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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5월을 보내며..

| 조회수 : 18,454 | 추천수 : 14
작성일 : 2014-05-26 15:04:28

잔인한 4월에, 아픈 5월을 보내고,, 조금은 희망찬 6월을 맞고 싶습니다.

준비는 하셨나요..

우리 손으로 되찾아야죠..

모르겠으면 은근 자게에 띄워보세요..

나, 어디산다.. 워쩌냐... 하구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실겁니다..

 

전, 메밀전을 부치지 못했습니다.

맨날 찢어먹고 너덜거리고 두툼해서 떡인지 부침개인지..

그런데 드디어 메밀전을 성공하고 메밀전병까지.....ㅠㅠ

답은 메밀가루더군요.

비싼 순도 100% 국산메밀가루를 5시간 물에 불려놓으니

쫀득히 질감이 살아나서 얇게 부쳐지기도 하고 탄력도 생기고...

묵은 김장김치와 된장에 박아둔 무짠지를 꺼내 속을 만드니 천하 별미가 따로 없습니다..

 

제가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만들어 먹게 된 이유는 딱 하나,, 맛입니다.

메주도 직접 띄우고 간장도 된장도 직접 만들고,

 

요로코롬 고추장도 직접 만드는 이유는...

대충 만들어놔도 마트표는 감히 명함도 못내민다는거죠.

 

이런 기본 조미료들이 맛이 있으면 뭘 해놔도 맛깔스럽습니다..

(어후.. 좀 민망하긴 하지만.. 제 입맛엔 맛있더군요...ㅠㅠ)

 

요 아리꾸리하게 생긴 애들이 뭔지 아십니까..

된장에 박아놓은 무짠지입니다..

지난 겨울 김장하고 남은 무를 소금을 듬뿍 뿌려 절여놓았습니다.

이른 봄, 꺼내서 찬물에 한번 헹군뒤 햇빛에 꾸들하게 말려

갈무리해놓은 묵은 된장에 넣어두었어요..

한달 정도 지난 후 꺼내보니........... 바로.. 이거였어요..ㅠㅠ

한여름, 이거 한조각이면 밥한그릇 뚝딱 한다는 그 무짠지..

간장에 절인게 아니라 꼬순 된장맛이 밴 무짠지...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올핸 김장무를 많이 심기로 했습니다..

뭐 하나 해먹고 맛나면 다음 해에 많이 심자..로 귀결되는 참으로 단순한 저..

 

그래서 처음 맛본 이 엄나무순에 반해 텃밭 공터에 엄나무를 잔뜩 심었죠..

올해 솔찬히 수확이 되어서 냉장고에 꽉꽉 채워넣고, 가족친지들에게 선심(!)좀 쓰고,

장아찌도 담고 묵나물도 만들어놓고, 무엇보다 봄내 질리도록 먹었습니다..^^;;

 

뿐만아니라 고대하던 두릅튀김도 느끼할 정도로 해먹었죠..

 

또, 삼나물도 맛보곤 홀딱 반해 조금 심어놓았는데 이녀석도 올해 효자였습니다.

조금 부풀려 아기 손가락 정도 굵기의 고비다.. 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부드럽고 쫄깃한 질감이 자꾸 손이 가게 되네요..

이것도 역시 필 받아 뿌리를 캐내 포기나누기 해서 수를 늘려놨습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늘려놓은 묵나물 단지들... 음홧홧홧~~~~~!!

겨우내 밑반찬으로 쓸 생각을 하니 벌써 입맛이 돕니다..^^

 

사실.. 푸성귀만 먹고 산건 아닙니다..

올봄의 하일라이트는 이... 멍게비빔밥입니다.

싱싱한 멍게를 소금, 고춧가루, 다진마늘과 함께 무쳐 잠시 숙성 후

뜨거운 밥에 올려 상추, 김, 약간의 참기름과 함께 비벼먹는... 그 맛...!!!

 

뭐... 제가 해산물을 못먹는다는게 반전은 반전이지만

고기보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울 엄마는 비벼놓은 밥을 찍는다고

핸폰 찾으러 간 사이 반을 뚝딱... 해치워.. 절 멘붕오게 만들만큼 만족하셨죠..

 

그리고, 진정 제가 자랑하고픈건 이겁니다..

떠 먹는 술..^^;;

이화주입니다~

들어보셨나 모르겠는데 전통주중에 이화주라고 요구르트처럼 떠먹는 술이 있습니다..

 

제가 이 이화주에 꽂힌 이유는 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ㅎㅎㅎ

전통주를 만드는 건 재밌는데 술이 되고 나면

걸러서 지게미 버리고.. 뭐 .. 이래야 하는게 번거로워 손이 자주 가지 않았는데,

이화주는 거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술이 완성되면 윗사진처럼 수저로 더먹는거에요~

당도가 높기 때문에 알콜도수는 낮은 편이고 대신 새콤하면서 달달합니다.

그래서 제가 또.. 이걸 그냥 놔두지 않았죠..

 

쨘... 원래 이름처럼 하얀 술인데,

이걸 가져도 저렇게 노랗고 빨갛게, 거기서 모자라 아이스크림과 스무디까지~

완성된 술은 냉장고에서 몇달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번 담아놓고 덜어내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스무디도 만들고~~~~

요즘 이러고 삽니다..........만,

 

역시.. 제가 술은 하나도 못한다는 반전이.....ㅋㅋ

만든 술은 모두 울 엄마의 디저트나 손님접대용이라는.....

 


올봄, 마지막 작업으로 아카시아발효액을 담았습니다..

꽃송이를 따면서 이걸 뭐하러 따지.. 했는데 알고보니 제 코가 다 막힌거였어요..

엄마는 뚜겅만 열어도 집안에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찬다고 했는데,

전.. 왜 꽃에서 향기가 나지 않는지 내내... 의문스러웠거든요..

 

이렇게 봄은 비염과 함께 추억으로 새겨집니다..

간혹 자면서도 갑자기 심장이 벌렁이면서 깨는데 저만 그런거 아니겠죠...

40평생을 잘 살다가 갑자기 어둔 방이 무섭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저만 그런거 아닐거구요...

그래도 마음으로 빌고 또 비는 것 밖에 못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게 힘겹네요..

가볍게 아님 말지 뭐.. 하고 넘어갔던 한 표의 책임이.. 모두 꽃다운 어린 생명에게 쏟아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엔 꼭...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꼭... 꼭.. 눌러 찍어봐요..

꼭 눌러준 한표가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든 아이들을 깨워

따듯하고 환한 하늘로 올라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라늄
    '14.5.26 6:26 PM

    차가운 바다속
    또 눈물나요

  • remy
    '14.5.27 7:51 AM

    네.. 그 생각이 나면 까마득한게 답답해져 오네요..

  • 2. 백김치
    '14.5.27 6:31 AM

    살림꾼 중에 꾼이시네요~♥
    근데 아카시아발효액은 어디에 쓰시나요?

  • remy
    '14.5.27 7:52 AM

    그냥 먹어요...ㅎㅎㅎ
    실습용이예요.
    시럽으로 담는 법을 연습하면서 담아본거에요.
    아카시아로 튀김도 해먹고 말린차로도 만드니까요..

  • remy
    '14.5.27 7:53 AM

    어렵지 않아요..
    일년 혹은 2-3년에 한번씩 담는거니까
    양을 많이 하지 마시고 메주 한두덩어리만 갖고 시작해보세요..
    무릅까지 오는 작은 항아리 하나만 있음 간장, 된장은 만들 수 있어요.
    고추장은 병에 담아도 되구요..

  • 3. 초록하늘
    '14.5.27 8:49 AM

    레미님-이라고 쓰고 능력자라고 읽는다.

    모두 힘들고 아픈 봄을 보내고
    여름으로 다가가고 있네요.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지는게 힘들고 무겁지만
    더 열심히 사는게 남겨진 우리들 몫이겠지요.
    6월에 한표를 멋지게 행사하고
    남탓 하지말고 우리 자리에서 꽃피워요.

    올려주시는 음식, 발효비법 모두 보약처럼 챙깁니다.

  • remy
    '14.5.27 9:43 AM

    음식은 취향입니다..
    사람들 모두 자기 입맛에 맞게 뭔가를 만들어 먹죠.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먹는거보다야 맛있으니까 만들어 먹는거에요..
    그걸 능력자라고 하진 않습니다..^^;;

  • 4. 행복
    '14.5.27 9:51 AM

    마음만은 청춘인 40아줌만데요, 시장, 도지사,시의원, 도의원, 교육감 홍보유인물 꾸러미 풀어보고 누가누군지 헷갈려서 메모해두었어요.
    제 또래 엄마들보면 아예 유인물 읽어보지도 않고 버리거나, 선거에 무심한 사람들도 많은것 같고..
    참 답답하고 안타까워요.

    저도 한살림에서 메밀가루 사다가, 강원도에서 먹어본 그 메밀김치말이 시도했었는데
    텁텁하게 떡지고 산산조각나는 바람에 딱 한번하고는 냉동실에 보관중이었거든요,
    르미님 글보고 침꼴깍 삼키며 미리 불려놓을 요량으로 냉큼 냉장고로 달려가 메밀가루 꺼냈어요.
    근데..지금 포장지 뒷면에 보니,반죽을 미리 해놓으면 쫄깃해진다고 써져있네요^^;
    그냥 보통 부침개랑 똑같을줄 알고 뒷면은 읽어보지도 않았었는데..
    덕분에 오후 간식으로 맛있는 메밀전병김치말이 해먹게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remy
    '14.5.27 10:23 AM

    저도 요즘 70순 엄마 붙들고 매일마다 교육중입니다..ㅎㅎㅎ
    이 사람은 꼭 뽑고, 다른건 맘대로 해도 이것만은 절대 찍지 말라고...

    메밀부침 맛나게 해드세요~~

  • 5. 내년에살뺀다
    '14.5.27 12:25 PM

    제 얘기를 하시네요..저도 제 무관심이 꽃다운 어린생명 에게 떨어질줄 몰랐습니다..정말로..

    아침녁 출근할때나 해질녁 정말 문득문득 눈물이 날것만 같던일들이 왜 그런지 르미님 글을 읽고

    깨닫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 remy
    '14.5.27 6:20 PM

    화이팅입니다..
    내가 아이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 6. 프리스카
    '14.5.27 5:04 PM

    선거에 무관심은 없었는데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을 만났나봐요.
    아님 인터넷이 발달해서 더 잘 알게 되었는가 싶기도 한 요즘이죠.

    누가 준 메밀가루 있는데 한 번 해먹고 이상타 놔뒀는데 해봐야겠어요.
    엄나무 옻나무 순 참 맛있는데 기회되면 심어봐야겠습니다.

  • remy
    '14.5.27 6:21 PM

    엄나무 잘 자라요~
    2-3포기만 잘 길러도 한집에서 먹을껀 충분히 나오네요..^^

  • 7. 아따맘마
    '14.5.27 9:18 PM

    어렸을적에 동생이랑 뒷산에 가서 아카시아꽃 잔뜩 따가면 엄마는 그걸로 술 담그셨던 기억이...^^

    세상을 바꿀 6월이 다가오네요.

  • remy
    '14.5.27 9:31 PM

    그러게요..
    그렇게 향이 좋은데.. 전 왜 맡질 못하는가....ㅎㅎㅎ
    6월은 꼭..!!

  • 8. 가루설탕
    '14.5.28 10:19 AM

    조렇게 얇게 부친 메밀전은
    그냥 메밀가루인가요? 메밀부침가루인가요?

    너무 건강식으로 보여서 꼭 해보고야 말거야요

  • remy
    '14.5.28 10:42 AM

    메밀가루예요..
    부침가루는 밀가루랑 섞인거라 사용하기 쉬워요..
    대신 맛은 덜해요.

    100% 메밀가루로 써야 뭐랄까 특유의 메밀부침 맛이 있어요..
    전병도 맛있지만 그냥 얇게 부쳐서 파랑 배추(묵은지도 괜찮아요) 한두줄 올려놓은
    메밀부침도 맛있지요~

    되도록 얇게 부치는게 좋은데 쫀득한 맛이 없으면 부치면서 죄다 너덜거려요...ㅎㅎ
    그래서 두껍게 하면 완전 떡되고, 떡만 되면 괜찮은데 그 떡이 조각조각나서 너덜너덜....ㅋㅋ

  • 9. 상큼마미
    '14.5.28 10:58 AM

    remy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언제나 정갈한 우리의 고유음식 그중에서도 발효음식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보고 느끼는 생각이 참곱다 참아름답다 부럽다 입니다
    그리고 읽는 저에게까지 엔돌핀 팍팍 주시는 님 덕분에 저도 희망의 6월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 remy
    '14.5.28 9:27 PM

    자의반타의반.. 모두들 비슷한 이유 아닌가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 10. 엘리지
    '14.5.28 2:13 PM

    예쁜사진과 글을 읽어 내려오다가....

    이번엔 꼭...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꼭... 꼭.. 눌러 찍어봐요..
    꼭 눌러준 한표가 차가운 바다 속에 잠든 아이들을 깨워
    따듯하고 환한 하늘로 올라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

    이라는글에...오늘또 눈물이 주르르르....

    좋은글..예쁜사진...그리고 마음 담아 갑니다 ....

  • remy
    '14.5.28 9:54 PM

    감사합니다..

  • 11. 수인선
    '14.5.28 2:58 PM

    잠든 아이들을 깨워,
    따뜻하고 환한 하늘로 올라가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울면서 투표하러가는 분들 많을 겁니다.

    눈물이 많은 사람은 사랑이 많고 사랑이 많은 사람은 강합니다.

    맛난 장아찌 눈으로 잘먹고, 몸힘 마음힘 다시 일으켜봅니다.
    고맙습니다.

  • remy
    '14.5.28 9:54 PM

    이번엔 꼭.. 기쁨의 6월이 되도록 노력하자구요...!!

  • 12. 주디
    '14.5.29 12:11 AM

    올리신 먹거리들만 봐도 힐링이 되네요.
    이런 부지런하고 정직한 음식을 해먹어야할텐데 현실은 빵과 면 ㅋ
    멋지세요 님~

  • remy
    '14.5.29 9:48 AM

    저도 빵이나 면 좋아해요..
    더구나 자주 해먹어요...ㅎㅎㅎㅎ
    감사합니다^^;;

  • 13. 겨울
    '14.5.29 11:28 PM

    레미님?? 블로거 있슴니꺼?? 고추장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전 된장을 담았는데 된장이 다 허물어져삐리대요

  • remy
    '14.5.30 9:42 AM

    블로그에 레시피 없는데요...ㅎㅎㅎ

    저 위에 본문 마지막에 달린 박스에 제 프로필이 있고 블로그 주소가 있습니다..
    궁금하신건 그냥 물어보셔도 됩니다~

  • 14. 쎄뇨라팍
    '14.6.30 9:16 PM

    정말, 정말 부럽고 반성합니다
    사진까지도 잘 찍으시공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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