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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라는 이름으로

| 조회수 : 16,909 | 추천수 : 22
작성일 : 2014-05-29 02:35:57
저희집 두 아이들은 엄마를 무척 좋아해요.
아빠가 아무리 자상하게 놀아주고 원하는대로 들어주고 해도, 두 아이 모두 엄마만 그렇게 찾네요.
큰 아이 코난군이 엄마 치마폭 안에만 머물때는 '그래, 프로이트 이론 뭐 그런 것도 있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그런 것도 있지? 그래서 그런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딸아이 둘리양도 마찬가지로 엄마한테만 달라붙어있는 걸 보면, 그런 복잡한 심리분석 같은 거 필요없고, 그냥 엄마가 좋은가봅니다.

하긴... 저도 우리 엄마를 무척 좋아해요.
엄마가 저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냥 엄마는 엄마이니까요.

저희집 삼남매가 어마무지하게 먹어대던 시절, 공교롭게도 저희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짜리 아파트 맨 꼭대기층에 살았어요. 그 시절엔 택배나 배달 같은 것도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때라, 매일 저녁 엄마는 시장에 가셔서 반찬거리를 사서 손가락 손가락마다 비닐봉지를 걸어들고 아파트 6층 꼭대기 집으로 나르셨어요.

그 때 카레 한 솥을 끓이면 커다란 곰솥에 만들어도 이틀이 지나지 않아 없어지곤 했죠... ㅎㅎㅎ

야채를 많이 넣고

보통보다 걸쭉하게 카레를 만들면

카레 돈까스를 먹기에 좋아요. 
어린이에게는 수육이나 소세지 등의 단백질을 추가로 얹어서 밥을 비벼 주어도 좋지요.





옛날에 우리 엄마는 매일매일 도시락을 싸주셨어요.
요즘처럼 학교 급식이 일반화되어 있지도 않았고, 학교 매점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으려면 돈도 더 많이 들었으니까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평가하자면 우리 엄마 음식솜씨는 요즘의 저보다 못했던 것 같지만... 그건 아빠의 얇은 월급봉투를 가지고 먹거리 뿐만 아니라 교육비며 (비싼 과외나 사교육비는 꿈도 못꾸고, 중고등학교 공납금을 내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생활비를 써야 했기에, 엄마의 반찬은 늘 소박하다 못해 초라했고, 그래서 음식은 솜씨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귀처럼 먹어대는 아이들의 배를 채우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반찬은 이렇게 정성이 가득 담긴 모습이었어요.





비싸고 화려한 반찬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은 아이들의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은 그토록 소중한가봅니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이제 누구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학교앞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조잘대던 아이들은...
그 일만 없었더라면...
그 끔찍한 사고와 그 무자비한 뒷수습만 아니었다면...
나중에 자라서 또다시 엄마가 되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그렇게 되었겠죠?




다음 세대를 위해서 투표합시다.


이렇게 어린 애기 엄마들도...

세월호 아이들처럼 중고생 아이를 둔 엄마들도...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을 바르게 만들어봅시다.
당신의 아이들이 자라나서 다시 엄마가 되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좋은 곳이 되어야 하지 않곘습니까?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당신이 투표해야 하는 이유 입니다.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11999&page=1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년공원
    '14.5.29 2:37 AM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811999&page=1

  • 2. undo
    '14.5.29 8:23 AM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가 16명이나 있다는 데 점점 잊혀질까 너무 걱정됩니다.
    잊지 않고, 투표하겠습니다.

  • 소년공원
    '14.5.30 3:03 PM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계속해서 꾸준히 글을 쓰려구요.
    감사합니다.

  • 3. 비바
    '14.5.29 8:37 AM

    멋진분..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제가 소년공원님 같은분때문에 82를 사랑하지 않을수가 없네요^^

  • 소년공원
    '14.5.30 3:03 PM

    부끄럽습니다...
    네가 늘 82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 4. 진선미애
    '14.5.29 10:56 AM

    소년공원님 어머니는 한국에 계시나요?

    소년공원님 같은 딸을 둔 엄마는 딸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요^^

    저희집 대딩딸들은 투표할수 있는 연령이 되고나서부터 한번도 안빼먹고 하고 있습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자기들이 행사한 후보가 낙선해서 실망도 여러번..
    하지만 이번에도 꿋꿋하게 소신껏 한표 행사하겠답니다

    다행스럽게 우리집은 정치성향이 동일해서 선거철만 되면 더 돈독해진답니다

    이번엔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 소년공원
    '14.5.30 3:05 PM

    네, 제 부모님과 시부모님 모두 한국에 살고 계세요.
    그래서 늘 그립죠.

    선거철에 온가족이 대동단결 돈독해지신다니 참 좋아보여요 :-)

  • 5. 정후맘
    '14.5.29 11:14 AM

    잠깐 음식보러 들렸다가 울컥 눈물이 쏟네요.
    저희 엄마는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면서도 5남매 도시락 5-10개를 매일 준비해주셨어요.
    무장아찌, 달걀말이, 김치볶음, 가끔 가다가 오징어 채...
    화려한 도시락은 아니었어도 그때 먹었을 때 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내이고, 여동생이고, 언니, 누나겠지요?
    따스한 밥 한 그릇에 뚝딱 만들어서 가족에게 정성스럽게 음식대접하고 싶은 그런 분들이지요?
    누군가를 위해 요리할 수 없는 분들 생각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제발 다시는 이런 슬프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
    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될거에요.
    산불이 난 숲속에서 한 모금씩 물을 나르는 벌새를 다른 동물들이 비웃자 벌새는 말했지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야 우리도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요.

  • 소년공원
    '14.5.30 3:06 PM

    맞아요... 엄마의 음식은 화려함 보다는 정성으로 기억되는 것인가봐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
    참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그렇지만 매우 중요한 일인듯 해요.

  • 6. 자전거
    '14.5.29 12:48 PM

    나는 엄마다. 이 말이 이토록이나 가슴 저리게 느껴진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선거양상이 이상하게 진행되는 듯 싶지만,
    그리고 일부 관심없는 이들은 여전히
    이 나라 정치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투표는 엄중하게 치룰랍니다.
    추억에 젖게 하는 옛날 사진을 보며 슬몃 웃어봅니다.
    마음이 참 따뜻해져 오네요.

  • 소년공원
    '14.5.30 3:08 PM

    요즘 저는 방학이라 시간이 좀 많아서 옛날 사진을 정리하고 있어요.
    엄마랑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을 보니, 그 때 엄마의 심정이 요즘의 나와 비슷했겠다... 싶어서 세대를 이어가는 엄마의 마음을 새삼 느꼈어요.

  • 7. 써니
    '14.5.29 7:47 PM

    내 아이들에게 주는 따뜻한 밥상이 요즘은 가끔 죄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엄마입니다. 네 아이 내 아이 가리지 않고 엄마들은 거리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만 나도 가슴이 철렁해지지요.
    이번 선거 눈 부릅뜨고! 제대로 선택하겠습니다!

  • 소년공원
    '14.5.30 3:09 PM

    네, 선거 잘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요!

  • 8. 호호아줌마
    '14.5.29 8:16 PM

    어머님이 참 미인이세요
    저도 세월호 사건 이후로 엄마란 말이 참 애틋하게 들려요

  • 소년공원
    '14.5.30 3:09 PM

    ㅋㅋㅋ 울엄마가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 댓글이네요 ^__^

    엄마가 보고 계시려나요?

  • 9. 강물처럼살죠
    '14.5.29 10:08 PM

    소년공원님 글 보러 요새는 옵니다.
    외국에서도 모국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꼭 저도 투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소년공원
    '14.5.30 3:11 PM

    제가 뭐 대단한 애국자는 못되구요...
    그냥 범우주적으로...
    한국이든 미국이든 방글라데시든 그 어느 나라라도 상관없이...
    엄마들은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 10. 소년공원
    '14.5.30 3:21 PM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싫다" 라고 아시는지요?
    힙합래퍼 유엠씨 유위 라는 젊은이가 원래는 딴지일보에서 시작했던 방송인데, 얼마전부터는 독립해 나와서 방송을 계속하고 있어요.

    요즘 무리를 하면서 매일 방송을 올리고 있는데, 전국 모든 선거구의 모든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을 조사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방송을 다 들을 필요는 없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방송분만 들으시면 이번 선거에 큰 도움이 될 듯 해요.
    아외로워 이용 청년과 물뚝심송 박성호 님의 깨알같은 재미진 입담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거예요.

    http://www.podbbang.com/ch/7585
    요기서 들어보시길...

  • 11. 다람쥐여사
    '14.5.30 7:51 PM

    사고 이후 매일매일 눈물이 나오다가
    그래도 이게 또 내일이 아니어 그런지 요즘은 일상으로 돌아와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는데
    소년공원님 글보다 또 눈물이 터졌어요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이제 누구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까요...

    아이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엄마최고..할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일상인데 말이지요

    내아이가 바르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기위해 눈물 닦고 힘내야겠지요

  • 소년공원
    '14.6.15 9:27 PM

    제 답 댓글이 너무 늦어서 죄송해요.

    일단은 눈물을 닦고 힘을 내시구요...

    그 힘을 우리 모두 보태어 봅시다.
    들불처럼 번져가는 우리의 생각이 언젠가는 이 엉터리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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