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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잠시 쉬자구요. 가을구경

| 조회수 : 8,133 | 추천수 : 2
작성일 : 2013-10-30 14:31: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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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그늘 속,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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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가씨 뭘 보고 있는 걸까? 숨박꼭질이라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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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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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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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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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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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남이섬 풍경이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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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순과 호박볶음, 우거지된장지짐

우거지는 고추와 표고버섯도 넣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도 두어술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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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김치찌개와 두부조림, 단호박찜으로 저녁을 먹고 난 후

H씨 "좀 부족하네, 부침개 한 장 부쳐주면 안돼?" 하기에 호박과  대파 넣고 딱 두 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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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는지? 지는 건지?

밝갛게 떠오르는 저 해를 보고 산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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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영실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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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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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과 정말 파랗기만 했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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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대피소는 컵라면을 팔더라.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빠질수 없는 소주와 맥주

하늘과 바람 햇볕, 완벽 했다.

저렇게 먹고 데크바닥에 누워 한숨 아니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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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많이 친숙해진 한라산 까마귀들

쟤들이 '까악~' 하는 소리 말고도 여러 소리를 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러고 않아 쉬지 않고 뭐라`뭐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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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서 남벽가는 길,

남벽을 바라보며 빙 둘러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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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은 시나브로 멀어져 가고 어느 새 구름도 내려 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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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로 하산길 돌틈에 용케 밟히지 않고 피어 있는 꽃

구절초일까? 1600고지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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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서귀포가 보이고


 

#4



K에게


이 가을, 우리 딸 무엇을 하고 지낼까?

찬란한 20대 초입에 알바와 과제와 시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짓눌려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염려스럽지만,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구나. 네가 부딪쳐야할 현실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철학’이라고 했던가? 네가 바라보는 세상을 ( )로 물었던 수업이. 이 수업과 과제가 어쩌면 너를 철학으로 입문시켜줄 스승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아시아 철학을 배운다는 건, 단순히 공,맹과 노,장 따위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연습을 하는 걸 거야. 고대 그리스 철학, 서양철학도 마찬가지고.

그저 읽고 들은 지식이 아닌 삶의 양식(사유와 존재방식)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 이게 철학하는 것 아닐까? 우연히 접한 어떤 사조에 네 마음의 지지를 보내는 정도에 머물지 말고.


아마도 눈에 보이는 ‘성취’라는 것 때문에 조급한 반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한 ‘빛나는 청춘’에게 말을 해 주고 싶다. ‘자꾸 밖에서 무엇을 구하려고 하지 말라’고, ‘찬란한 20대이기에 세상의 성취라는 것에 관심과 욕심을 낼 수 있지만 그걸 구하면 구하는 만큼 아니 그 것의 몇 십, 몇 백배 노력할게 있다’는 걸. 바로 네 내면에 있는 ‘보물’에 눈을 뜨고 그것을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 삶에서 그 무엇이든, 이미 네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보물이 가장 아름답기에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방식을 찾으면 될 뿐 비교하지 말라고. 그 보물을 찾아 사용하는 방식을 찾는 것, 그걸 체득하는 것이 네가 배워야 할 철학이 아닐까?


사랑하는 딸,

지혜란 현재 집중하는 것, 삶에 대한 선택을 연습하는 거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먹을 것을 입엔 넣고 씹을 수 있듯, 집중하고 선택하고 존중하고 절제하는 것 그리고 나눌 줄 아는 것, 이것이 지혜고 철학하는 이유다.


요즘 용돈이 궁한 모양이더라.

문자 자주하는 것 보니, 하지만 이번엔 추가 지급이 없을 거다.

언제까지 둥지속의 새끼일수는 없잖니.

때론 궁핍도 견뎌야 하고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었음을 잊지 마라.


가을 하늘이 참 맑다.

이처럼 네 마음도 맑게 하렴.

오늘도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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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연
    '13.10.30 2:47 PM

    제주에 가을이 담북왓네요...
    늘 오후님네 밥상 된장찌개 맛나보여요..

  • 오후에
    '13.10.31 9:13 AM

    우거지 된장 지짐 맛있습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 ^^

  • 2. 나무
    '13.10.30 3:43 PM

    가을하늘 너무 이쁘네요

  • 오후에
    '13.10.31 9:14 AM

    요즘 하늘 참 이쁘죠!

  • 3. 지.은맘
    '13.10.30 6:28 PM

    가을은 넘넘 아름다워요~~~~

    남이섬이 가고픈..ㅠㅠ

    무청된장지짐이.... 보고 갑니다 아마도 퇴근해서 저걸 해야지 싶어요 ㅎ

  • 오후에
    '13.10.31 9:15 AM

    남이섬 다녀오세요. 지난주보다는 단풍이 더 들었을듯
    사실 지난주는 시작 분위기였답니다.

  • 4. 모우
    '13.10.30 6:44 PM

    맑은날 한라산 영실의 모습은 이러하군요 ^^
    지난주말 제가 오른 한라산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춥고 안개껴서 한치앞도 안보이고
    대충 감으로 느낌으로 참 좋겠구나... 하고 왔어요.
    맑은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네요~

  • 오후에
    '13.10.31 9:19 AM

    백록담 오르셨나봅니다.
    지난 일요일과 이번 월요일 영실 사진입니다.

    일요일 영실, 월요일 백록담 오를 생각이었는데
    일요일 영실이 너무 좋아 월요일 다시 영실에 갔습니다.
    영실서 남벽 거쳐 돈내코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할 수만 있다면 비박이라도 하고 싶을만큼 내려오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너무 염장인가요? ㅎㅎ
    용서하소서 ^ ^

  • 5. 이호례
    '13.10.30 10:03 PM

    저 아름다운 모습 2년전 저희들이 오를때도 무척이나 하늘이 파랗고
    풍경이 좋았습니다
    다시가보는 느낌입니다

  • 오후에
    '13.10.31 9:19 AM

    같은 느낌을 공유합니다. ㅎㅎ

  • 6. 양지
    '13.10.31 12:21 AM

    몇 년 전 제주도에 자주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르던 한라산, 백록담, 영실...

    그리고 푸른 하늘..

    그립네요

  • 오후에
    '13.10.31 9:20 AM

    저는 몇 년도 아니고 3일째인데
    다시 가고 싶습니다. 아직 눈에 선하다는 ㅠ.ㅠ

  • 7. 행복
    '13.10.31 12:00 PM

    단호박전 진짜 맛있게 보이네요. 단호박에다 파 넣고 한 건가요. 아~ 땅깁니다. 그리고 가을 사진도 아주 잘 봤어요. 저도 단풍 밟으면서 오늘 오후에 좀 쉬었는데, 가을이 너무 좋습니다.

  • 오후에
    '13.10.31 4:40 PM

    전은 단호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애호박입니다.
    애호박 채썰어 넣고 채썬 파도 넣었어요.

    다시보니 저도 땅기네요. 호박전~

  • 8. 피츠커피
    '13.11.1 9:32 AM

    멋진 사진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한라산에 꼭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맑은 가을 하늘, 행복하세요.

  • 오후에
    '13.11.4 9:17 AM

    맑은 가을 하늘 참 좋지요....

    한라산 꼭 다녀오세요. 개인적으로 백록담 올라가는 것보다 영실 남벽코스같은 게 볼거리는 더 있다는 생각입니다. 산행도 수월하고요. 제가 간 날은 일본할머니들이 단체로 오르더군요

  • 9. 하늘재
    '13.11.1 2:21 PM

    딸 아이 용돈 얘기에...

    스무살 넘은 자녀가 용돈을 달라고 말했답니다..

    어머니 답:"내가 아직도 네 엄마로 보이니??ㅎㅎ
    부모 역할이 자꾸 자꾸 길어지는 요즘
    이 유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10월의 마지막 날도 보내고,,,
    이제 가을도 스러져 가겠어요..

    소박한 음식과 진솔한 글...
    공감하며 잘 보고 있습니다..

    아~~
    스무살 넘은 아이들에게.
    관심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으면,


    "엄마는 아직도 내가 아들로 보이나요??"ㅎㅎ
    품어줄 때와,, 놓아줄 때의 구분을 잘 해야 할텐데............ 말이죠..

  • 오후에
    '13.11.4 9:20 AM

    부모 역할이 자꾸 길어지니 자식에 대한 걱정이나 개입이 더 느는 것 같아요.

    품어줄 때와 놓아줄때 잘 구분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는 그냥 지금부터 놓아 버리려고 합니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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