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연못의 백조들은 여전히 수풀 우거진 구석에 숨어서 지내다,
제 손뼉소리나 뽑뽑뽑 소리를 들으면 살금살금 나와서 먹이를 먹습니다.
하얀 백조들이 저의 성동격서(?) 작전을 알아채버려서,
연못의 반대편에서 아무리 손뼉을 치고 불러도 오지 않고,
어린 백조들 공격할 기회만 노리는 바람에,
아예 한 곳에서 어린 백조들이 먹이를 다 먹을 때까지 긴 막대기를 들고 서서
백조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고 지키고 있습니다.
어린 백조들은 하얀 백조들한테 밀려서 땅 위로 올라왔다가
다시 연못으로 들어가질 못하고 근처에서 뒤뚱거리고 다니는데
그건 여우나 개들에게는 너무나 큰 유혹인지라 제가 마음을 졸이지만,,,마음만 졸일 뿐 입니다. ㅠㅠㅠㅠ
어서어서 힘을 길러서, 이 압박과 설움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쫓기다 한 순간 홱 뒤로 돌아 흰 백조들하고 맞짱을 뜨는 반란을 일으켜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 ㅜㅜ
저는 몰랐는데 지난 주 목요일 BBC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고 해요.
이웃들이 갑자기 한국 음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놓길래 왜들 이러시나 했더니, 이유가 그거였어요.
호기심 많으신 제인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할머니는 영국 음식 한가지를 저는 한국 음식 한가지를 서로에게 가르쳐주기로 했습니다.
이 곳은 제인 할머니의 부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 음식인 요크셔 푸딩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신다고.
요렇게 준비해놓으시고 기다리셨어요.
중력분 (이어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하심.),
오일 (다양한 오일이 다 가능한데 할머니의 선택은 올리브 오일)
이 곳 사람들은 쇠고기 큰 덩어리 오븐에 넣고 구우면서 거기서 나오는 쇠기름을 주로 사용합니다.
우유와 달걀, 소금 후추 찬물 약간.
간단하군요.
사진에 나오는 것 같은 팬에 구멍마다 기름을 한 큰술 정도씩 부은 다음,
오븐을 최고로 뜨겁게 예열한 상태에서 기름이 담긴 팬만 오븐에서 기름 타는 냄새와 약간의 연기가 비칠 정도로 둡니다.
그렇게 두고 반죽을 시작하는데 계량이 아주 애매합니다. --;;
할머니 레시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저 계량컵이라고 하시면서 딸이 시집 갈 때 달라고 해도 줄 수 없다고,
비슷한 계량컵이 여러개이지만 딱 저 계량컵만이 제대로 된 요크셔푸딩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그럼 저는 어쩌냐고 했더니 빌려주실 수는 있답니다.
빌려주시면 절대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시는 순진한 제인 할머니. 움하하하
일단 달걀이 크면 두개, 아니면 세개,를 계량컵에 넣습니다.
분리 따위 안해도 됩니다.
그 다음 중!력!분! (강조 또 강조)을 달걀이 담긴 계량컵에 300ml 선에 닿을 정도로 넣습니다. (요것도 아주 애매합니다만)
그리고 소금과 가는 후추를 취향대로 넣고, 그 상태에서 그대로 우유를 400ml선에 닿을 정도로 붓습니다.
이제 포크로 팔꿈치가 시큰거릴 정도로 저어야 하는데 컵이 작아서 쉽지 않지만 설거지가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다는 데 위안을.
마지막에 찬물을 두 큰술 정도 넣고 한번 더 저어 줍니다.
오븐에서 팬을 꺼내 끓는 기름 (혹은 타는 기름)에 반죽을 붓습니다.
이거 좀 위험합니다. 조심조심.
반죽을 구멍마다 채워넣고 후딱 다시 오븐에 넣은 다음,
차 한잔 마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들려오는 할머니의 비명소리.
할머니는 그토록 강조하시던 중력분 대신 박력분을 사용하셨던...겁니다.
할머니의 만류에도 사진을 찍어버렸습니다. ^^
그리하여 처음부터 다시.
제가 혼자 다 해보기로.
중력분 사용. (거의 모든 마트에서 박력분은 파란 봉지, 중력분은 빨간 봉지에 들어있습니다. ㅎㅎ)
달걀 세개부터 새롭게 시작, 도무지 애매한 계량은 할머니의 표정을 살펴가며 눈치로.
반죽을 오븐에 넣고, 또 cup of tea.
할머니께서 앨범을 들고 나오셨어요.
미국 여행 가셔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시는데,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쯤 부엌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궁뎅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제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걸 모르시는 할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로스트 치킨,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요크셔 푸딩은 저렇게 그레이비를 끼얹어 먹는 게 보통인데 저희 가족이 좋아하는 것은 디저트로 먹는 겁니다.
여기는 제 부엌.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할까 싶어
마법의 계량컵은 없지만 그래도 도전을 해봅니다.
팬에 기름 한 큰술 넣고 예열
인간들이 두개씩 먹으면 열개, 개들도 한개씩 먹어야 하니 열두개를 굽기로 하고 달걀 큰 거 세개를 깼습니다.
밀가루와 우유, 소금 후추 간 살짝 해주고,
반죽을 부은 다음
굽습니다..........근데 뭔가 불안합니다.
분명히 요크셔 푸딩을 만들었는데,
왜 이런 요크셔 푸딩이 안 나오고, (가디언지에서 빌려온 이미지)
달걀빵이 나온 걸까요. ㅜㅜ
뜨거울 때 저 움푹 들어간 가운데에 아이스크림을 담고, 꿀이나 시럽등을 얹어서 먹고 싶었단 말입니다.
뭐 할 수 없죠.
달걀빵 가운데를 좀 파고, 아이스크림을 우겨넣은 다음 시럽을 뿌려서 먹습니다.
맛은 있습니다만 앞으로 요크셔 푸딩은 그냥 계속 사다 먹는 것으로.
제인 할머니(빨간 모자)와 에드나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