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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까칠과 참회

| 조회수 : 18,470 | 추천수 : 8
작성일 : 2014-05-13 11:39:35

#1. 까칠한 걸까 ?


일요일 저녁 , 1 박 2 일이란 TV 프로그램을 봤다 .

늘 그랬듯 게임을 했고 진 팀이 번지점프하기로 되어 있었다 .

번지점프대에 올라선 출연자들이 ‘ 도저히 못하겠다 .’ 며 버티고 결국 번지점프는 다시 게임을 해서 세 명중 한 명만 하는 것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었다 . 예능답게 자막까지 뜨는데 불편함을 넘어 ‘ 쿵 ~’ 하며 먹먹해지던 느낌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


번지점프 ,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야만 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한껏 드러내던 출연자들이 ‘ 나만 아니면 돼 ’ 라는 자막과 함께 확연히 달라진 표정으로 ‘ 가위 바위 보 ’ 를 하는 장면에서였다 .


미리 고백하건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 아무리 재미를 위한 컨셉이고 과장된 실재라고는 하지만 게임에서 출연진간의 ‘ 속임수 ’, ‘ 소리지름 ’, ‘ 나만 아니면 돼 ’ 라는 빈번한 자막 , 음식에 대해 보이는 출연진의 과장된 태도들이 불편했다 . ‘ 꼭 저렇게 웃겨야 하는 걸까 ?’ ‘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늘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 의구심을 가졌었다 . 하지만 예능은 다큐가 아니니까 ! 요즘 웃음코드인가보다 . 과장되긴 했어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이기와 유치함을 그냥 드러내는 것으로 재미를 만드는 걸 테지 …… . ‘ 웃자고 하는데 찌푸리는 내가 문제지 ’ 하며 채널을 돌리곤 했었다 . 사석에서 어쩌다 비슷한 얘기가 나와도 ‘ 어쩌겠어 , 세상이 그런데 ’ 하는 푸념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


일요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내내 불편한 이 감정은 힘과 돈 앞에서 찌질 하고 이기적이며 유치해지는 내 모습을 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 게임룰을 바꾸며 PD 는 셋 중 한명만 번지점프 하는 대신 나머지 두 명은 협조해줄 것을 조건으로 내 걸었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밝은 표정으로 ‘ 가위 바위 보 ’ 를 하는 장면과 ‘ 나만 아니면 돼 ’ 라는 자막에서 .


단순히 게임규칙을 바꿔서가 아니라 바꾸는 과정에서 PD 의 ‘ 협조요구 ’ 와 그것을 수용하는 장면이 지금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그래서 참담해 하는 우리 민낯은 아니었을까 .


‘ 게임규칙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 .’ 거나 ‘ 규칙을 바꾸더라도 권력자인 PD 의 요구와 출연진의 수용태도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아쉬움 ’ 이라고 프로그램은 순한 ? 비평이라도 해본다지만 저 장면이 웃음을 줄 만큼 공감 했던 우리 삶의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 내 생각 구석구석 , 우리 삶속 깊숙이 스며든 것들은 어찌해야 하는 건지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


13.gif

12.gif

소찬이나마 마주하고 싶은 이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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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에게


오월이다 . 좋은 날씨다 . 하지만 드러내놓고 신록을 느끼기엔 무거운 무엇이 있는 때다 .


‘ 자신의 고통만 느끼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의 고통만 아는 이들도 있고 정치 , 경제적 이해에 따라 고통을 선별해서 아파하는 사람도 있다 . 반면 모든 존재의 고통을 아파하는 사람도 있다 . 참회라는 말이 있다 . 불가 ( 佛家 ) 에서는 참이란 잘못을 짓지 않는 것이고 회란 잘못을 아는 것이라 가르친다 .’ 고 한다 .


권력자이든 아니든 '어른'이라는 화두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일이 많은 요즘 절절히 다가오는 말이다 . 살면서 네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일이 있거들랑 , 우리 사회와 네 삶을 살펴야 할 때 나침반처럼 지녀도 좋을 듯하다 . 몸도 마음도 무거운 때다 . 매사에 삼가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피 거라 . 그렇다고 그 무게에 눌려 웃음을 잃지는 말고 .


알고 있겠지만 주말부터 엄마는 감기로 힘들어하더구나 .

전화나 문자라도 자주해주렴 .


사랑하는 딸

오늘 하루에 집중 하렴 !

밥 잘 챙겨먹고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emy
    '14.5.13 12:57 PM

    잘 먹겠습니다..^^;;

    요즘 한창 나물때라 몇일째 나물손질로 푸성귀 향에 질릴정도입니다..
    그래도 요때 잘 해놔야 일년 푸릇한 먹거리가 생기기에 어쩔 수 없네요..
    순간순간 막막하고 울컥하지만 또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까
    어쩔 수 없이 꾸물꾸물 살게됩니다..

  • 오후에
    '14.5.13 5:00 PM

    꾸물꾸물? 그렇죠...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된건지 아니 고작 여기까지 오고 주저앉아 푸념한건 아니었는지....

    그래도 기운내봐야겠죠.
    하루하루 집중해야 하는 오늘이니까요.

  • 2. 피칸파이
    '14.5.13 7:25 PM

    저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한 점이었습니다.
    무수히 반복되는 반칙과 어떠한 반칙을 쓰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 그리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멘트...
    웃음의 포인트로 보기에만은 불편한 장면들이어서
    이런 점들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더라도...
    아이들이 이런 점들을 그대로 보고 배우기도 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인식이 퍼져나가는 것 같아서요ㅜ

  • 오후에
    '14.5.14 9:09 AM

    무수한 반칙과 나만 아니면 된다... 참 무서운 태도 같습니다.
    무수한 반칙에 나만 안당하면 되고 나도 반칙해서 이길수만 있다면... 이런 생각들이 너무 광범위하게 퍼진것 같아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몸에 베어버려 생각마저 멈춘건 아닌가 합니다.

    예능프로그램은 그걸 확인시켜준거죠.
    2년전쯤에 회사 동료가 그러더군요.
    사내문제로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할 때였는데... 아들에게 물었답니다.
    그래도 군대간 녀석이 휴가 나왔기에너도 이제 성인이니 의논해보자 싶어 물었답니다.
    그런데 대답이 "간단하잖아요. 아빠한테 피해오는 것 없는데 왜 그래야 해요."였다며
    '내 자식조차 이럴수 있구나'하고놀랐다고 반성하더군요

  • 3. 그대로
    '14.5.14 2:27 AM

    역시 오후에님^^이당~

    당신이 그립더군효~
    유독 지난 달에는..

  • 오후에
    '14.5.14 9:27 AM

    일상에서 뭔가 해야 할때
    일상에서 부끄러워지는 때인것같습니다.

    심란해서인지 별반하는것 없이 괜히 분주해져서 자주 못오네요.

    처음 대선할 때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그런다고 세상 바뀔것 같니, 그 사람들 입없어서 대꾸 안하는 거 아니다.
    다 조용히 입 꾹 다물고 있다가 투표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암말 않는거다.
    지들이 이기면 좋은거고 설사 져도 암말 안했으니 누구찍었는지 모르고 인심잃은거 없고 그래서 암말 않는거다.
    누구 말이 옳고 그른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싫고 그냥 좋고 그런거야.
    괜히 입찬소리로 인심잃지 말고 너나 똑바로 살아. 그게 백마디 말보다 나아" 그런데 정말 내 주위에서 아무도 지지한다고 들어본적 없는 노태우가 1등을 하더군요.

    세상이 바뀌지도않았고 똑바로 살지도 못했다는 자괴감이 드는 때입니다.

  • 4. 소금
    '14.5.14 7:59 AM

    그러게요....울컥, 건들기만 해도...

  • 오후에
    '14.5.14 9:32 AM

    울지는 말자고요. 스스로 더 아파하지도 말고
    조용히 잊지말고 옷깃에 밤이슬 스며들듯 그렇게...

    담담하게 뚜벅뚜벅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네요

  • 5. 햇빛은 쨍쨍
    '14.5.16 12:14 AM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정치는 무슨....

    선거는 뭐 맨날 그사람이 그사람이지...............

    하는 거 웃어가며 본거..........

    깊이 참회하고

    더이상 울지않고 조용히 담담하게 새기겠습니다.


    마음속에 울컥울컥 솟아나 둥둥 떠다니던 것들이 정리되네요.

  • 오후에
    '14.5.16 11:41 AM

    실제 도토리 키재기고 거짓희망이었던 경우가 많으니까요.
    지금도 그런면이 있고

    합리와 효율이라는 틀에 갇혀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그틀밖에서 사고하기를 너무 겁내고 있는 건 아닌지
    합리와 효율이라는 우물에 갇힌 건 아닌지 하면서 말입니다.

    힘내시길

  • 6. 키리쿠
    '14.5.16 9:18 AM

    제목에 끌려 열어보았습니다.
    일상에서도 반성없이 사는 제 모습이 보이네요.ㅜㅜ

    (실록 -> 신록)

  • 오후에
    '14.5.16 11:39 AM

    그렇네요. 신록
    감사합니다.

    그래도 소리나는대로라고 안도도 해보네요
    요즘은 맞춤법뿐아아니라 소리대로도 못쓰고 엉뚱한 글자를 적어넣는 저를 자주 발견하거든요.

    담백->단백같은

    일상에서 반성 참 쉽지 않습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행동하기에는 선택지가 너무 적은 경우도 많고요.

    이래저리 비루해지는 신록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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