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세요들?
다들 지난 발렌타인데이는 잘 보내셨는지요.
남들은 기념일 전에 키워드 잘 활용해서 포스팅의 효율성도 높이고 막 그러는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태생이 게으른 저는 오늘도 묵은 포스팅을 올려봅니다.
파워블로거 될 팔자는 아닌가베.
개귀찮.
남자들 전자제품 좋아하잖아요?
재재작년엔 아이패드2
재작년엔 플레이스테이션3
작년엔 소니 데세랄
올해는 머리를 쥐어짜도 뭐가 없는거예요.
ㅈㄴ뻔한 대답을 예상하며
올해도 부질없이 물어봅니다.
발렌타인데이 선물 뭐 갖고싶냐고.
"아이언맨 수트"
왜저래 진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아직 못가진 걸
몇 년 째 타령하고 앉아있는지.
이러다 환갑잔치 때 아이언맨 수트로 자식 손주들 삥 뜯을까봐
올해는 기필코 사주려고 폭풍 검색 들어가봅니다.
내가 생각한 아이언맨 수트
현실 아이언맨 수트1
현실 아이언맨 수트2
집을 팔아도 아이언맨 수트는 살 수 없으니
선물 2순위를 말하라며 어르고 달래서 일행의 주위를 돌려봅니다.
"그럼 건담 만들어줘"
까라면 까야죠.
이 화상이
건담 피규어가 갖고는 싶은데 만들기는 싫고
일단 사다나른 미개봉 프라모델 박스가 서재에 잔뜩 쌓여있고
그 중 상급 RG그레이드 두 박스를 골라서 꺼내다주고,
차라리 새 거 면 내 마음이라도 편하지.
박스마다 만들다 만 건담 머리가 굴러다니고.
누구는 누워서 올림픽 피겨 시청+드래곤베인 할 동안
저는 정신력으로 경추,요추를 마취 시키고 그렇게 밤을 새워 건담을 조립했습니다.
발렌타인데이 선물은 이렇게 해결되는듯 싶었으나
선물픽업아티스트인 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다시 한 번 머리가 터집니다.
그리곤 결국 자포자기를 하죠.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2는 구형이니까요.
...................................
내년2월엔 꼭 플레이스테이션 4가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그나저나 요 근래 컨디션이 안 좋아 골골댔어요.
올해는 고디바나 에릭케제르에서 제가 먹고싶은 초콜렛 사다줄랬는데
선물도 막 사재낀 마당에 너무 대충 지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물론 화이트데이같은 날 좀 다퉜다고 그냥 모른척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지만
전 그런 악당이 아니니까요.
전 날 건담 만들고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오전 느즈막히 일으켜 세워 일단 뭐라도 먹습니다.
베이글에 크림치즈 마이쪙!!!!!!!!!!!!!!!!!!!!!!!!!!!
온 집안을 최대한 뒤져서 나온 애들로 무얼 만들 수 있나 쥐어짜봅니다.
백설 브라우니 믹스 + 누텔라 + 버터 + 로터스 비스킷 스프레드
야매 초콜렛 케익
브라우니 믹스 ------- 320g
병!!!!!누텔라 -------- 120g
동물성 생크림 ----- 적당히
크림치즈 ------------- 약간
에스프레소 ----------- 원 샷
버터 ----------------- 약간
*생크림은 되도록 동물성으로 사용.
에스프레소는 인스턴트 블랙으로
크림치즈는 화이트초콜렛으로 대체가능.
차라리 대충 반죽해서 데블스푸드케익이나 갸또쇼콜라 만드는게 쉽겠구만
어차피 장 볼 시간도 없을 뿐더러 집에 오븐도 없고,
브라우니 믹스는 전자렌지에 돌리는거니까 죵니 거저먹겠다고 생각한 나 자신에게 돌아가 멱살을 잡고싶네요.
때마침 찬장 구석에서 발견한 실리콘 틀.
안 쪽에 버터 꼼꼼히 발라줘요.
다른건 몰라도 애는 참 성실한 저는
브라우니 믹스 조리예를 신중히 따라갑니다.
믹스 처음 써보는데
쫜득쫜득한 브라우니 - 물50ml투척
부드러운 브라우니 - 물70ml투척
고로 저는 70ml투척
틀이 작아서 두 번에 나누어 구울라니 슬슬 귀찮아져요.
암튼 조리예대로 3분30초 버튼을 누르고 그렇게 뻘짓의 싹을 틔우게됩니다.
돌린 후.
점점 불안하지만 트롤의 토사물.jpg 짤방으로 돌아다닐 염려는 없겠네요.
틀에 버터 쳐발쳐발 했는데도 바닥 뜯어지고 난리났어요.
체력 급 저하.
그래도 받을 사람 생각하며 계속 해야겠죠.
누구는 화이트데이 그냥 넘어가고 선물 줬다고 바락바락 우기기도 했다던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그죠.
하나뿐인 실리콘 틀 다시 세척해서
나머지 반죽을 다시 부어줍니다.
짜증짜증.
굽고
떼어내.......또 부숴짐.
짜증짜증개짜증.
어쩜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는지
1+1할 때 사다둔 믹스가 한 봉다리 남아있는 바람에
그냥 이쯤에서 포기하고 초콜렛을 사왔으면 좋았을 걸
나머지 한봉다리도 뜯어서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누구는 화이트데이 올해도 넘어갈 것 같은데.
겨우 브라우니 구워놓고 잠시 누워있다
누텔라 크림 만드려는데
집에 있는게 왜 하필 일회용 누텔라ㅅㅂ
한 병 뜯으면 끝장을 본다고
나 다이어트 할거라고
낱 개 포장 살거라고
아니라고 넌 안된다고
그냥 덕용으로 병 째 사라고
그렇게 일행이랑 사라마라 옥신각신하던 그 누텔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네요.
새 모이같은 일회용 누텔라를 일일이 뜯어서 일단 뚜껑은 핥아먹고
숟가락으로 벅벅 긁어내는데
모아도 모아도 모아지지가 않지 뭐예요.
내 예금통장마냥.
무슨 일이 있어도 전부 집 안에서 해결할랬는데
브라우니가 생각보다 많이 달아서 누텔라만으로 아이싱하기가 부담스러웠어요.
고로 생크림이 꼭 필요해서 집 앞 수퍼로 달려갔거든요.
이동네 주민들 전부 케익 만드나봐요.
생크림이고 나발이고 전멸했지 뭐예요.
혹시나 마트 옆 제과점에 들렀더니 냉장고에 딱 한 컵이.
크림에서 후광 나오는 거 처음 봄.
애지중지 품고 와서 누텔라 볼에 투척했는데
묘하게 불안한 향기가 나서 먹어봤더니 저렴이 골드레벨 휘핑크림.
이쯤되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육두문자가 오토튠으로 쏟아져요.
발렌타인데이도 다 지난 마당에
포스팅 대충 해치울랬는데
쓰다보니 이 날의 울분이 올라와 잡설이 길어지고 있네요.
누텔라120g에 단단하게 휘핑한 크림을 한 스쿱씩 넣어가면서 농도 조절해주세요.
무가당 동물성 생크림으로 사용하면 크림이 훨씬 맛있습니다.
이 초콜렛 케익은 찐득하고 묵직한 스타일이예요.
크림을 너무 많이 넣으면 밀도가 낮아져서
브라우니에 겹겹이 레이어링할 때 무너질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암튼 휘핑크림+누텔라 쉐킷쉐킷.
숟가락 들 힘도 없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빼도박도 못하지 말입니다.
괜찮아 손목 오늘만 쓰고 갖다버리면 되니까.
껄껄.
누텔라 크림 냉장고에 차게 두고 한숨 돌리니
지난 몇 시간의 쌩고생이 아련하게 스쳐가며
잘 견딘 내가 막 안쓰럽고 대견하고 막 복받치고 막 그러면서
마무리만 남았구나
눈물을 훔치며 오전에 구워놓은 브라우니 소환하는데
웬 하트모양 현무암이.
브라우니 믹스 320g에 3분30초 가열인데,
좁아터진 실리콘 틀에 반절씩 때려넣고
멍청돋게 시간은 그대로 돌렸으니
얘가 돌덩이가 돼요 안돼요.
게다가 우리집 전자렌지 출력은 왜이리 좋아 옘병.
에스프레소를 정성스레 먹여주니 조금씩 부드러워
지긴개뿔 붓만 개털되는데 내가 돌아요 안돌아요.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잉힣이이히힉
어차피 이제 편의점에서 스니커즈 쪼가리 살 시간도 남지 않았어요.
요요
내 얘기 들어봐
화강암이고 현무암이고
이러다 폐암 간암 나 죽겠지 암
암 다잉
뿌잉?
요요
췤췤
1층 2층 3층 4층
쌓아 올릴수록 고충
이 커져만가 내 뱃속 식충
이처럼
MC.발렌타인 킬러가 납신다
너의 눈을 멀게 할 핑크 상자
과자
담았던 중짜 상자
과거 여자
미자 경자 숙자
다 잊자
일단 좀 맞자
나는야 너의 저승사자
예압
흥겨운 와중에 이렇게 아이싱이 끝났어요.
이쯤되니 환각상태
무슨 정신으로 짤주머니 만들고 사진찍었는지
도통 기억에 없네요.
전 집에서 자급자족한다고 설레발치느라
생크림+크림치즈 굳이 만들어 썼는데
맘 편하게 화이트 초콜렛 펜 사서 예쁘게 쓰세요.
와
문구 짜친거 보소.
어지간히 자포자기 상태였나봐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정도로 수제 느낌이 나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마구 주무른 쑥개떡마냥.
상자는 거꾸로
리본은 바코드 가리개로
자 이제 다들 예상하시는 상투적인 짤 하나 나가야죠
하얗게....불태웠어.
초간단 초콜렛 케익 맞아요.
그저 만든이가 길을 돌아돌아 왔을 뿐.
온갖 뻘짓거리는 제가 미리 했으니까 이 부분 참고하시고
간단한 재료 몇가지만 준비해서 쉬운 레시피로 맛있는 초콜렛 케익 만들어
주실 생각일랑 접으시고 그냥 사서 주세요.
매 년 주는 케익에 영혼없는 감탄사가 돌아와도
냉장고에 3일 묵혀놓고 다 굳은 걸 이제 맛보아도
그래도 먹어주는 게 어디예요.
전 보람있어요.
아 콧등이 시큰하네요.
누구는 올해 화이트데이에도 싸움 걸고 그냥 넘어갈거라는데
그런 파렴치한이 세상에 어딨어요. 아이고 배야. 내가 속을까봐.
마이쪙!!!!!!!!!!!!!!!!!!!
대탐소실!!!!!!!!!!!!!!!!!!!!!!!!
올해 수거한 촤컬릿에 로이스 촤컬릿이 뙇!!!!!!!!!!!!!
인간적으로 이 횽아는 보너스 좀 챙겨줘라.
그럼 전 연아느님 응원하러 이만.
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