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시지요?"
"무탈하게 지내시고 계시지요?"
오늘은
시골아낙도 이렇게 안부를 여쭈려구요.
어느 고대생의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대자보가 큰 이슈가 되었더라구요.
나라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위정자들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이웃의 안녕이 걱정이 되어서
진심으로 안부를 묻고 싶어하는
아들내미와 같은 나이의 속깊은 청년이 순전한 마음으로
주의와 이념에 상관없이 대자보를 써서 붙였을것이라고
그리 생각하면서 읽어 보았었습니다.
사는것이 힘에 부치고
이런저런 발등에 불 떨어진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 보다 더 높이 쌓여있고
코가 석자로 쭉 빠져있는지라
하여
누구에게 안부를 묻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콩쥐야 팥쥐야 하며 동동 뛰고
종종 걸음질로
그날그날 씰죽쌜죽 거려가며
팍팍하고 야박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옆지기의 친구가
우째 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하여 지나가는 길이라며
비닐 봉다리를 툭 던져주고 가더랍니다.
농사 지은 서리태 콩 서너되박 싸들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왔다가
슬그머니 가는
오랜 친구의 무심한 안부가
그저 고맙고
깊은 속내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먹고 사는일이
그리 만만하지도 않고
가슴 시린 일들도 있고
일상생활에 치이고 지쳐
버겁기도 하여
애매하고 우매하게
애써 모르는척 하기도 하고
애써 못들은척 하기도 하며
애써 외면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누군가의 안부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한 되박정도의 서리태 콩을 깨끗하게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빼고
약한 불에서 콩껍질이 반으로 갈라지게 볶았습니다.
옆지기의 주전부리입니다.
물도 끓여 마시기도 하고.
쥐눈이 콩도 요래 볶아 주전부리로 먹기도 하고
물을 끓여 마시기도 하고.
쌀과 콩을 깨끗이 씻어 물에 30분 정도 불려
고슬고슬 윤기가 나는 콩밥을 지었습니다.
솥바닥의 누룽지를 끓이는중~
누룽지와 숭늉의 맛이 참 구수합니다.
대두콩 한 되박 정도를 깨끗하게 씻어 물에 충분히 불려서
믹서에 곱게 갈아 콩비지찌개도 끓여 먹고
콩비지밥도 해먹고 콩죽도 끓여 먹었습니다.
묵은 김치는 물에 헹구어 속을 털어내어 송송 썰고
돼지고기도 듬성듬성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멸치, 다시마 우린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다진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끓이다가
불린 콩을 믹서에 곱게 갈아 바닥이 눌지 않게 저으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며 부드럽게 끓였습니다.
콩비지찌개를
부드러운 고소한 맛이 우러나오게 끓여 양념간장으로 간을 하여 먹기도 하지요.
멸치와 다시마 우려낸 육수를 밥물로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은 채 썰어 들기름에 볶다가
불린쌀과 콩비지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콩비지밥을 지었습니다.
양념간장에 비벼 먹기도 하고
장아찌를 반찬으로 먹기도 하고.
멥쌀과 찹쌀을 2:1로 섞어 흰죽을 끓이다가
물에 불려 곱게 간 콩물을 붓고 끓여 소금간을 하고
한소큼 더 끓여 고소하고 부드러운 콩죽을 끓였습니다.
좋은 식기에
잘 차려진 밥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때에 따끈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릴 수 있어
오늘도 나는 안녕하다고
안녕히 지내고 있다고 말하려구요.
떨어진 꽃이 못내 안쓰러워
밥 그릇에 물을 담고 띄워 놓았습니다.
밥 그릇으로 쓰이는 질박한 그릇이
꽃 한 송이로 화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구색이 맞아야만 보기 좋은것도 아닌거 같습니다.
시골아낙의 다락방 ~ http://blog.daum.net/ys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