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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자칫하면 그냥 넘어가기 쉬운 설날, 올해에는 홈메이드 가래떡과 함께 보냈어요

| 조회수 : 13,366 | 추천수 : 38
작성일 : 2011-02-06 05:48:32
미국에 살다보면 음력으로 세는 날짜를 잊어먹기가 참 쉬워요.
설날이나 추석은 물론이고, 집안 제사나 음력으로 쇠시는 시부모님 생신... 요런 날을 잊어먹고 지나갈까봐, 컴퓨터에 저장시켜놓고 일주일 전에 알려주도록 알람을 설정해두곤 합니다.

올 설날은 - 늘 그래왔듯이 - 특별한 일 없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밥해먹고, 그렇게 지나갔어요.

늦잠을 푸짐하게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그래도 설날이었는데... 하면서 뭔가 하나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어제 아침에 담궈둔 쌀이 아주 지대루 퉁퉁 불었군요.


큰 솥에 키친타올을 깔고 불린 쌀을 골고루 펼쳐서 앉힙니다.


그리고 짜잔~~~
지난 번 백설기 만들기 이후 다시 뵙는 푸드 프로세서 등장!


커터칼을 끼우고 찐 밥을 한 공기만 넣고 돌렸어요.
이제... 무슨 음식을 만드는지 예감되시나요?


네, 바로 홈메이드 가래떡이예요.


이게... 중간에 시행착오가 워낙 많아서 과정샷이 없어요.

처음엔 반죽하는 날을 넣고 돌렸다가, 푸드 프로세서가 "너 지금 장난하니?" 이러면서 비웃길래, 밥을 도로 퍼내고 칼날을 바꾸는 아픔이 있었구요...

처음 한 공기는 제대로 잘 갈아졌는데, 거기서 욕심을 냈다가 밥의 양이 너무 많고, 또 제가 찌고 있는 도중에 물 한 컵을 더 끼얹어서, 떡반죽이 너무 찰지게 되어서, 이번엔 "난 못해~~~" 하고 푸드 프로세서가 기절을 하는 바람에 또 한 차례의 아픔을 겪었죠.

오늘의 교훈은:
절대로 밥을 찔 때 물을 추가하시면 안됩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한 번에 한 공기씩만 갈아주세요.

모양은 어설퍼도, 맛은 보드랍고 쫄깃한 가래떡 맛이 제대루 였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육수로 만든 근사한 떡국이 아니라, 라면에 넣은 떡라면이었다는 거...

그리고 남편이 성의없이 끓여서 면발이 불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

(이 사진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외국에서 떡라면과 함께 설날을 보내는 불쌍한 동포의 모습을 알리고저... 에잇~ 올립니다.)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rolina
    '11.2.6 6:22 AM

    지리멸치 한박스 주문합니다.

  • 2. 낙타부인
    '11.2.6 7:37 AM

    헸... 저도 1년만에 떡기계 가동했습니다. 가래떡은 안 만들고 찰떡으로.... 가스값이 너무 비싸서 차라리 떡기계로 하는게 오븐보다 싸게 들거 같아서요.. 막 한 떡을 젓가락에 감아서 압력솥에 삶은단팥에 찍어 먹었어용 =333 가까이 계심 나누고프네요~ (여긴 한국마트도 많은데 그래도 만들어 먹는게 재미있어서 찰떡이나 인절미는 꼭 나누어 먹어요. 가래떡을 만드셨다니 진정 형님이십니다)

  • 3. 소박한 밥상
    '11.2.6 8:47 AM

    전혀 불쌍한 동포 아닌데요 ?? ^ ^

    음력으로 카운트 다운 해야하는 설날을 기억한 여유있음도 축하 할 일이고
    주부로써의 왕성한 실험정신에서 느껴지는 정열.......
    만만한 라면에 고급스런 홈메이드 떡국떡이라니 !!
    떡라면으로 500그램 정도 체중이 더 늘어서 무거운 새해맞이 ?? (칼로리 염분 강박증 ㅠㅠ)
    주방에서 푸드 프로써서는 아마 장난감역을 담당하나 봅니다
    잘 응용하면 재미있겠네요

  • 4. 마리s
    '11.2.6 9:18 AM

    헐~
    소년공원님, 떡까지 만드시다니 완전 대단하시다~
    하면서 내려왔더니, 그 귀한 홈메이드 가래떡을 라면에 ㅎㅎㅎ
    라면이 호강했네요~~
    근데 뚜껑에 덜어놓은 라면 정말 맛있어보여요~~

  • 5. 단추
    '11.2.6 9:46 AM

    속 상해한들 변하는 건 없습니다.
    다시 이쁘게 다니세요.
    신랑은 원글님의 자꾸 초라해지는 모습이 더 화가 날 수도 있잖아요?
    내가 변해야 상대도 변하고 또 세상사 마음 먹기 나름이고 내 인생은 스스로 연출하고 가꾸는 거 아닐까요?
    힘 많이 내세요...

  • 6. remy
    '11.2.6 9:53 AM

    담엔 쌀을 불린 후에 갈아서 쪄보세요.
    그럼 오돌도돌한 밥풀느낌은 없어요..^^;;
    갈아서 찐 상태에서 손으로 오물조물해도 매끈한 가래떡이 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한국인 아니 아줌마 화이팅입니다~~!!

  • 7. 옥수수콩
    '11.2.6 10:20 AM

    아놔,,,,저 지금 물 올리고 떡 꺼내고.......
    일요일 아침 라면 확정!

    소년공원님....자게에서 봤어요...
    부디 진실이 알려지길....그래서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
    소년공원님도 힘내세요...!

  • 8. 소년공원
    '11.2.6 11:39 AM

    carolina님, 어머어머... 진짜 대장금 아줌마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 말씀을... ^__^
    저는 예전에 오색떡국을 만드신 분을 봤어요. 물론 집에서 손으로 만든거고, 색깔을 갖가지 천연재료를 쓰셨더라구요. 그런 분에 비하면, 저는 아직도 덜장금이랍니다.
    밥을 찐다는 것은, 떡이나 만두를 찌듯이, 찜솥에 불린 쌀을 찌는 거예요.
    쌀 자체에 머금은 수분 말고는 물기가 없기 때문에 아주 고두밥이 만들어져요.

    낙타부인님께서는 떡기계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__^
    저도 한 번 샀다가, 마음에 덜 들어서 환불하고, 벼르고 별러서 푸드 프로세서를 샀더랬어요.
    찰떡을 젓가락에 감아서 메밀소스에 찍어먹는 거 해보고 싶어요... 일본식으로다가...

    소박한 밥상님, 꿈보다 해몽이라고, "주부로써의 왕성한 실험정신에서 느껴지는 정열" --> 이거 정말 멋진 칭찬이네요. 감사합니다.
    제 형편엔 꽤 비싸게 주고 산 장난감이라, 앞으로 푸드 프로세서를 열심히 가지고 놀아보려고 해요.
    본전을 뽑아야죠... ㅋㅋㅋ

  • 9. 소년공원
    '11.2.6 11:48 AM

    마리s 님, 맛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떡을 만드느라 고심하는 옆에서 라면을 끓이더니, "다 되었으면 여기다 좀 줘봐" 해서, 간신히 성공한 한 가닥을 썰어준거예요.

    단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코난군 복 까지 챙겨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remy 님,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이 다음엔 쌀을 가루로 내서 찐 다음에 한 번 더 갈아볼께요.
    사실, 지~인짜 지대루 폼나게 만들어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요즘 설연휴라 여기가 "정전(마리s님 표현)" 된 것 같아서, 그냥 구경거리 하나 올려보자 하는 심산이었어요.
    그래도 다들 칭찬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

    옥수수콩님, 정인철 교수님 이야기를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여기가 키친토크 게시판이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
    **이 아빠 (저와 남편은 이 호칭이 더욱 익숙하고 친근하답니다) 가 음식을 참 잘 하셨어요.
    손만두로 빚은 만두국도 맛있었고, 바베큐를 하고 남은 거의 꺼져가는 숯불에 김을 구워주시기도 하셨지요...
    제가 이렇게 그리운데, 그 부인되시는 분은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참...

    혹시, 제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궁금하신 분들은
    http://www.truthisbeautiful.org/
    여기로 오셔서 진실을 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10. 잎새바람
    '11.2.6 12:22 PM

    네, 아고라에서 서명했습니다. 넘 가슴이 아프네요...민족고대라는 말이 항상 자랑스러운 모교였는데 부끄럽습니다....

  • 11. 너와나
    '11.2.6 1:23 PM

    떡집에서 가래떡 만드는걸 지켜보면 잘불린 쌀을 갈아서 시루밑깔고 쪄서 만들어요.
    위에분 말씀하신것처럼 다음번엔 쌀을 갈아서 찐다음에 가래떡을 만드심 더 잘될거 같네요.
    떡집에선 가래떡을 한번 빼내고 두번째 다시 빼내면 더 쫄깃하다고 두번뺍니다.
    물론 귀찮다고 한번만 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

  • 12. J-mom
    '11.2.7 3:02 AM

    전 미국첫해라서 정말 깜빡 했습니다. 덕분에 시아버님 제사
    간이조리음식 사다가 그냥말로 절만했어요.
    대만살때는 그래도 구정분위기가 났었는데
    여긴 정말 모르고 지나가기 딱이네요...

    핸드메이드 떡가래....멋지네요....ㅎㅎ
    저두 얼마전 푸프 샀는데 한번 이용해봐야겠군요.

  • 13. annabell
    '11.2.7 6:54 AM

    저걸 만드실 생각을 하시는 소년공원님이 더 대단하세요.
    전 떡국떡 사서 끓여 먹었어요.
    올해는 만두도 만들었답니다.
    와,,,정성이 대단하셔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 14. 소년공원
    '11.2.7 7:45 AM

    잎새바람님, 감사합니다.
    고대 전체가 다 나쁜 건 절대 아니라 믿습니다.
    어딜 가든 일부 물흐리는 미꾸라지들이 문제겠지요...

    너와나님, 네, 안그래도 다음엔 가루를 만들어서 쪄볼 작정을 하고 있어요 ^__^

    J-mom님, 위에 올리신 글에 댓글도 달았지만, 미국 오신지 얼마안되신 분 같지 않으세요.
    푸드 프로세서를 이용한 음식 좀 많이 가르쳐 주세요.

    annabell님도 미국에 계신가요?
    만두 빚기에 비하면 쌀 쪄서 가는 건 일도 아닌데요 뭘...

  • 15. 서현맘
    '11.2.7 12:49 PM

    - -;; 기가 막히네요.
    미국에서는 도대체 못하는 음식이 뭔지요?
    미국 사시는 분들은 다들 원더우먼인듯...

  • 16. yoonhye
    '11.2.7 2:53 PM

    참 대단하시네요. 가래떡까지...
    그런데, 저도 무식한 질문좀... 찐밥을 푸드 프로세서에 커터기끼고 돌리면 떡이 되나요? 얼마나 돌리나요? 아니면 커터기로 돌리고 한번더 쪄야 하나요? 저는 주로 현미가래떡 사다가 먹는데,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항상 키톡에서 아이디어만 가져 갑니다. 모든 키톡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

  • 17. lulu
    '11.2.8 11:03 AM

    정말 멋지세요... ㅋ 전 그냥 한인 마트에서 사다먹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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