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냥 나의 비루한 다짐
지난 지방선거일 이었던가
,
재방송되는 프로그램 중에 쌍둥이 아빠가 아이를 보는 일이 있었는데
.
기어 다니는 아이의 행동에 놀란 눈을 하고
‘
대박
’
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있었다
. ‘
와
,
놀랍다
,
이걸 어쩌지
!’
이 정도 놀람과 걱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긴 했는데
‘
대박이란 말을 썼어야 하나
?
자막으로라도 수정해줄 말이 없었을까
?’
하는 생각에 사전을 찾았다
.
-
대박
[
大舶
]
큰 배
,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관련숙어
-
대박 맞다
예상치 못한 어마어마한 횡재를 얻다
-
대박 터지다
투기성 투자나 도박 등에서 어마어마한 횡재를 하다
,
예상치 못하게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 다
-
대박 오픈국어
(
한국의 전래 동화인
'
흥부전
'
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
큰 박일수록 더 많은 보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 1.
운이 좋아 큰 이득을 남김
.
대박이 나다
,
대박을 내다
,
대박을 터뜨리다
사전상의 의미만으론 맞지 않는 말이다
.
하지만 요즘 놀랐을 때
, ‘
큰일이다
’, ‘
대단한데
’
정도의 의미를 갖는 감탄사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
본래 말이란
?
생기고 퍼지고 사라지는 과정이 있기에
,
좀 거슬리는 신조어들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
내가 그 말들을 못 알아듣거나 따라가지 않는다고 그 말을 쓰는 사람에게 어법이란 잣대를 들이댈 생각 없었다
.
그런데 방송뿐 아니라 대통령도 쓸 만큼 언중의 힘을 얻고 있는
‘
대박
’
이 말을 사전 찾아 보고나서
‘
애써 쓰지 않아야겠다
.’
마음먹었다
.
제비다리 치료해준 흥부의 마음 씀과 다음 해 다시 돌아온 제비라는 과정과 시간이 생략된 채 욕망만 드러내는
‘
대박
’
이란 단어가 공공연해지는 게 불편하기도 하지만
‘
배
’
라는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
그래 선박할 때
‘
박
’
자가 있었구나
!’
했었다
.
우리들의 욕망과
‘
배
’
라는 의미가 자꾸 겹쳐서 이다
.
#2
소심한 사과
6/5
일 나는 휴무고
H
씨는 출근이었다
.
H
씨 출근하고 느지막이 일어나 신문보고 세탁기 돌려놓고 커피 한 잔하며 느릿느릿 뒹굴뒹굴
TV
도 보았지만 뭔가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
전날
H
씨와 싸운 것도 아닌데 뭔가 감정선이 어긋나 있었다
.
냉장고를 뒤적여 봤다
.
시들해진 토마토와 근대 잎이 보인다
.
찬밥도 있다
.
찬밥을 데웠다
.
들기름과 약간의 식초
,
소금과 매실장아찌 다져넣고 주물주물 무쳤다
.
순간 변 머시기인지 무시기인지가 생각나 픽
~
웃었다
. ‘H
씨가 회를 먹는다면 생선초밥을 할 텐데
……
.
그럼 나도 초일류요리사
?
인증하련만
’
하면서 말이다
.
찢어질까 싶어 살짝 쪄낸 근대 잎에 적당히 뭉친 밥을 말아 근대 말이 쌈을 쌌다
.
시들해진 토마토는 올리브유 넉넉히 두른 팬에 적당히 썰어넣고 낮은 불에서 익혔다
.
토마토에서 물이 충분히 나올 때쯤 치즈와 타임 좀 넣고 여열에 잠깐 두었다
.
조심조심 말았지만 근대 쌈 몇 개는 망가졌다
.
아직 근대 잎이 너무 여린 건지 말리기보다는 찢어져버리더라
.
덕분에 얇게 썰어볼까 했던 욕심은 버리고 그냥 반찬통에 담았다
.
근대 쌈과 토마토로 도시락을 준비하고 커피까지 내려 보온병에 담았다
.
점심시간
30
분전쯤
H
씨에게 전화했다
.
도시락 준비했으니 나오라고
. H
씨 직장 근처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받아든
H
씨
“
오랜만이네
00
씨가 도시락 싸준 게
”
하면서 그동안 서운함을 들어냈고
“
쌈이 너무 커
,
좀 잘라오지 그랬어
?”
하는 평가엔
“
너무 연해서 자꾸 찢어지더라고 그래서 못 잘랐어
.”
라 대답했다
.
감정선이 별 이유 없이 자주 어긋나는 요즘이다
.
바로 사과하고 털어버리자 하지만 그래도 반복되니 서로 짜증이 커진다
.
조금 더 공감이 필요한데
,
조금 더 움직임이
,
수다가 필요한데
,
생각만 하고 있다
.
가족
,
부부 소중한 만큼 힘들어지고 노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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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에게
잘 지내니
?
학기말 시험 때문에 연휴에도 도서관 있겠다며
‘
두 주먹 불끈 쥐고 머리띠 두룬 토끼
’
그림 엄마한테 보낸 것 봤다
.
생애 첫 투표도 해보고 선거가 끝났으니 이런저런 얘깃거리들이 많을 텐데 서로 바쁘구나
.
주말부터
‘
국가개조
’
라는 말이 나오더구나
.
뉴스를 보며 좀 웃었다
.
국가가 자동차나 집도 아니고 개조라니
?
개조는 자동차 주인
,
집주인이 하는 건데
,
대통령은 마음대로 국가를 개조해도 되는 주인이던가
?
또 자동차든 집이든 주인이 개조할 때조차 절차와 법이란 게 있는데 국가에는 이런 게 있던가
?
뭐에 근거하게 될까
?
뭐 혁명 상황이라면 가능한 얘기겠지만
.
어떤 이유에서건
‘
국가개조
’
라는 단어를 선택한 그 마인드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
‘
국가개조
’
라는 단어를 들으며 네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 ‘
남을 돌보겠다
.’ ‘
대의에 복무하겠다
.’
이런 계획과 꿈을 가지고 떠벌이는 사람은
,
특히 사회 정치적 지위와 권한이 있는 자는 쉽게 믿지 말며 그의 개별 삶을 살펴보라고
.
혹여 연애할 때조차
‘
애국
’
이니 하는 단어를 즐겨 쓰는 녀석이 있거들랑 한 번 더 그의 개별 삶과 태도를 살펴야 한다
.
‘
남을 돌보는 것
’
좋은 일이다
.
권장할 일이다
.
하지만 남의 것을 빼앗고 그것으로 일부 시혜처럼 베푼다면 이게 과연 돌보는 걸까
?
모든 부모와 세상의 모든 종교는
‘
도둑질하지 말라
’
고 가르친다
.
나는 좀 까칠하게 이
‘
도둑질하지 말라
’
를
‘
착취하지 말라
’
는 해석으로 네게 얘기하고 싶구나
.
작게는 가족 간에서부터 사회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혹 누군가를 착취하면서 돌보고 있다고 착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
이 착각이 가장 해악인 존재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
남을 돌보기 전에 누군가의 희생과 착취 없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자신을 돌보는 것
,
성찰하는 것이 남을 돌보는 첫 걸음이다
.
이 성찰 없이는 아무도 돌볼 생각 말거라
.
이렇게 말한다면 너무 과격한 걸까
?
누가 누굴 이끌고 지도하고 책임진다는 식의 말의 성찬들 속에 찾을 수 없는 개별 삶에 대한 성찰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
사랑하는 딸
지금여기에 집중하렴
,
오늘 행복하렴
!
오늘 내컴이 이상한건지 82가 이상한건지....
글이 ㅠ.ㅠ
자꾸 제목과 몇글자만 올라가 지우길 5번, 6번째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