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풍 그늘 속, 빈 의자
꼬마 아가씨 뭘 보고 있는 걸까? 숨박꼭질이라도 하는 걸까?
평화롭다
한가롭다
하늘 참 좋다
연인들의 시간
지난 토요일 남이섬 풍경이었습니다.
#2
고구마순과 호박볶음, 우거지된장지짐
우거지는 고추와 표고버섯도 넣고, 마지막에 들깨가루도 두어술 풀었다.
묵은김치찌개와 두부조림, 단호박찜으로 저녁을 먹고 난 후
H씨 "좀 부족하네, 부침개 한 장 부쳐주면 안돼?" 하기에 호박과 대파 넣고 딱 두 장.
#3
해가 뜨는지? 지는 건지?
밝갛게 떠오르는 저 해를 보고 산에 갔습니다.
한라산 영실 단풍
영실오르는 길
백록담과 정말 파랗기만 했던 하늘
영실대피소는 컵라면을 팔더라.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빠질수 없는 소주와 맥주
하늘과 바람 햇볕, 완벽 했다.
저렇게 먹고 데크바닥에 누워 한숨 아니 잘 수 없었다.
사람과 많이 친숙해진 한라산 까마귀들
쟤들이 '까악~' 하는 소리 말고도 여러 소리를 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러고 않아 쉬지 않고 뭐라`뭐라~ 하더라.
영실서 남벽가는 길,
남벽을 바라보며 빙 둘러 걷다
남벽은 시나브로 멀어져 가고 어느 새 구름도 내려 앉고
돈내코로 하산길 돌틈에 용케 밟히지 않고 피어 있는 꽃
구절초일까? 1600고지 즈음
멀리 서귀포가 보이고
#4
K에게
이 가을, 우리 딸 무엇을 하고 지낼까?
찬란한 20대 초입에 알바와 과제와 시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짓눌려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염려스럽지만,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구나. 네가 부딪쳐야할 현실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철학’이라고 했던가? 네가 바라보는 세상을 ( )로 물었던 수업이. 이 수업과 과제가 어쩌면 너를 철학으로 입문시켜줄 스승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아시아 철학을 배운다는 건, 단순히 공,맹과 노,장 따위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선택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연습을 하는 걸 거야. 고대 그리스 철학, 서양철학도 마찬가지고.
그저 읽고 들은 지식이 아닌 삶의 양식(사유와 존재방식)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 이게 철학하는 것 아닐까? 우연히 접한 어떤 사조에 네 마음의 지지를 보내는 정도에 머물지 말고.
아마도 눈에 보이는 ‘성취’라는 것 때문에 조급한 반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한 ‘빛나는 청춘’에게 말을 해 주고 싶다. ‘자꾸 밖에서 무엇을 구하려고 하지 말라’고, ‘찬란한 20대이기에 세상의 성취라는 것에 관심과 욕심을 낼 수 있지만 그걸 구하면 구하는 만큼 아니 그 것의 몇 십, 몇 백배 노력할게 있다’는 걸. 바로 네 내면에 있는 ‘보물’에 눈을 뜨고 그것을 소중히 사용하는 것이다. 삶에서 그 무엇이든, 이미 네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보물이 가장 아름답기에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방식을 찾으면 될 뿐 비교하지 말라고. 그 보물을 찾아 사용하는 방식을 찾는 것, 그걸 체득하는 것이 네가 배워야 할 철학이 아닐까?
사랑하는 딸,
지혜란 현재 집중하는 것, 삶에 대한 선택을 연습하는 거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먹을 것을 입엔 넣고 씹을 수 있듯, 집중하고 선택하고 존중하고 절제하는 것 그리고 나눌 줄 아는 것, 이것이 지혜고 철학하는 이유다.
요즘 용돈이 궁한 모양이더라.
문자 자주하는 것 보니, 하지만 이번엔 추가 지급이 없을 거다.
언제까지 둥지속의 새끼일수는 없잖니.
때론 궁핍도 견뎌야 하고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었음을 잊지 마라.
가을 하늘이 참 맑다.
이처럼 네 마음도 맑게 하렴.
오늘도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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