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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수다와 되는대로 해먹은 콩나물 밥 & 김치콩나물 죽

| 조회수 : 14,510 | 추천수 : 6
작성일 : 2014-01-13 23:15:43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밤이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촉촉한 그리움에 젖어

가끔은 잊어진 사람을 기억해 내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 거리는

가슴에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고 싶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 같은 입술을 달싹이며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

 

                         관허스님

                                

 

이웃아낙이 전화기 너머로 이 시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하네요.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그때 그시절의 그마음이니.

 

아줌마라고 불리우든

아무게 안사람으로 불리우든

누구 엄마라고 불리우든

뭐 저는 그저 그렇습니다.

아줌마이고

누구의 안사람이고

누구 누구의 엄마이니까요.

무어라 불리우는것이 우에 그리 대수이겠습니까.

무어라 불리우든 그냥 다 좋습니다.

 

아~ 울집 아들, 딸내미들이 "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가 제일 좋습니다. 

아직도 친정아버지가 오십을 훌쩍 넘긴 딸내미에게 "에미야 " 라고 부르시는것보다

" 영숙아'  하시며 이름을 부르시는  소리가 좋습니다. 

옆지기가 어쩌다 " 여보 " 라고 부르는 소리보다

큰애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더 익숙하고 좋습니다.

 

어쩔 수 없는 ' 아줌마' 인가봅니다.

그래도 아줌마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지금 나이의 이모습이 좋습니다.

이 나이가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라고 하네요.

시큼한 김칫국물 냄새가 배어있는 나이면 어떻습니까.

 

 

 

 

 

집앞 할머니네 구멍가게에서 콩나물 떨이 해왔습니다.

이천원어치.

검정 봉다리에 꾹꾹 눌러 많이도 담아주셨습니다.

20년 단골 구멍가게 할머니는 여든이 넘으셨습니다.

이제 진열장에는 먼지만 뒤집어 쓴 유통기한 지난 물건들과

겨우 두부와 콩나물만 팔고 계십니다.

두부와 콩나물은

꼭 할머니네 구멍가게에서 삽니다.

 

콩나물을 다듬어 씻고

데쳐

입맛에 맞게 콩나물 밥도 해먹고

김치콩나물 죽도 끓여 먹었습니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데친 콩나물 얹고

먹다남은 훈제호리와 편마늘 볶아 고명으로 올려

양념장에 비벼 먹었습니다.

 

 

 

 

 

 

잘익은 배추김치도 적당한 굵기로 채 썰어 들기름에 볶아

김가루와 함께 고명으로 올려 양념장에 비벼 먹기도 하구요.

 

 

 

 

 

 

느타리버섯 양념하여 볶아 고명으로 올려 양념장에 비벼 먹기도 하구요.

 

 

 

 

대파, 양파, 청홍고추  송송 다져 넣고

들참기름, 깨소금,진간장,고추가루,후추

그리고

미나리도 있기에 송송 썰어 넣었더니

달래를 넣은 양념장만큼이나 상큼합니다.

 

 

 

 

 

 

시원하고 아삭한 동치미와

새우젓으로 간을 한 부들부들한 달걀찜과 같이~

 

 

 

 

 

 

 

 

 

새콤하게 잘익은 배추김치 적당한 굵기로 채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멸치,다시마 우린 육수를 붓고

찬밥을 넣어 푹 퍼지게 끓이다가

잘게 썬 황태와 콩나물을 넣고 한소큼 끓이고 다진마늘, 파를 넣고

김치국물과 액젓으로 간을 하여

칼칼하고 아삭한 맛의 김치콩나물 죽을 끓였습니다.

 

 

  남은 콩나물은 무쳐도 먹고

볶아 먹고

국도 끓여 먹고

콩나물 국밥도 해먹고.

있으면 있는거 가지고

지지고 볶아 먹고 끓여 먹고.

 

 

동장군의 기세가 아주 당당합니다.

춥습니다.

시골아낙의 부뚜막에서

되는대로 해먹은

콩나물 밥과 김치콩나물 죽입니다.

그렇고 그런 특별한거없는 촌스러운 소소한 밥상이지만

든든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더이다.

따끈한 김치콩나물 죽은

속도 뜨끈하게 해주는거 같아

그제, 어제, 오늘처럼

추운날에는 그런대로 먹을만 하구요.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파란
    '14.1.13 11:39 PM

    싹 다 맛있어 보여요. 특히 저 달래양념장 보다 맛있다는 양념장이 정말 ㅠㅠ 츄릅츄릅 침 흐릅니다.

  • 시골아낙
    '14.1.15 11:44 AM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거예요 ㅎㅎ~~
    없으면 패스하고 있으면 넣어먹고~
    제 음식스타일은 거의 이렇답니다.
    달래는 없고 미나리는 있어 송송 썰어 넣었더니 괜찮더라구요

  • 2. huhu
    '14.1.14 12:36 AM

    콩나물밥 좋아하는데 못해먹고 있네요
    겨울엔 은근 먹거리가 많은거 같아요..
    차례가 안오네요..달래장에 비벼먹으면 다른반찬 없어도 꿀맛 일거 같은데 무엇보다 할머니 콩나물이 더욱 맛있어보이네요~~ㅋㅋ

  • 시골아낙
    '14.1.15 11:45 AM

    콩나물 밥도 그렇고 무밥도 그렇고 시래기 밥도 그렇고
    톳밥도 그렇고 결정적인 맛은 양념장이죠~ ㅎㅎ
    점심 맛있게 드세요^^

  • 3. 천칭자리
    '14.1.14 2:21 AM

    이 글 본게 저한테는 대박이네요.
    냉장고에 같은 재료로 어찌 이리 다르게 먹을까요?
    김치볶음에 김얹은거며, 버섯볶음에 양념장, 콩나물과 참 조화롭네요.
    방학이라 집에서 세끼 해먹이기 힘들었는데 이리도 해 봐야겠어요.

  • 시골아낙
    '14.1.15 11:47 AM

    있으면 있는거 가지고 이렇게저렇게 해먹는답니다.
    긴축재정이기도 하구요 ㅎㅎ~~
    어묵을 아주 잘게 송송 썰어 볶아 함께 비벼 먹어도 괜찮은데~~~~

  • 4. michelle
    '14.1.14 8:49 AM

    정겨운 엄마 냄새가 물씬 나는 밥상 이네요
    양념장이 예사롭지 않네요.. 비법이 숨어 있을듯 합니다

  • 시골아낙
    '14.1.15 11:48 AM

    저는 거의 음식들을 족보없이 되는대로 해먹는지라
    비법 이런거 없답니다 ㅎㅎ~~
    미나리가 있기에 송송 썰어 넣었더니 그맛도 좋더라구요.

  • 5. 오후에
    '14.1.14 9:15 AM

    아~ 양념장, 콩나물밥 ^ ^
    비빔밥으로 해장하는 저에게 저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숙취를 한방에 날려줍니다.
    근데 급 배가 고파진다는 ㅎㅎ

  • 시골아낙
    '14.1.15 11:50 AM

    양념장만 맛있으면
    어떤 나물이든 비벼 먹는 맛이 좋지요 ㅎㅎ~

    오늘은 표고버섯을 넣은 된장콩나물버섯 죽을 끓였는데
    맛 보시겠는지요?

  • 6. 생명수
    '14.1.14 9:31 AM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콩나물밥이 너무 먹음직스러워요. 오늘 마트에 가서 콩나물을 안 사오네 너무 아쉽네요.
    이겨울이 가기전에 꼭 한번 해 먹어 볼랍니다.

  • 시골아낙
    '14.1.15 11:52 AM

    오며가며 할머니 구멍가게에 들려서
    남은 콩나물을 떨이 해오는날이 많답니다.
    하여 울집은 항상 데친 콩나물이 있거든요.

    아줌마를 아줌마라고 부르는데 저는 이의 없답니다 ㅎㅎ~~

  • 7. 홍앙
    '14.1.14 9:45 AM

    마음이 따스해 져서 로긴합니다. 콩나물죽을 저는 갱시기라고 하면서 님처럼 정서을 다하진 않지만 대충해서 추운 겨울에 한번씩 마음을 데우곤 합니다. 행복하세요~~~~~~

  • 시골아낙
    '14.1.15 11:53 AM

    저도 김치콩나물 국 끓여 먹다 남으면
    찬밥 풍덩 넣어 다시 끓여 죽으로 먹기도 한답니다.
    되는대로 해먹는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복 많으실거예요^^

  • 8. 꽃게
    '14.1.14 12:16 PM

    저도 공감백배라 로긴했습니다.
    지금처럼 나이 먹고 늙어가는 제가 참 좋습니다.
    너그러워지고 여유도 생기고 ~~~

    콩나물로 여러가지 해먹기 참줗구요.

  • 시골아낙
    '14.1.15 11:55 AM

    그쵸?
    이 나이의 이 모습이 저도 좋습니다.
    아줌마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데요. ^^

  • 9. 오늘도화이팅!
    '14.1.14 8:34 PM

    글도 사진도 모두 맛깔스러워 보이네요.

  • 시골아낙
    '14.1.15 11:55 AM

    고맙습니다.
    좋은날 되세요^^

  • 10. 백만순이
    '14.1.15 9:43 AM

    아~모두 다 먹으면 뱃속 깊숙히까지 뜨셔질꺼같은 음식들이네요!
    저도 아줌마, 엄마, 여보~다 좋은데 첨본 판매원이 '어머님'하고 부르는건 영 적응이 안되네요ㅎㅎ

  • 시골아낙
    '14.1.15 11:57 AM

    ㅎㅎㅎ~~ 맞아요^^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는
    김치콩나물 죽도 먹을만한 음식이지요.
    조갯살 넣고 끓여도 맛있구요.

  • 11. 마테차
    '14.1.15 9:57 AM

    와~콩나물 한가지로 이렇게 다양한요리가 탄생하네요..
    전 시골아낙님이 해주는 요리 먹고싶어요.
    같은요리인데도 다른사람이해주는 요리는 왜그리 맛이좋은지...
    그래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 시골아낙
    '14.1.15 11:57 AM

    저도 남이 해주는 음식은 무조건 탱큐이며
    아주 맛있게 먹는답니다 ㅎㅎ~~

  • 12. 웰빙부(다랭이골)
    '14.1.15 10:56 AM

    콩나물으로도 정감이 물씬풍기는 요리를
    소개해주시는 시골아낙님!
    한수 배워갑니다~

  • 시골아낙
    '14.1.15 11:59 AM

    고맙습니다.
    이집저집 다 해먹는 음식인걸요.
    먹는음식들이 집집마다 다른거 같아도
    다 거기서 거기이지 싶더라구요.

  • 13. 부관훼리
    '14.1.15 11:23 AM

    저도 두부하고 콩나물은 꼭 저 할머니 가게에서 사고싶어요.... ㅠㅠ

  • 시골아낙
    '14.1.15 12:02 PM

    제법 장사도 잘되었던 가게였는데
    어느날부터인지 후미진 골목의 구멍가게가 되어버렸습니다.
    워낙 대형마트들이 주위에 생겨서.

    오며가며 콩나물이랑 두부를 사들고 와서
    콩나물이랑 두부는 매끼 밥상에 올려지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물리지않고 여전히 먹게되는것이 콩나물이며 두부반찬인거 같습니다.

  • 14. 보헤미안
    '14.1.17 12:49 AM

    아...저 김치죽 어릴때 정말 많이 먹었어요. 엄마는 수제비 같은것도 뜯어서 넣어주셨죠. 제가 하면 그런 맛이 나올까요? 저게 제 소울푸드중에 하나였다는걸 지금 알았네요.

  • 시골아낙
    '14.1.18 3:25 PM

    울집도 가끔은 김치콩나물을 넉넉하게 끓여
    죽도 끓여 먹기도 하고
    고추장좀 풀어 넣고 수제비를 뜯어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답니다 ㅎㅎ~~
    저도 울친정엄마가 해주신대로~

  • 15. 내린천의봄
    '14.3.10 8:10 PM

    콩나물의 변신이라고해야 하나, 콩나물밥에
    고명을 달리 하니 새로운 요리가 되는것 같네요.
    콩나물밥은 그냥 콩나물밥인것만 생각하고 해 먹었는데
    따라서 한번 해봐야겠어요.
    생각만 해도 침이~`~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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