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귀농을 3-4년쯤 앞두고 시골로 이사를 한 후로
특히나 지난 10월은 참으로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암투병중이던 세째형님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로
아내도 저도...... 아니 우리 형제며 가족 모두가
참으로 비통한 심정에 삶의 의욕마저 잃은......
혹시라도 우리 가족중에 누군가가 암판정을 받는다면
저는 앞으로 절대 항암치료를 하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전립선암 치료가 완치되었다고 하더니 얼마후 혈액암으로......
항암치료의 결과는 다발성골수종으로 인한 사망......
그래도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보름넘게 감기몸살로 고생하면서도
아내의 밥상에 대한 정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날이 쓸쓸해지면 꼭 먹어야 하는 굴~
전날 생굴을 먹었으니 담날은 굴전으로......
굴전 앞의 양념장이 두그릇인데
색이 검붉은 것은 굴전을 찍어먹는 초간장이고
옆에 숟가락이 담긴 파송송 간장은
표고밥을 비벼먹기 위한 양념장입니다.
간장은 전남 곡성에서 공수된 시판불가의
어렵게 구한 조선간장인데
소문처럼 맛이 참 남다릅니다.
갓김치, 묵은김치, 파김치, 배추겉절이......
그래도 굴전이 있으니 소주 한잔 곁들여 주어야 합니다.
원래 배추겉절이는 예정에 없던 품목이었는데
망할 고라니노무 쉐이들이 울타리를 쳐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주콩 100%, 서리태 7-80%를 아작내고도 모자라
이제는 배추밭까정 튀어 들어와 쳐먹고 산토끼하는 바람에
그나마 고라니먹고 남은 것들을 뽑아다가......
얼마 전에는 뭣도 모르면서
생태계보호를 위해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언놈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야~ 이 개자슥아~ 고라니가 일년에 두번 새끼를 낳는데
한번에 한두마리씩 낳는데
지금 지들끼리도 영역이 좁아 싸우고 난리법석인데
거기다 우리농장 주변에만 3만평남짓한 면적에 다섯마리에
새끼 두마리 데리고 다니는 어미가 또 하나 있는데
네가 걔네들 다 먹여 살릴래~?
시방 인구증가율보다 야생동물증가율이 더 높은건 알어~?"
동네 어르신들은 산 근방에 있는 밭들의 콩농사는 아예 접었습니다.
배추, 무우 다 포기하시고
-심지어는 파, 마늘싹까지 먹는다는...... ㅠㅠ-
죄다 들깨농사로 전환하셨다는......
하긴 덕분에 아랫집 형님네서 들기름 얻어먹고
토란이며 토란대 잔뜩 얻어서 겨우내 먹을거 저장해두고
집주인댁의 저온저장고에 밤도 몇자루 넣어두고......
아쉬운 부분은 표고가 봄처럼 시원찮다는......
표고농사는 내년 봄 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 옆에 사진은 진도농부님이 보내주신 자색고구마와 기냥 호박고구마~
거기에 삶은 계란과 사과 한쪽 커피한잔으로 점심을 때우던 모습입니다.
올초에 제주로 귀농하신 선배님이 보내주신 귤은 사진찍기 전에 이미.......
아참~ 귤껍질차~ 절대 드시지 마셔야 합니다.
비타민 보충하려다가 오장육부 망가집니다. ㅠㅠ
제대로 믿고 먹을 것이 없는 요즘세상.......
저 굴삭기는 졸지에 제가 입양한 놈입니다.
세째형이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저희 농장에 계셨는데
'형~ 나 올 가을에 중고굴삭기 하나 살건데
내년 봄에는 그걸로 토굴하나 파고 방하나 들여서
거기서 지내봅시다' 했더만
빙그레 웃으면서 그거 정말 좋지~ 했던......
형이 돌아가시고 정신줄 놓고 있다가
이래서는 않되겠다 싶어 서둘러 장만하고
농장 여기저기 손보는 중입니다.
하루는 날을 잡아 판매하는 계란들이 이상없는지 검사도 해보고
-이쑤시개 꽂는 계란 유명한 계란 거의 대부분 가짜계란입니다.
저어기 어디 물건너 꽁지머리 사기꾼같은 놈은 공장사료 슬쩍 섞어 먹이고
무슨계란이니 뭔프리니 하는 것들 죄다 쓸만한 것들 아니거든요.
양심적인 극히 일부의 소농들이 진짜계란을 생산하는 중인데
맛? 신선도? 그런것을 원하시는 분들은 가짜계란을 쭈욱 드셔도 됩니다.
동물성사료에 화학물질 듬뿍추가하고 착색제 산란촉진제 첨가시킨......
그걸 모르는 소비자는 내가 좋은계란 먹는 중이라 자랑하기도 하죠? ^ ^ -
한편 시골로 이사한 기념으로 화목보일러를 설치했습니다.
이름도 없는 관내 보일러업체에서 생산된 것인데
단순하면서도 열효율이 좋고 단순한만큼 고장이 없다고 하네요.
시골에서 기름보일러 쓰려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5-6개월간
30평주택의 연료비만 3-600만원이 소요된다고 보면
산에 널린 죽은 나무들을 베어다가 쓰니
엔진톱의 기름값을 빼면 뭐~ 거의 공짜수준입니다.
화실에 화목을 한번 꽉 채우면
저희처럼 뜨거운거 싫어하는 집은 30시간도 넘게 씁니다.
에효~ 저노무 사진땜시 얘기가 딴데로......
양념장에 비벼먹는 대신에 다른 방법을 써봤는데
배추겉절이, 파김치, 갓김치를 놓고 김싸먹는......
역쉬~ 맛 정말 좋습니다.
양념장을 가장 많이 먹는 것이 저였는데
이날은 양념장에 숟가락 한번 디밀지를 못했네요.
농업이 공업화 내지는 산업화 된 이 시기에
생산량을 강제하지 않는 농업을 하면서
요즘은 구하기 힘든 올바른 먹거리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꾸고 수확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중의 행복이지 싶기도 합니다.
해발 1,000고지도 되지 않는 그야말로 야산에 오르면서
전문등반가들도 아끼는 비싼 옷을 입어야 하고
출퇴근용으로 1,000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며
과도한 소비중심적인 사람들이 속출하는 자기불만족의 시대에
특히나 농업은 나와 내 가족의 중심을 찾아가는
또 다른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비싼 캠핑용품 아웃도어에 신경쓰지 마시고
쬐끄만 보잘것없는 땅이라도 사서 일궈보시면
훨씬 더 삶의 질이 풍요로워질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앞으로 닥쳐올 인류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감안한다면
적절하고 올바른 소비와
그에 따른 올바른 생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