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엔 총각무와 갓을 절반쯤 뽑아다가 김치 담갔다.
일요일엔 고구마를 캤다. 콩도 땄다. 오전에 밭에 갔다 오면 아침 겸 점심 먹고 거둬온 작물 갈무리 하고 쉬는 편인데, 지난 주말은 집안일로 바빴다.
총각김치와 갓김치 담그느라 토요일 오후 다 보내고 해질녘이 되어서야 겨우 동네 공원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었다. 일요일도 콩 껍질 벗기는 건 그래도 수월했지만 고구마 캐며 욕심껏 걷어 온 고구마 줄기, 이게 또 일이었다. 밤 9시까지 손끝이 까매지도록 벗겼지만 결국 다 못 벗기고 1/3정도는 그냥 삶아서 말렸다. 건조기에 말릴까 하다가 볕이 좋은 때이기에 햇볕에 말리고 있다. 지금 채반이란 채반은 모두 집 베란다에 나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실처럼 가늘게 말라가는 고구마 순을 뒤적이는 게 저녁 일이다.
<갓지은 밥과 막 담근 김치, 신김치 쫑쫑 썰어 넣은 비지찌개로 먹은 토요일 저녁>
<고구마 껍질 벗기다 허기진 배를 채운 국수와 갓김치, 일요일 저녁. 정말 양껏 배불리 먹었다. 도대체 내 국수 배는 얼마나 큰거야 하며. ㅋ>
일요일 밤, 대충 정리해놓고 K에게 다녀왔다. 더 추워지기 전에 두꺼운 이불 가져다주었다.
주말이면 10시간씩 알바 하는 K가 저녁을 안 먹었단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며.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뭐 좀 사줄까?” 하니 냉큼 차에 올라탄다. “왜 걸어가지?” 했더니, “그냥 어디든 좀 멀리 가죠.”하기에 두어 정류장 거리의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음료 한 잔 사 줬다.
<토요일 해질녘, 문득 노을이 눈에 띄기에>
<새벽달, 월요일 새벽 6시쯤. 달이 무척 밝았다.>
‘나는 세상을 ( )로 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K가 내게 ( )에 대해 물었다.
아마도 숙제거나 시험문제인 듯한데, “네 가치관을 묻는 거잖아? 그걸 쓰면 되지.” 라고 했더니.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쓰냐고? 차라리 종교가 있으면 종교대로, 가르침대로 보고 살려고 한다 하면 되겠는데 종교도 없잖아.” 라며 끙끙대더라.
“잘 모르겠으면, ‘나는 세상을 명품으로 판단한다.’ ‘나는 세상을 학벌로 본다.’ ‘나는 세상을 돈으로 본다.’같은 배제하고 싶은 가치부터 정리해봐.”라고 얘기 해주었더니,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내가 그런 걸로 세상을 보려고 안하지만 그래도 그걸 다 무시할 수는 없잖아. 사실이 아닌 걸 어떻게 써?” 하며 걱정하는 K를 기숙사까지 태워주며 괜히 짠해졌다. 하지만 입으론 “그럼 그렇게 솔직하게 쓰든지, 근데 네 생각을 아무렇게나 다 써도 되는 거야? 교수가 공부하길 원하는 정답이 있는 질문 아닐까?” “잘 생각해보고 수업 같이 듣는 애들한테도 물어봐봐.”라고 덧붙이고 말았다.
K와의 대화 이후, 내게 물어본다.
내가 채워야 하는 ( )는 무엇일까?
오래도록 잊고 산 질문이다.
앞으로 나는 ( )를 어떻게 채우며 살게 될까?
이번 주말에 단풍구경하며 곰곰이 내게 물어 봐야겠다.
여러분의 ( )는 어찌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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