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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월말행사 도서관 자리잡기와 소금꽃 나무

| 조회수 : 5,188 | 추천수 : 32
작성일 : 2011-06-28 19:10:06
#1

지난 주말 K는 의무귀가일이라 집에 왔고 아침부터 도서관 간단다.
주변 모든 중, 고등학교 기말시험이 코앞이라 도서관은 꽉 찰 테고 아이는 한 잠이라도 더 재워야겠고.
할 수 없이 새벽부터 도서관 자리 잡아 주기에 나섰다.
도서관 줄 대신 서 주며  ‘소금꽃 나무’를 다시 읽었다.
도서관 자리잡아주기가 이제 매월 넷째주말 행사가 되나보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도 하루 종일 도서관서 보낸 녀석이
‘소화가 안 돼 점심을 못 먹었다’고 하기에 준비한 저녁밥상이다.











바지락 살을 넣고 끓인 순두부찌개.

호박잎고추장무침, 끓는 물에 호박잎 데쳐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다진마늘, 다진고추 넣고 초고추장에 무쳤다.

근대는 잎을 끓는 물에 데쳐 된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 넣고 무쳤다.




#2
“한진중공업 다닐 때,
아침조회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있는
그들이 소금꽃 나무 같곤 했습니다. 그게 참 서러웠습니다.

내 뒤에 서 있는 누군가는 내 등짝에 피어난 소금 꽃을
또 그렇게 보고 있겠지요. 소금꽃을 피워내는 나무들.

황금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들
그러나 그 나무들은 단 한 개의 황금도 차지 할 수 없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는 아시겠지요?“
                                     [김진숙, 소금꽃 나무]


K에게
너도 읽어 보았다는 ‘소금꽃 나무’ 표지에 나오는 글이다.
땀으로 하얗게 변색된 작업복 등짝을 보고 김진숙씨는 어찌 소금꽃을 떠올렸을까?
쭉 줄 서서 조회를 하는 아저씨들을 보며 어떻게 나무 같다고 생각했을까?

나이 마흔 넘은 어느 날 밤 울었었다.
책을 보며 눈물 콧물을 훔쳤었다.
김진숙씨의 ‘소금꽃 나무’였다.

‘배를 만드는 한진중공업이라는 곳을 다니다 오래전에 해고되었다’는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용접을 하다보면 용접 똥이라고 하는 불꽃이 튀고 옷에 구멍을 내기도 화상을 입기도 한다고 했다.
스무 살 갓 넘은 처녀가 용접공으로 그 큰 배 만드는 공장에서 용접을 하는데
당연히 용접 똥이 튀고 어떤 땐 옷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며
그럴 때 놀라 화들짝 ‘앗 뜨거’ 하며 뛰다 보면 목으로 들어간 용접 똥은
어느 새 밑으로 죽~ 하고 흘러내려 길게 화상자국을 냈다고 했다.
함께 일하던 아저씨들은 웃으며 그냥 꾹 참고 용접 똥을 손으로 눌러야지
팔짝팔짝 뛰다보면 용접 똥은 가슴이며 배며 허벅지며 주르륵 타고 내려
오만 군데 화상을 입히는 거라 했다며 ‘그렇게 인생을 배웠다’고 강연을 시작했었다.

용접하는 중간에 용접 불꽃이 튀어 옷 속으로 들어오면 얼마나 뜨겁고 놀라겠니.
팔짝팔짝 뛰는 거야 당연한 거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곳에 상처를 남긴다며 조용히 용접 똥을 찾아 옷으로 꾹 눌러 끄는 것에서
‘삶의 고통도 그와 같은 것이라 깨달았다’는 그의 말뜻에서 감동이 밀려 왔었다.

K야
살면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닥쳐도 호들갑 떨지 마.
호들갑 떤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저 묵묵히 용접 똥을 찾아 꾹 눌러 끄듯, 고통의 원인을 찾아 너의 행동을 선택하면 되.
너를 앞세우지 말고 항상 상황 자체를 무심히 바라보면서 선택하는 거야.

굳이 당장 너의 고통이 아니라도
누군가 고통 받고 있다면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외침을 네 심장 소리처럼 듣거라.







#3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르틴 뇌밀러 -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산드라
    '11.6.28 7:18 PM

    호박잎을 쌈싸서 먹기만 했었는데.....무쳐도 먹는군요.

    저도 해 봐야겠어요.

    소금꽃나무.....가슴이 저리고 콧날이 시큰해지네요.

    저도 책 사서 봐야겠어요..........호박잎도....책소개도 고마워요^^

  • 2. 나타샤
    '11.6.28 7:42 PM

    "K"가 다니는 학교가 어딜까 너무 궁금하네요~ 살짝쿵 쪽지라도...^^;;
    호박잎 저도 저렇게 요리해봐야겠어요~

  • 3. 미모로 애국
    '11.6.28 8:05 PM

    마르틴의 글이 기어이 눈물을 나오게 만드네요.
    한스 쇼과 조피 숄의 백장미단도 떠오르고요.
    고딩 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읽으며 정말 통곡을 했었거든요...

  • 4. 은석형맘
    '11.6.28 8:44 PM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시장경제 운운하며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아주세요.
    크레인 위의 김진숙님 당신을 응원합니다.
    혹시 못 보신분들을 위해 관련 글 링크해 봅니다.
    오후에님...감사합니다.

    한중 정리해고에 치명적 결격 있다
    조남호 회장이 한진중공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에는 지주회사 전환이 결정적이었다. 지주회사 전환 후 경영전략 차원에서 필리핀 조선소에 물량을 몰아준 것이라면 한중의 정리해고는 이유가 없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49

    한진 김진숙 “매일 내려가는 연습을 한다”
    김진숙씨가 글을 보내왔다. 김씨는 이 글이 ‘크레인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이라며 ‘살아서 내 발로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48

  • 5. jasmine
    '11.6.28 9:49 PM

    따님 입맛이 완전 토속이네요...참 잘 키우셨어요.
    우리 애들은 나물을 별로 좋아하지않아요...ㅠㅠ

    마르틴 뇌밀러 글....제가 그렇게 사는 것 같아 깜짝 놀랐습니다....

  • 6. 오후에
    '11.6.28 10:27 PM

    카산드라님//책 내용중 가슴이 먹먹해지는 얘기가 많습니다. 아무리 옛날이야기라지만....

    나타샤님//호박잎 무침.. 사실은 양념맛입니다. 호박잎 식감이 독특하잖아요. 그 식감에 양념 맛입니다. K는 그냥 기숙학교예요.

    미모로애국님//애고 울지는 마소서... 만두군이 덩달아 슬퍼할지 몰라요....

    은석형맘님//예 저도 응원합니다. 또한 모든 소금꽃 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지난 4월인가 크레인 위에서 상추씨를 뿌렸다는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는 글을 봤었는데 그 작은 공간에서 생명의 씨를 뿌리고 키우는 심정에 뭉클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책한권 겨우 찾아 읽었습니다. ㅠ.ㅠ

    jasmine님//K는 좋아하는데 많이 먹지 않아요. 젓가락으로 한가닥씩 두어번... 깨작깨작 ㅠ.ㅠ
    저도 마르틴뇌밀러의 시를 보며 내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닌가 하고 덜컹했습니다.

  • 7. 오늘
    '11.6.29 5:55 AM

    아~~ 가슴 시린 사연입니다.
    히히낙낙 지내는 날들이 저런분들의 선물일텐데;;;ㅠㅠ
    감동 가득한 글 고맙습니다.

  • 8. 오후에
    '11.6.29 11:34 AM

    오늘님//선물이라는 님의 표현이 더 뭉클합니다.

    늘보님//도서관 자리잡기 은근 고약한면도 있습니다. ㅎㅎ

  • 9. 최살쾡
    '11.6.29 11:38 PM

    소금꽃이라.. 진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소금꽃 피게 일하지도 않는 주제에 신세 타령 하는 제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꼭 한번 찾아 읽어 볼께요.


    오후에님 줄서시는 도서관은 ㅈㅈ동의 도서관인가요?
    주말 개장 시간에 맞춰 가면 오후에님 볼수 있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0. 오후에
    '11.6.30 9:10 AM

    최살쾡님//얼라이여~ 최살쾡님 분당사세요? 그 이름 고약한 ㅈㅈ동을 다 아시고...
    애들 시험기간에 오시면 보실수도 있을듯... 근데 워낙 줄서주는 부모들이 많아서 찾기는 힘드실듯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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