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들에게 메주콩을 싹쓸이 당하고
결국은 달구들 먹일 메주콩을 한가마 사야 했습니다.
저는 닭들에게 부지런히 먹이려 애쓰고
마님은 닭들보담은 식탁에 올리는데 더 혈안이 되어있고......
덕분에 밥상은 항상 풍요롭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순두부~
저어기 곡성의 손맛좋은 어느 안주인께서 담근 조선간장으로 만든
정말 기가막힌 양념장 한숟가락 듬뿍 떠 넣고 퍼먹는 순두부의 맛은
주인공이 순두부인지 양념장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아껴가며 식탁에 오르는 순무김치~
요것도 지난 가을 심은 순무우가 고라니들이 싹쓸이 하는 바람에
강화도에서 사다가 담갔더니 옛맛도 나지 않는데다가
그나마도 양이 적어 마님의 눈치를 봐가며 구걸?해서 먹는......
그나마도 서리태는 농장 한켠에
고라니들 모르는 곳에 심었던 것을 수확해서
겨우내 밥에 얹어 먹을 정도는 챙길 수 있었습니다.
수확해서 한번에 타작을 하질 않고
매번 조금씩 콩깍지를 까서 먹는 탓인지
예전에 사먹던 것과는 맛이 아주 다릅니다.
요즘은 애비의 잔소리에 아이들도 세뇌가 되었는지
항상 모자라던 고기반찬이 식탁에서 남아돌곤 합니다.
덕분에 개들이랑 고양이가 포식을......
언제나 그래왔듯이 겨울달빛은
차갑고도 아름답습니다.
때로는 추위를 잊은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내 삶의 첫사랑 김은순 선생님......
초등 4년때 날 버리고 결혼해서 사직하고 가셨는데
시방은 70이 거의 다된 할머니가 되셨을텐데 싶고.......
그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눈앞에 가물거리며
또다시 밀려드는 허기~
뱃속에 걸신이 들어 앉은 모양입니다.
맨날 배가 고픕니다. ㅠㅠ
산수유가 그렇게 좋다던데 해서~
모처에서 따다가 담근 산수유주에
마님이 손수 차려주신 마트표 군만두와 순무우김치~
혹은 어느날 곤히 주무시는 우렁찬 코골이소리에
몰래 주방에서 데워온 비지찌개에 소주한잔......
그러고보면 아내와 어머니와 김은순선생님은 참 닮았습니다.
생김새도 그러하거니와
열받으면 사정없이 몽둥이 집어 휘두르는 습성까정......
요즘은 달구들 간식으로 배추와 무우를 섞어 주다가
오늘은 무우만 썰어서 주었습니다.
배추가 1월을 견딜 양이 않될 것 같기에 나름 머리를 써보는데
요것들이 입맛은 사람보다 한수 위입니다.
배추는 거름을 별로 않고 키워 작지만 단맛이 나는데
무우는 닭똥을 잔뜩주어 머리통만한 것들이 수두룩한데 맛은 별로......
첨엔 잘 먹는 듯 하다가 절반쯤은 닭장바닥에서.......
달구들 입맛에 맞춰드리려면
올해는 무우도 거름 쬐끔만 해서 좀 작게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달구들 비위까정 챙겨야 하는 이 개만도 못한 팔자......
하긴~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는 점은
덩치크고 보기 좋은 것들이 맛대가리 없는 것보담은
작은것이 감칠맛나고 훨 낫다는......
엊그제부터는 또다시 고병원성조류독감이 신문의 한 부분을 장식중입니다.
한편 여당의 어느 정신 낫자루빠진 인간은
모 시장의 임기동안 서울이 낙후되었다는 기사도 나왔더군요.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이 정말 시궁창과 다름이 없구나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무언가를 파헤치고 허물어 번듯한 무언가를 새로 짓거나
혹은 보기좋은 것을 먹어야 소화가 잘 되는 세상......
2~3년마다 조류독감이 찾아오고 구제역에 콜록거리는 원인은
모두 원칙을 잃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미친년이 법과 원칙을 들먹거리면서 공기업을 개혁한다고 하고는
거의 메가톤급으로 낙하산인사를 자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짓는 일은
그야말로 온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은 먹거리의 생산자라는 지위를
돈많은 가공식품회사들에게 빼앗긴지 오래이고
살아남기 위해 농업이 공업화 되어 가는 웃지 못할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소농들의 다양한 작부체계로
국민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지켜야 할 정부가
생산성이니 경쟁력이니 하면서 단일작목의 기업농을 부추키니
아무리 HACCP이니 어쩌니 해가며 지랄 넌더리를 떨어봐야
조류독감이니 구제역은 단골손님이 될 것이 뻔하고
닭똥 소똥 돼지똥에 땅이 오염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뭐~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분들도 있겠죠.
암이며 각종 질병이 늘어나니 어떤분들은 즐겁고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건강보험료를 지출하는 이들은 열받고
병에 걸려 고통속에 고액의 치료비까지 부담하는 환자들은
울화통이 터져 심장병까지 생길 지경이니~
혹여 육식을 줄이고 채식위주로 가고 싶은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가축들이 뭘 먹고 자라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지를 아신다면......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는 장난도 아니고
거기다가 가축을 도살하며 나오는 부산물들-소에게 소의 뇌와 신경을 먹이면 광우병이 발생하듯
소닭돼지의 부산물들이 골고루 들어가 골고루 위험한- 을 갈아넣고
거기에 항생제 호르몬제, 다양한 화학첨가물까지 섞은 것을
식탁에 올린다고 한다면
그걸 즐겁게 먹을 용기를 가진 간큰이가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비좁은 우리에 갇혀 평생동안 제대로 한번 날거나 뛰어보지도 못한
스트레스 잔뜩받은 울화가 치밀은 가축들에게서 얻어지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을까요?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이루듯
가축들이 먹는 것이 결국 내가 먹는 것이더군요.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기는 하겠지만
그런것들~ 특히나 고액의 광고비까지 지출할만큼 남는 장사인 것들은
보기는 좋지만 몸에는 드럽게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겉희고 속검은 먹거리들이
마치 오늘날 대부분의 정치인들마냥
온국민의 심장병을 부추키고 있다는 것~
이런 개같은 현상들이
저녁 잘 먹고 즐거운 저녁분위기에 헛소리를 하게 만드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