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구레한 소소한 일상속에
부엌에서
지지고 볶아지는 음식들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향기로운 차 한 잔처럼
달콤한 쿠키처럼.
우리동네 5일장, 장마당 생선 좌판에서
동태 두 마리 사왔습니다.
동태는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은 후
소금 물에 담갔다가 건졌습니다.
무는 돌려깍기 하였습니다.
육수(고추씨+대파+양파+무+생강+노란콩+건표고버섯+다시마+멸치)가 끓으면
고추장과 된장 숙성된 고추가루 양념장(고추가루+청양고추가루+다진 마늘+생강즙+다진 새우젓) 풀어 끓이다가
돌려깍은 무를 넣고 끓어 오르면 동태를 넣고 팔팔 끓였습니다.
두부는 먹기 좋은 적당한 두께와 크기로 썰고
표고버섯과 양파는 굵게 채 썰고 대파도 썰어 넣어 한소끔 끓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하여
얼큰하고 칼칼하고 시원한 동태찌개를 커다란 옹기 뚝배기에 끓였습니다.
옆지기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 지금 저녁 먹는중..."
딸내미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 엄마~ 나, 오늘 친구들 만나 술 마실꼬야 ㅋㅋ~~"
옹기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끓여지던 동태찌개는
재탕, 삼탕으로 끓여졌습니다.
맛은....
없어졌습니다.
국물이 졸아들면서
짰습니다.
그래도 바닥을 긁어가며 먹었습니다.
주구장창
서너끼를
밥상에 동태찌개만 올렸습니다.
중보기도의 은혜와 기쁨으로 사시는 울교회 집사님께서
애써 다듬고 말린 무청 시래기를 넉넉하게 주셨습니다.
물을 뿌려 숨을 죽이고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우려내고 있습니다.
무청 시래기를 삶은 구수한 냄새가 집안에 배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부엌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들이 참 좋습니다.
삶은 무청 시래기로
자박자박 된장에 지져 먹기도 하고
집간장에 조물조물 무쳐 먹기도 하고
콩비지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 먹기도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