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쫌 바빴는데
점심먹고 앉아서 쉰다고..꾸벅꾸벅 졸고 있어요.
의무감으로..ㅎㅎ
달력도 한 장 넘겼는데 ..
아들들은 옆에서 생초콜릿 만들어달라고
조르고.
아이구 웬수들.
그냥 바쁜 척 좀 하려고 몇 자 적어요.
요즘 머 먹고 살았나..별루 먹은게 없네요.
어느날은 아주 맛있고
어느날은 김치가 너무 셔서..인상이 찌그러지는
편차가 좀 심한..돼지고기 앞다리살로 만드는 김치찌개.
이것두 몇 번 못 먹겠군요.
김장김치 한 통 남은거..바닥에 깔렸어요.
이날은 아주 맛있었던 날.
요즘..여기 서해안은 망둥어 낚시에 아주 좋은 계절이죠.
남편이랑 아들들을 동시에 집에서 쫒아 내 버릴 수 있으니
제게도 아주 좋아요.
세 마초가 낚시대 쫄랑거리며 차에 싣고 아주 신이나서 갑니다.
저두 덕분에 좀 쉬고요.
그 망둥어 잡아다 찜도 해 먹고
꼬드득 하게 말려 맥주안주로..야곰야곰 궈 먹어요.
요즘 갓이 아주 맛난 계절이죠.
밭에 심은 돌산갓은 벌레들의 공격으로..상태가 ..영 거시기 합니다.
애껴두고 시장서 밑둥이 아삭거리는 돌산갓 좀 사다가 김치 담궜더니
이틀만에 바닥이예요.
돌산갓 2단을 이틀에 먹어치우는 집이라니.
고구마캐고..줄기가 너무 아까워
좀 억세긴 해도 고구마줄기 좀 깠네요.
고놈을 김치담궜더니 역시나 질겨요.
된장 좀 풀고 푹~~무르게 다시물 부어 익혀서 김치찌개처럼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뒷집 할부지한테 대파만큼 커다란 파를 얻어다가
파김치 한통 후딱 담구고요.
토욜에 김치 3통.
김치 한 번 필 받으면 왕창 담굽니다.
알타리 솎아다가 알타리김치 한통 담궈주고
도무지 벌레들을 이기지 못하여
어린 돌산갓 왕창 뽑아다 김치 담궜네요.
일요일 2통.
김치를 이틀동안 다섯통이나 담궈놓고..혼자 헤벌쭉~~
김치명인 강순의 여사님 코스프레..ㅎ
손님이 언제든 들이닥쳐도 무서울것 없다.
김치반찬만으로도 한 상 좌르륵 펼쳐 놓는 꿈을 꾸면서.
가을볕을 쪼개어 쓰느라 저희집 마당은 잠시도 쉴 틈이 없네요.
바질 씨앗도 말려야 하고
진피차 담굴 귤껍질도 말려야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새우젓 담구기.
생새우 40kg을 사서 동네 할머님들과 셋이 나눴어요.
소금에 버무려 항아리에 누르지 않고 차곡차곡 가벼이
담아놓았어요.
겨울가고 봄이되면...맛나게 숙성되겠죠?
김장용으로 써도 됩니다.
소고기 국거리용으로 좀 사다가
요즘 아주 단맛이 강한 무우를 넣고 국 끓입니다.
무우 없으면 밥상에 머 올리나 싶게..자주 먹네요.
요즘 요리수업 받으러 일주일에 한번씩 댕기는데
미만두라고..만든것이..ㅉㅉ
제가 이래서 딸을 못 낳은거라고..우리 조 새댁들이 놀렸어요.
만두빚는 솜씨가 아주..눈물겹습니다.
쟁반국수도 만들어 보구요.
오향장육도 만들었는데..아이들에게 아주 인기짱이었어요.
오랜시간 푹 조린 고기가 쫄깃거리며 아주 맛있더라구요.
찹쌀에 묻혀 구운 안심편채도 아주 인기짱이었는데..
안심..그 자체로도 그냥 맛있으니..머 달리 할 말이 없죠.
고기 좋아하는 울 아들들..아주 좋아하죠.
이 안심편채는 실처럼 가늘게 야채를 썰어야하는게 과제인데
실처럼 가늘긴 커녕..전봇대처럼 두툼하군요.ㅎ
해파리냉채도 해 주고요.
태어나서 해파리냉채를 첨 먹어본 울 쌍둥이는..
그 해파리 씹는 것이 신기하다고 오래오래 씹어먹더군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식재료들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다행이다 싶어요.
잘 말린 진피차는 레몬청 한수저 같이 넣어 끓여 마시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찬바람 불면서 구멍난 제 가슴도 채워지네요.
혼자 낫을 들고 들깨를 몽땅 쓰러뜨렸네요.
작년에는 깨 두말하겠다고 깻대 베는 일만 이틀을 했는데..
실력이 많이 늘어서 하루만에 다 베어버리고 흐뭇해 합니다.
그 들깨 베어 말려서
털어서 두 말의 깨가 나왔네요.
마당에 곱게 펼쳐 말려주구요.
마지막 녹두도 따서 체에 거르고 말려주구요.
땅콩도 캐서 씻어 말려주고요.
시금치를 어마무시하게 뽑아다 다듬어 국도 끓이고
생으로도 먹고
나물로도 무쳐 먹구요.
신혼초에 시금치나물도 못해서
곤죽이 되게 데치던 기억.
ㅎㅎ
많이 컸네요.
시댁에서 따온 깨진 감은 몽땅 썰어서
리큅에 저온으로 3일 말립니다.
꼬들꼬들 맛난 감말랭이가 되었습니다.
올해 첨 심어본 토란으로 토란대도 껍질 벗겨 말리고요.
토란도 한 줌 나왔네요.
토란탕을 맛나게 끓여 먹어야겠어요.
요즘 거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무생채입니다.
이날의 무우생채는 너무너무 맛있었는데
채칼로 급하게 무우를 썰다가..살점이 뚝 떨어져서
피가 뚝뚝 떨어졌죠.
아이들과 남편이 너무 맛있게 먹는데..저는 손이 가지 않아요.
"맛있나?"
"응..되게 맛있다"
"그 생채는 내 피와 살로 만들어진 것이니라"
젓가락으로 막 뒤적입디다.
살점 찾아 먹겠다고.
시금치가 넘쳐나니..밀가루와 섞어서
믹서기에 반죽을.
새로 산 믹서기가 성능이 좋긴 하네요.
시금치와 밀가루를 금방 합체^ 시키는군요.
그래도 결국은 제 손으로 빡빡 치대어
냉장고에 넣었다가 비오는 날 점심으로 시금치 수제비 만들어 먹었답니다.
빈자리가 늘어가는 저희 텃밭.
거의 막바지에 이른 수확물들.
생강을 한 대야 캤어요.
요놈 갈무리 하는 일이 또 과제로 남았구요.
엄청시레 뽑아놓은 콩대 말려서
콩타작 하는 일이..큰 숙제.
그리고..김장을 하고나면?
올해 큰 일들은 다 한거죠?
그 바쁜 와중에도 여자임을 잊지 않으려고
천일홍 꺽어다가 책꽂이 사이에 말려두구요.
팡팡 터지는 이쁜 국화들도 꺽어다 창가에 놓아주구요.
내년 봄을 준비하는 양파심기도 끝냈고요.
그 옆으로 시금치도 뿌려뒀어요.
그냥가기 서운하니 가을 꽃구경 좀 시켜드리고 갈께요.
그럼..또 뵈요^^
가을이 더 깊어지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