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
씨가 감기로 힘들어하는지 일주일째다
.
바쁘다는 핑계로 밥 한 끼 챙겨주지 못했다
.
이른 퇴근을 해본다
.
부지런히
,
가능하면
H
씨 퇴근 전에 저녁을 차려보자고
.
하지만
H
씨 먼저 퇴근해 있었고
‘
저녁은
?’
하고 묻는 말에
‘
삶은 감자 있는 것 대충 먹었어
.’
하는 대답을 들었다
.
“
콩나물 밥 할께
,
달래간장에
.
좀 더 먹을래요
?”
하 물었더니
“
그냥 한 숟가락 거들게 조금만 해요
”
라고 한다
.
그렇게 해서 차린 저녁밥상
콩나물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올해 첫 수확물인 상추와 이웃 텃밭에서 얻은 겨자채에
……
.
뜨거운 국물이 필요할지 몰라 고추장 푼 감자국과 함께
.
그렇게 저녁 먹고 산책 겸 걸어서 장보러 갔다
.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는 데
“
체력이 달리네
.
세월호 때문에 잠을 설쳐서 더 그런 것도 같고
”
하는
H
씨 얘기를 들었다
.
아무 말 못하고
H
씨 옷깃을 여며주었다
. 5
월의 밤바람이라지만 바람 들지 말라고
.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다는데
,
많이 아파할 부모와 선생님들과 또래 아이들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저녁상이라도 마주했길 바래본다
.
#2
K
에게
어제 오늘 부쩍 선거관련 기사가 늘었다
.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정치일정은 일정대로 진행된다
.
왜냐하면 세상 어떤 일이든 결국 정치로 수렴되기 때문일 거야
.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글들을 보면
,
‘
타인의 극심한 고통조차 정치
,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해서 공감하는 사람들
’
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야 모두 같다고 말들 하지만 이를 해결하고 표현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
바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여 있기 때문이지
. ‘
정부 책임이다
,
아니다
.’
라는 공방이 대표적일 거다
.
누군가엔 지켜야 할 기득권일 테니까
.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필요한 만큼 필요한 부분만 보게 되는 거다
.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
네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모르지만 혹여 작든 크든 어떤 책임을 맡은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
해서는 안 되는 말
,
태도
’
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
대표적인 게 분열이란 단어일거야
.
분열이란 단어에는 통일된 행동
,
이견불가라는 전제가 있다
.
작은 모임에서조차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 단어를 쓸 때 어떤 분위기가 연출되는지 너도 보았을 거야
.
하물며 정부나
,
기득권 집단에서야 오죽하겠니
.
세월호 관련해서도 분열이란 말이 회자되더구나
.
어제 기사에 세월호 관련 정부를 비판한 뉴욕타임즈 광고와 이에 대한 반박이 보도되었다
.
국론분열이란 단어가 빠짐없이 보도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 ‘
가만히 있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일을 왜 반론을 제기해서 분열로 보이게 하는 거지
?’ ‘
그렇다면 참사 원인 규명과 비판 없이 정부하는 대로 가만 히 있으면 국익과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는 걸까
?’ K
야
!
이런 경우 누가 가만히 있어야 할까
?
책임 있는 자리
,
힘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다
.
별별 소리가 다 나오고 설사 억울할지언정 가만히 들어야 하는 거다
.
왜
?
힘 있고 책임 있는 자리니까
.
대통령과 통치 집단의 무한 권력의 정당성은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획득된다
.
그 정당성을 한 번 획득했다고 해도 다음 선거가 있기에 경쟁자의 견제와 비판은 상존한다
.
그래서 선거후 경쟁자의 견제와 비판을 당연히 여기고 아우르며 일해야 하는 것도 이긴 자의 몫이다
.
소위 정치력이라고 하는 거지
.
고작 분열 따위의 말로 국면을 넘기고 지지자를 모으는 건 정치력이라고 할 수 없어
.
이
‘
분열
’
이란 말의 버전 업은
‘
적전분열
’
이란 경우다
.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내부의 이견은 곧 적전분열이라는 거고
.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귀결된다
.
이 경우 왜 적이 되었으며 왜 싸우는지
,
어쩌다 혼란스러워 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또 이 적은 실재하는 경우도 있고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경제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한다
.
어느 경우든 공포를 동반하며 지금까지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
처음으로 선거권을 얻은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지만 너의 선택을 늘 존중하마
.
최선이든 차악이든 보다 근복적이고 급진적이든
,
설사 기권일지언정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
다만 힘 있는 사람
,
집단일수록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 있다는 것을 아는 집단과 아닌 집단을 구별할 줄 알았으면 한다
.
또
‘
주장은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주장하는 목적을 추구
’
해야 함을 잊지 마라
.
즉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
주장
’
의 전제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
남의 주장을 들을 때도 너의 주장을 펼 때도 마찬가지다
.
사랑하는 딸
오늘도 집중하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