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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안녕들하십니까?

| 조회수 : 9,922 | 추천수 : 16
작성일 : 2013-12-20 16:07:31

안녕들 하십니까?

 
 

“직장 잘 다니느냐?” “애 (진학 또는 직장) 어디 갔냐?” “부모 건강하시냐?”

이런 걸 인사말처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돈 적이 있었다.

 

작년 이맘 때였을 거다. 구내식당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료가 있었다.

밥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애들 얘기가 나왔고 “참 00이 대학갈 때 되지 않았어?”라고 물었더니

“응 올해 수능 봤어.”라고 대답하더라.

“참 애들은 빨리 커, 먹을 것 들고 쫓아다니는 꼬마 때가 엊그제 같은데”라고 말하고 더 묻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공부 못해. 묻지 마”라고 말하기에.

“말하기 전에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거 나도 알아. 아무 말 안하잖아 ㅋ” 라고 웃으며 대답했더니.

“그러게 세상이 어쩌다 애들 공부 잘 하냐? 잘 하면 잘해서 좋겠다. 못하면 걱정이겠다.

이런 안부 묻고 대답하는 것도 스트레스 인지 모르겠다. ㅋㅋ”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아니 묻지 말아야 할 것들이 농담으로 공감을 얻기 그 이전부터,

진작 아이들에게 이웃에게 사회에 적극 물었어야 하는 안부였지 않을까?

소홀히 해선 안되는 안부였지 않을까? 안녕하냐는 물음에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풍신 난 소찬이나마 제 밥상에 초대합니다.

젓가락만 들고 달려드셔도 좋습니다.

잠시 쉬어가소서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하셔야 합니다.”

“꼭 안녕하셔야 합니다.”

“우리 안녕하자고요.”

“안녕하시라고 기도할게요. 함께 할게요.”

“우리 꼭 안녕하자고요. 힘내세요.”

 

   
김장하고 일주일 쯤 지나 총각김치가 미쳐갈 때 즈음

밤과 콩을 넣은 현미밥과 고구마줄기버섯볶음.

반찬 가짓수는 작아도 김치 맛이 괜찮고 고구마줄기나 여러 가지 버섯이 영양을 두루 갖추었다 하니,

시간 지나면 없어지는 ‘텅텅 빈 약속’들 보다야 영양가 있지 않겠습니까.

 

위에 사진처럼 밥상이 늘 단출한 건 아닙니다.

나름 풍성한 밥상도 한 번 보실래요.

 

   
청국장부터 묵은김치지짐과 우엉조림, 고구마줄기버섯들깨볶음,

죽순과 뚱딴지 절임, 쌀로 만든 치즈까스, 김치, 고춧잎무침까지 무려 8가지입니다.

 

 
도토리묵과 피자만큼 두툼한 부추전과 냉이무침 묵지볶음

양념간장은 갓 지은 밥에 비벼먹어도 좋고 도토리묵이나 부추전을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도토리묵과 당근 사이에 보이는 녀석은 더덕과 순입니다.

  

뭔가 빠진 것 같고 서운하신가요?

그럼 이런 상은 어떠세요?

 



 

김장김치와 돼지수육

동치미와 생굴, 갓김치

 

그래도 뭔가 빠진 것 같다고요?

좋아하시는 술을 가져오시면

아예 술상을 봐드리리다.


 

조금 쉬셨나요?

날이 춥습니다. 밥 든든히 드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특히 마음.

안녕하셔야 합니다.

------------------------------------------------ ------------------

K에게

네 학교에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붙었다는 얘기 들었다.

엄마와 통화하는 너의 얘길 들으며

누군가는 ‘안녕들 하십니까?’ 라고 안부를 묻고

이를 못마땅해 하는 누군가는 뜯기도 조롱하기도 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들은 시험공부에 정신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이다.

하지만 네가 이 현실 속에 어디냐는 네게 달려 있다.

너의 선택이다. 2013년 말 너의 선택이 또 하나 늘겠구나.

오늘은 좀 과격할지도 모르는 노래를 소개한다.

가사를 음미해 보렴.

특정 단어에 거부감 갖지 말고 삶의 자세, 따뜻한 시선을 생각하렴.

http://www.youtube.com/watch?v=RyTdXwbRkDs

http://www.youtube.com/watch?v=bYBuC8pIjNI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솔
    '13.12.20 4:15 PM

    네...
    안녕들하십니까?
    아무에게나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사가 왜 이리 특별해졌는지...
    연말연시에 따뜻한 밥 한끼가 아쉬운 이들에게도
    이 인사가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오후에
    '13.12.20 4:33 PM

    그렇죠. 인사말이 이렇게 특별해지기도 하네요

  • 2. 알리싸
    '13.12.20 4:23 PM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데, 소박한 나물 밥상이 오늘따라 더 부럽네요. 오늘따라 글도 더 좋습니다. 따뜻한 연말보내세요.

  • 오후에
    '13.12.20 4:34 PM

    네 감사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먼 곳에 계시니 더더더더더..... 안녕하셔야 합니다.

  • 3. 커다란무
    '13.12.20 6:19 PM

    오후에님 밥상보고 잠시 안녕하였습니다^^
    늘 정갈한 음식
    맛보고 싶네요

  • 오후에
    '13.12.23 10:55 AM

    잠시 안녕하셨다니 좋습니다.

  • 4. 함께가
    '13.12.20 8:55 PM

    오후에님, 반가워서 로그인 했어요. 일년이 지나도 아물지 않아서 아직도 님의 글같은 글에는 갑자기 코끗이 찡합니다.
    저도 애들에게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어제밤에도 토론을 붙였어요. 생각거리를 주려구요.
    애들을 정신똑바른 시민으로 키웁시다.
    언제 저희집에서 담근 술 들고 가면 저렇게 안주좀 봐주세요. ^^

  • 오후에
    '13.12.23 10:56 AM

    담근 술???? ㅎㅎ
    떨치기 힘든 제안이시네요 ^^*

  • 5. 정의롭게
    '13.12.21 5:36 AM

    안녕하냐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하지 못하지만 오후에님 글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다..잘되겠지요..

    그나저나 달래무침에 밥비벼 먹고 싶습니당..ㅠㅠ

  • 오후에
    '13.12.23 10:57 AM

    저도 달래무침에 밥비벼 먹고 싶습니다.
    안녕하냐? 잘 지내냐? 그렇게 묻고 조금씩 거들어주며 좀 덜 경쟁했으면 좋겠습니다.

  • 6. 자수정
    '13.12.21 1:08 PM

    젓가락들고 달려오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오후에님 밥상을 보면 언젠간 나도
    저렇게 먹고 살리라. .. 는 목표? 가 생깁니다.

    고진교 신자들이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말도 못해요.
    따뜻하고 고즈넉하고 사랑이 담긴 밥상과 편지글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 오후에
    '13.12.23 11:00 AM

    ㅎㅎ 고진교 신자???? 고기가 진라라는 말씀이시죠...
    고기도 사람이 본래 먹는 음식이니까요. 취향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진 마세요.
    그냥 하루 또는 일주일중 하루라도 음식준비하는 사람 취향대로 차리는 것도 존중해
    타박하지 말고 맛있게 잘 먹어달라 타협하시는 것도 목표에 일찍 접근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 7. 높은하늘
    '13.12.21 6:37 PM

    저도 요렇게 먹는거 좋아해요. 푸른^^

  • 오후에
    '13.12.23 11:01 AM

    저는 요렇게 먹는거 누가 차려주면 더 좋아합니다. ^^

  • 8. 시골아낙
    '13.12.23 7:09 AM

    이리 안부를 물어주시고 고맙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우리들 모두 안녕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후에
    '13.12.23 11:03 AM

    어쩌다 보니 안부 묻는 것에 여러가지 함의가 생기고 있나봅니다.

    "모두 안녕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2222222

  • 9. 초록발광
    '13.12.24 5:46 PM

    저는 밥상과 함께하는 소소한 술한잔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오후에님 밥상은 참 ...술을 부르네요 ^^;;

    그냥 한번 쓱 보고 말려다가 기어이 댓글을 달게 된건 전화카드 한장....저 노래 때문입니다.
    완전 꼬꼬마였던 시절 , 음치인 저도 무난히?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노래였기에 종종 흥얼거렸고
    가끔씩 사랑하는 언니, 동생, 친구들 생일이 돌아오면 저 노래 가사 꾹꾹눌러쓴 손편지와 함께
    단 돈 3천원짜리 카드 한장 안겨주면 참으로 싸게! ㅎㅎ 마음 유세 할 수 있었던 기억이 확 떠올라서요...
    아 갑자기 도라지위스키라도 한잔하며 낭만 찾고 싶네요 하하

    비정상이 정상인 시절은 잠시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후에님도 안녕하시길...

  • 오후에
    '13.12.26 10:24 AM

    전화카드를 생일선물로 주던 그런 시절이 있었죠. *^.^*

    비정상이 정상이라...
    돌아보면 진폭이 있었을 뿐 늘 그랬던 것도 같고
    요즘은 갈수록 둔감해지는 것 같아 밥상의 술잔을 더 자주 마주하네요. ㅎㅎ
    초록발광님도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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