고님 인생이 다 그런가 봅니다.
    힘내세요.

  • 19. 고고
    '24.2.13 8:26 PM

    한 방 답글 답니다. ㅎ

    몸&맘고생한 나에게
    제일 좋은 선물은 공치러 가는 겁니다.

    작년 11월 마지막으로 겨우내 움추리고
    늙은 곰처럼 있다 오늘 봄날 센 바람과
    맘껏 공 날리고 순대국밥집에서 댓글 답니다.

    아예 모르는 중노년 남성 셋과 라운딩했는데
    걍 니 공 내 공 ㅎ
    얄아서 치랏

    골프는 한없는 허세와
    쪼잔함과
    변덕을 동반하는
    연애보다 더 애먹는
    제가 좋아하는 운동입니다.

    엄먀는 요양원 사모님&공주님으로
    잘 대접받고 계세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 20. Harmony
    '24.2.14 12:34 AM

    고우신 어머님은 요양원에서도 공주님 사모님으로 잘 대접 받으신다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네요.
    운동도 다시 시작하셨다니 그 소식도 좋습니다..
    맛있는 식사 하시고 더 열심히 즐거운 날들 만드시기를요.
    마음 편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하며 온이 소식도 간간 전해주세요.

  • 21. fif
    '24.2.14 10:39 PM

    나에게는 가장. 만나고 싶은 분입니다.
    저는 고고님의 삶을 조금 더 친밀하고 가까이에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먼저 말씀드리는 이유로는 그 이유가 저를 위함이랍니다. 저의 삶이 쉽지는 않은데 이 정도라면 정말 다른 분들이 보기에도 쉽지 않은 것일지, 가끔은 제가 엄살일지 너무 궁금한 거에요. 그래서 고고님의 삶이 어떠셨을지가 궁금해집니다. 이기적인 이유로 제가 고고님의 삶의 궤적을 보며 그래도 내가 낫다라고 마음을 쓸어내리고도 싶어요. 지금 용기를 내고 싶은데, 용기가 잘 안나서, 그러니까 용기를 내야지 라고 말하고 싶거든요

  • 22. 나는
    '24.2.15 10:16 AM

    사람사는 삶을 보면 자연과 꼭 닮은 것 같아요.
    50이 되어가는 저도 가을쯤에 와있는 거겠죠?
    그래도 아이들를 통해 4계절을 한번 더 볼 수 있는 느낌이예요.
    내아이가 아이를 낳으면 또 한번 더가 될까요?
    이건 아직 경험하지 못한세계라 말을 못하겠네요.

    누구나 신체는 사계절을 한번씩 공평하게 부여받지만 정신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몇번째 어느 계절에 있는걸까요?

    나이가 들어가고 가까운 사람들이 떠나는 경험을 하니 죽음이 곁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나의 죽음은 담담한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왜이리 두려운것일까요.

    고고님 지금 지내는 시간을 어루만져드립니다.

  • 23. 오리
    '24.2.15 4:12 PM

    저도 비슷한 사정이지만 아직은 양가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네요. 몇년안에 어쨌든지 결정이 나겠죠.
    그간 너무나 많은 애 쓰신거 알아요. 온이가 같이 있다니 다행이고
    곧 봄이 오는 것처럼 고고님 마음에도 봄이 오시길

  • 24. 행복나눔미소
    '24.2.18 12:16 PM

    고고님 애쓰셨어요.
    저도 점점 노쇠해지는 86세 엄마가 계시지만
    멀리 살아서 가끔 만나러 가는 편이에요.
    엄마는 일없이 오가며 돈쓰지말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일을 만들어서(ㅎㅎ)
    친정에 가면 엄마가 좋아하는게 느껴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0 코코몽 2024.11.22 1,892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5 ··· 2024.11.18 9,076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2,191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429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513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114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279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411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736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344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345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969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136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69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14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25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79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019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10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55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92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39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86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19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01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40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417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61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