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직장 잘 다니느냐?” “애 (진학 또는 직장) 어디 갔냐?” “부모 건강하시냐?”
이런 걸 인사말처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돈 적이 있었다.
작년 이맘 때였을 거다. 구내식당서 오랜만에 마주친 동료가 있었다.
밥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 중에 애들 얘기가 나왔고 “참 00이 대학갈 때 되지 않았어?”라고 물었더니
“응 올해 수능 봤어.”라고 대답하더라.
“참 애들은 빨리 커, 먹을 것 들고 쫓아다니는 꼬마 때가 엊그제 같은데”라고 말하고 더 묻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공부 못해. 묻지 마”라고 말하기에.
“말하기 전에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거 나도 알아. 아무 말 안하잖아 ㅋ” 라고 웃으며 대답했더니.
“그러게 세상이 어쩌다 애들 공부 잘 하냐? 잘 하면 잘해서 좋겠다. 못하면 걱정이겠다.
이런 안부 묻고 대답하는 것도 스트레스 인지 모르겠다. ㅋㅋ”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번지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아니 묻지 말아야 할 것들이 농담으로 공감을 얻기 그 이전부터,
진작 아이들에게 이웃에게 사회에 적극 물었어야 하는 안부였지 않을까?
소홀히 해선 안되는 안부였지 않을까? 안녕하냐는 물음에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풍신 난 소찬이나마 제 밥상에 초대합니다.
젓가락만 들고 달려드셔도 좋습니다.
잠시 쉬어가소서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하셔야 합니다.”
“꼭 안녕하셔야 합니다.”
“우리 안녕하자고요.”
“안녕하시라고 기도할게요. 함께 할게요.”
“우리 꼭 안녕하자고요. 힘내세요.”
김장하고 일주일 쯤 지나 총각김치가 미쳐갈 때 즈음
밤과 콩을 넣은 현미밥과 고구마줄기버섯볶음.
반찬 가짓수는 작아도 김치 맛이 괜찮고 고구마줄기나 여러 가지 버섯이 영양을 두루 갖추었다 하니,
시간 지나면 없어지는 ‘텅텅 빈 약속’들 보다야 영양가 있지 않겠습니까.
위에 사진처럼 밥상이 늘 단출한 건 아닙니다.
나름 풍성한 밥상도 한 번 보실래요.
청국장부터 묵은김치지짐과 우엉조림, 고구마줄기버섯들깨볶음,
죽순과 뚱딴지 절임, 쌀로 만든 치즈까스, 김치, 고춧잎무침까지 무려 8가지입니다.
도토리묵과 피자만큼 두툼한 부추전과 냉이무침 묵지볶음
양념간장은 갓 지은 밥에 비벼먹어도 좋고 도토리묵이나 부추전을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도토리묵과 당근 사이에 보이는 녀석은 더덕과 순입니다.
뭔가 빠진 것 같고 서운하신가요?
그럼 이런 상은 어떠세요?
김장김치와 돼지수육
동치미와 생굴, 갓김치
그래도 뭔가 빠진 것 같다고요?
좋아하시는 술을 가져오시면
아예 술상을 봐드리리다.
조금 쉬셨나요?
날이 춥습니다. 밥 든든히 드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특히 마음.
안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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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네 학교에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붙었다는 얘기 들었다.
엄마와 통화하는 너의 얘길 들으며
누군가는 ‘안녕들 하십니까?’ 라고 안부를 묻고
이를 못마땅해 하는 누군가는 뜯기도 조롱하기도 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들은 시험공부에 정신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이다.
하지만 네가 이 현실 속에 어디냐는 네게 달려 있다.
너의 선택이다. 2013년 말 너의 선택이 또 하나 늘겠구나.
오늘은 좀 과격할지도 모르는 노래를 소개한다.
가사를 음미해 보렴.
특정 단어에 거부감 갖지 말고 삶의 자세, 따뜻한 시선을 생각하렴.
http://www.youtube.com/watch?v=RyTdXwbRkDs
http://www.youtube.com/watch?v=bYBuC8pIjNI
사랑하는 딸
오늘도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