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고(!)를 쳤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요리대회에 참가했어요.ㅋ
82쿡의 명성에 걸맞게 1등을 했어야 하는데,
요리 배움이 미천하여 3등으로 간신히 턱걸이 하고 왔어요.
그래도 9명의 참가자 중에 전. 현직 업자가 셋이나 있어서 3등도 감지덕지
아이들 키우며 육아 실미도에서 박박 기던 어느 날,
지인에게 연락이 왔더라고요.
벙커1에서 '김어준 총수배 요리대회'를 하더라고...
그게 대회 3일 전...
좀 일찍 알려주지...ㅠㅠ
근데,
하고 싶더군요.
가기로 마음 먹으니,
아이들은 누구한테 맡기고 가야 하는지...
어떤 메뉴로 참가해야 하는지...
걸리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더군요.
그런데...
참 오래간만에 가슴이 뛰었어요.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는 뒤로 하고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어요.
나이 들면서 가슴이 뛰는 일은 하면서 살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안 그럼 나중에 심장이 딱딱해질 것 같아서요.
김어준 총수배 요리대회는,
대학로 벙커1 카페에서 실제 판매할 메뉴를 선발할 목적으로 열리는 요리 대회였어요.
정식 명칭은 "김어준 총수배 벙커1 레시피 콘테스트'
심사기준은...
맛있을 것, 단가가 쌀 것, 만드는 방법이 간단할 것
재미있는 이름과 설명은 가산점 요인!
다행히 비루한 저도 덤벼볼만 하더군요.
훗...
마지막 문장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록 요리학력은 무학이나,
'요리로 디스하기'만큼은 박사급이라...ㅋㅋ
그날부터 머리를 굴리며 출품작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솟구쳐서 추려내기가 참 힘들었다는~
추리고 추려서 3작품을 골랐다는~
걍 세 개 다 출품하기로 했다는~
참가 사진이 있으면 더 좋았지만,
현장에서는 만들고 서브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완성 사진은 집에서 연습한 것으로 보여드릴게요.
현장에서는 이것보다 쬐끔 더 잘했다는 점, 감안하시고 가실게요~ㅋㅋ
1. 바쁜 벌꿀과 조구르트
이 메뉴는 어느 소녀가장을 위한 오마주 요리입니다.
경황이 없던 27세의 소녀가장께서 한 토크쇼에 나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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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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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
그렇게 탄생한 바쁜 벌꿀!
먼저 식빵에 꿀을 발라서 팬에 굽습니다.
그럼 꿀이 카라멜라이즈 되면서 바삭하고 달콤해져요.
시나몬 가루를 뿌려서 풍미를 더해줘도 좋아요.
저는 꿀벌을 형상화하기 위해서 그릴에 구워 봄ㅋㅋ
요리법은 이게 전부!
하여 요리의 이름을
"바쁜 벌꿀은 요리할 시간도 없다"로 명명했습니다.
부를 땐 간단하게 "바쁜 벌꿀"로...
이건 함께 제공되는 수제 요구르트...
아니, 조구르트!
아시죠?
저의 요구르트 아트~
견과류에 꿀을 뿌려서 함께 내면 맛도 좋고 격도 올라가고 일석이조!
조구르트를 본 총수가 아이디어 정말 좋다고 : )
앗싸~!!!
간만에 하는 거라 연습 좀 했죠.
이렇게도 해보고,
요렇게도 해보고~
견과류와 꿀 넣어서 먹으면 마이썽~
조구르트 한 입 하실래요?
현장에서 손 안 떨고 조를 잘 새겨서 다행다행~
바쁜 벌꿀에도 이렇게 올려 먹으면 마이썽~
바쁜 벌꿀을 먹은 총수의 평
"맛있다. 친구가 해줬으면 정말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을 주고 사먹을지 의문이다..."
=,.=
2. 까진 바나나 토스트와 총수의 이빨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플레이팅은 정말 어려워... OTL
이건 바나나 토스트인데요,
엘비스 프레슬리가 요 바나나 토스트를 참 좋아했다고 해요.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고소한 뒷맛이 남는 매력적인 음식이죠.
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워서 제가 자주 만드는 것 중에 하나에요.
요게 벙커 메뉴로 올라갔기 때문에 어떻게 만드는지는 안 알랴줌
사 먹어보고 어떻게 만든 건지 알아 맞춰봅시다.
제가 벙커1에서 번개를 칠껀데 오시는 분들은 갈챠줌ㅋㅋ
바나나 껍질을 까서 사용했기 때문에 "까진 바나나 토스트"로 명명함
까진 바나나 토스트로 약하다 하시는 분들은 맨앞에 "조!"를 붙여주세요.
광고계의 정석도 있잖아요?
섹스 어필 잘 된 물건이 잘 팔린다는...ㅋㅋ
가니쉬로는 총수의 이빨
아다시피,
제가 나꼼수의 이빨1, 이빨2, 이빨3, 이빨4를 사랑하거든요.
그 중 이빨1을 위한 오마주 가니쉬
총수의 이빨
토마토에 스트링 치즈를 넣어서
토마토 카프레제의 변형 버전으로 만들어 봤어요.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넣은 소스를 같이 내면 더 좋겠죠?
현장에서는 그리 서빙했다는~^^
총수의 이빨은 외국 요리 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게 그 사진인데,
' Apple smile' 이라고 사과에 땅콩버터나 쨈을 바르고 미니 마쉬멜로를 끼운 거에요.
만들진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맛있는 조합이 아니더라고요...-,.-
' Apple smile' 을 본 지인이 토마토에 라무네 사탕으로 흉내를 냈던데,
이것 역시 연상되는 맛이...+_+
모양이 예쁜 것도 좋지만,
그래도 음식인데...
먹을만 하게는 만들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사과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스트링 치즈로 모양을 냈어요.
근데 뭔가 경직되고 맛도 좀 부족한... 그런 느낌
무엇보다도 새빨간 입술의 느낌이 사라져서 에러
토마토로 바꾸니까 카프레제와 비슷한 조합이라 좋긴 한데,
물기도 많고 단면이 미끄러워서 고정이 힘들더라구요.
이 사진을 쉐프인 지인에게 보냈더니
"토마토에 칼집을 내서 끼워 봐"하고 한 마디 툭 던져주데요.
아, 역시 프로는 뭔가 달라...
바나나 토스트와 총수의 이빨을 맛 본 김총수의 평가는...
"맛있긴 한데... 뭔가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한 느낌이다."
=,.=
나란 녀자,
어수선한 요리를 선보이는 그런 녀자.
총수...
너란 남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참 솔직한 그런 남자...
3. 기호 2번을 위한 아리아
저희집 스테디셀러를 모아 놓은 거에요.
베이컨 떡말이
아이들도 좋아하고 남편도 간식으로 잘 먹거든요.
떡과 베이컨의 퓨전 조합인데,
자연스럽게 잘 어울려요.
떡에 베이컨만 말아서 구우면 되니까 만드는 방법도 참 간단하죠.
이건 방울토마토 샐러드
서양식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남편에게도 맛있다는 평가를 받은 샐러드에요.
정석대로 하자면
방울토마토를 끓는 물에 데쳐서 껍질 벗기고 마리네이드 해야 하지만,
과감히 생략하고 드레싱이 잘 스며들게 잘라주었어요.
드레싱은 다진 양파와 다진 파인애플에 올리브오일, 사과식초, 설탕, 소금, 파슬리 등등
새콤달콤하게 입맛 돋우는 샐러드에요.
저희집 스테디 셀러를 모은 것처럼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퓨전이건 통합이건 한계 짓지 말고 계속 시도하고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4년 뒤쯤에는 메뉴이름을
'기호 1번의 아리아'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설명을 담담하고 시크하게 하고 싶었는데,
실은...
울컥해서 울었어요...
이 메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얘기하려고
"제가 지난 대선 때 많은 상처를 받았거든요"라고 운을 띄웠는데,
바로 옆에 김어준 총수도 보이고,
김용민 교수도 보이고,
재판 앞둔 주진우도 생각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정봉주도 떠오르고...
그런 것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몰려와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래서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눈물이 펑펑 났어요.
김어준 총수가 제가 우는 중간 중간
"아, 그러니까 떡에 베이컨을 왜 말았냐고!!!"라고 호통치듯 물어서
울다가 웃다가 엉망진창...ㅠㅠ
시크라는 단어는 저와 상관 없는 건가봐요.
전 그냥 촌스럽고 질척거릴래요.
암튼,
그리하여,
결국,
3등을 턱걸이를 이룩하였습니다.
근데,
혼자 3개 메뉴내고 3등은 심하게 비효율인 듯...
암튼, 상장 받았어요!!!
육아 실미도 총수와 딴지 총수의 거국적인 만남ㅋ
총수...
몰랐겠지만, 나도 총수라오!
남편한테 "나 1등하면 김어준이랑 꼭 껴안을꺼야!"라고 했는데
3등하고도 걍 안아버림ㅋ
네, 사심 듬뿍 담았어요.
실은 남편도 둘째랑 벙커에 같이 있었는데
이때 남편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ㅋㅋ
이 자리를 빌어,
네 명의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정치가 내 삶과 이토록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행동하는 기쁨이 뭔지 깨닫게 해줬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행동하고 참여하며 살겠습니다.
아래는 번개 공지!
자, 그렇게 참여한 결과물이 벙커 메뉴로 올라왔답니다.
확정은 아니고,
11월 한 달 동안 판매하고 소비자 투표로 결정된다네요.
제 메뉴 한번 보실까요?
딴지 카페 R&D팀의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재탄생한...
발상의 전환의 바나나 토스트!!!
헐...
비쥬얼 보소...
역시 전문가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_+
이건 1등 작품
키슈에 가까운 계란 오믈렛
제가 쬐끔 떼먹어봤는데...
맛있어...ㅠㅠ
이건 2등 작품
파니니 샌드위치
이거 출품하신 분이 샌드위치 전문점 사장님=,.=
근데,
샌드위치 옆에 제가 만든 방울토마토 샐러드~ㅋㅋㅋ
크루아상 샌드위치
이건 다른 참가자 작품인데,
이거 만들어 오신 분도 강남에서 카페하신다고ㅎㄷㄷㄷ
여기 가니쉬도 제 방울토마토 샐러드가ㅋㅋㅋ
이걸보니 알겠네요.
제 포지션은 겉절이였던 거에요...ㅠㅠ
자자,
11월에 네가지를 맛 볼 수 있는 메뉴를 한시 판매한답니다.
모두 맛 본 뒤에 한 가지에 투표를 하고
이 중에서1등을 하는 메뉴가 2회 요리대회 수상작과 또 다시 경쟁을 하게 된다네요.
번개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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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토스트의 몰표를 위해 사조직을 동원하겠습니다.
바나나 토스트 몰표 번개 칩니다.
날짜: 11월 20일 수요일 12시 (정오)
장소: 대학로 벙커1 카페
준비물: 바나나 토스트에 표를 주겠다는 단호한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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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만납시다.
먹어보고 맛과 상관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제게 표를 주세요.ㅋㅋㅋ
더 큰 조작도 하는데 이 정도 번개야 애교죠.
좀 피곤하긴 했지만,
재미있고 뜻깊은 참여였어요.
그리고
제 2회 김어준 총수배 벙커1 레시피 콘테스트가 열린답니다.
11월 23일 토요일 4시랍니다.
궁금하신 분은
딴지일보 홈페이지를 살펴보세요~
그럼 11월 20일에 꼭 뵈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