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썰렁함을 느끼며 오랜만에 글을 올려봅니다.
사실 최근에는 많이 바빴습니다.
아무래도 봄이니 농사일이 바쁘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본격적인 계란장사를 위해 닭장을 새로 짓느라
그야말로 쉴 틈이 별로 없었네요.
지난 4년간 닭들과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어떻게 해야 닭들이 보다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것들이 이번 닭장에 많이 반영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설명하자면
닭장의 전면 - 닭장 후면 - 횟대- 닭장내부입니다.
별건 아니지만 목재가 2.5톤차로 한차가 들어가고
목재용 나사만 3,000개 이상이 들어간
혼자짓는 규모로는 시간과 노력이 꽤 소요된 닭장이네요.
지붕의 높이를 파격적으로 높이다보니
사다리 오르내리다가 세월 다 보낸......
이젠 살짝 마무리만 지으면 끝나게 됩니다.
그와중에 마님의 지엄하신 분부에 따라
다랭이밭 만들기도 시작했습니다.
농장전체가 비탈진 게드락의 산이다보니 토양의 유출이 심각해
예전부터 계단식으로 조성해서 토양유출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지난 가을 굴삭기를 구입해 올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사진은 굴삭기로 평탄작업을 한 뒤
관리기로 로터리를 친 모습입니다.
그 이후에 관리기가 있는 절반정도의 길이까지는
이랑을 만들어 고구마도 심고 들깨도 심고......
당초에는 150~200m정도 길이의 사래긴 밭을 만들려 했는데
중간에 도라지를 심어놓은 곳이 있어
당분간은 그 부분을 피해 토막토막 4~50미터 길이로 만들었다가
몇년후 도라지를 캐고나면 밭을 완성시킬 생각입니다.
요게 오늘의 주제인 밴뎅이회 입니다.
아내가 친정에 갔다가 김포 대명포구에 가서 사온 것인데
요즘 밴뎅이가 제철이라 아주 맛이 좋습니다.
사실 이게 동족상잔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제 고향에서는 저같이 속좁은 놈을 빗대어
"밴뎅이 속알지같은 놈~" 이라고 하거든요.
벤댕이회 옆쪽으로 뼈째 회썰은 것은 웅어라고 합니다.
요것도 별미입니다.
밴뎅이는 얕은 감칠맛같은 것이 있는데
오래전 임원들과 강화도에 접대를 받으러 갔을때의 추억이 있습니다.
금방 바다에서 낚시로 건져올린 광어, 농어회들 먹는 사이에
몰래 횟집아주머니더러 밴뎅이회좀 한접시달라고 해서 먹고있자니
이사람 저사람 한점씩 맛보고는 서로 먹겠다고 난리가 나서
결국 오리지널 자연산 광어, 농어회는 거의 다 남기고
밴뎅이회들만 배터지게 먹고 왔던......
요걸 구워먹어도 아~주 맛이 쥑입니다.
둘이 먹다가 뒤에서 구경하는 귀신들까지 다 죽어도 모를...... ^ ^
요건 초장을 잘 만들어야 회맛도 사는데
이날은 마님의 초장배합도 일품이었습니다.
마늘까지 갈아넣은......
어쨌거나 밴뎅이회에 가정상비약 두병 가볍게 비우고
남은 회는 회덮밥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상추와 밴뎅이회, 초장만 들어갔음에도 맛이 죽음입니다.
올해는 표고장사가 별로 재미를 못봤습니다.
작년봄의 산불로 표고목이 거의다 타버린 후에
급하게 접종을 했던 것들이 이제 발생을 하는 중인데
올봄은 가뭄이 유독 심해서 제대로 발생을 하지 않는 바람에
표고장사 밥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표고가 무척 튼실하게 잘생겼죠?
'튼실' 하니 떠오르는게 펀더멘털~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서 세계경제위기에도 까딱없다는
철이 없는 건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인지 하는 정신낫자루빠진 얘기들~
경제라는 것은 사회구조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수치뿐만이 아닌 다양한 사회적변수가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일제수탈의 정점에 견주는 빈부격차~
그리고 점점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금전지향적가치관~
장담하건대 미국발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순간에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가장 급격한
어쩌면 낙하산도 펼칠 기회가 없는 추락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성장이니 뭐니 해가며 신자유주의논리로 주접을 떠느라
내수시장이며 1차산업이 거의 초토화된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다가 붕괴되겠죠~
사상누각을 지었으니......
정말 점잖은 표현을 쓰려고 해도 이런 부분에서는 욕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어휴 저 정신나간년~ 미친년~"
뉴스를 보며 TV화면을 향해 욕지거리를 날려도
저희 마님 이 순간만은 조용히 참아주십니다.
채식이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저의 굳건한 믿음은 그렇습니다.
고기도 먹어야 한다는 것~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먹는거라도 좀 다양하게......
곰취, 들깻잎, 돌미나리, 햇양파, 햇마늘, 취나물, 참나물, 상추, 취나무장아찌......
이날은 참 여러가지 싸먹었네요.
모두 농장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하거나 하는......
오른쪽 하단의 열무김치를 올린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네형님이 열무 뽑아주시길래 첨에는 무우인줄 알았습니다.
퇴비도 가급적 주지않는 우리열무와는 비교불가로 엄청나게 크고 잘생겼는데
그래서 아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열무김치를 담갔는데
맛은~? 일명 '개맛~' 입니다.
당신말로는 물만 주어서 키웠다고 했는데
사실 올봄에 시중에 판매하는 퇴비 듬뿍뿌리고 밭가는 것을 제가 봤거든요.
성장의 단계를 생략하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은
경제든 열무든 지랄이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모양입니다.
이 사진들은 제가 계란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암것도 모르실 수 있는 소비자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올렸습니다.
위 사진들은 모두 동물복지농장인증을 받거나 받을 곳이라고 합니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지 않았어도
아마 여지껏 자연방사유정란이라고 우기며 비싼값에 계란을 팔았거나......
첫번째사진 : 우리는 이렇게 방목해서 닭을 키운다고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
저거 뻥~ 입니다. 매일 닭을 방목하면 닭장주변에 풀이 남아날 수가 없습니다.
그것도 이른봄인 것 같은데 풀이 저렇게 있다는 것은 그냥 홍보용이라는......
두번째 세번째 사진 : 여러분이 비싼가격에 사드시는 자연방사유정란을 낳는 닭들은
거의 대부분 저런상태에서 살아갑니다. 저게 법이 인정하는 자연방사입니다.
동물복지인증기준도 저거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1m2안에 9마리 이하이면
동물복지농장의 샤육면적기준에 충족됩니다. EU의 기준은 3마리~
쟤네들은 평생 제대로 햇볕한번 구경못해보고 저세상으로 갑니다.
가뜩이나 열이 많은 닭들은 평생 사우나만 하다 가는~ 그래서 복지농장인가봅니다.
사우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네번째 사진 : 진짜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곳이 맞습니다.
마당에 풀이 하나도 없죠? 아이들이 견학와서 풀을 내밀고 있네요.
제 생각에는 최소한 이정도는 되어야 동물복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요건 동물복지인증은 커녕 아무런 인증도 없는
어떤 게을러빠진 아새끼네 농장의 닭들입니다.
닭장마당에 풀이 하나도 보이질 않죠?
그나마 방사장의 구역을 나누어 방목을 시키는 중인데도
며칠만 지나면 풀들이 정신을 못차립니다.
닭들은 본능적으로 발로 땅을 헤집고 부리로 무언가를 쪼는 것이
하루종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러다보니 다른곳에 비해 꽤 넓은 방사장에서도 풀들이 맥을 못춥니다.
여러분이 드시고 싶은 계란은 어떤 계란인가요?
저 엉터리 인증받은 계란?
설마 그렇지는 않으시겠지만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는 거의 대부분 저런 계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양심적으로 생산되는 계란은 극소수에 불과하니까요~
우리사회가 그렇습니다.
사지선다형문제의 네가지중에 정답이 하나도 없는......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원인이며 대처수준만 어이없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사회의 모든것들이 얽히고 꼬이고 비틀어져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계산이 서질 않는 상태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나몰라라하고 나혼자만 살겠다고 나온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만 나쁠까요?
애들이 죽어가는데도 윗선의 눈치보고 지들의 이해관계나 계산하는
그런자들만 나쁜 것일까요?
권력의 꽁무니에 붙어 똥가루라도 얻어먹으며
나혼자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는 그런자들은 어떨까요?
부와 권력의 정상에서 저혼자 잘 처먹고 살겠다는 자들은요?
그건 결국 모두가 함께 죽는 길입니다.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기위해 사회는 형성되고 발전되어왔습니다.
함께 오손도손 잘 살아보자고 말입니다.
이번 선거와 돌아올 대선......
이미 기회는 물건너간지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나마 우리모두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