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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지매 드디어 레스토랑 투입되다!

| 조회수 : 13,504 | 추천수 : 5
작성일 : 2013-10-19 18:23:15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소식전해드려요^^


이번주부터 레스토랑에 투입되서 그야말로 주경야독하다보니 이제사 키톡에 인사드리네요. 


양파 한 개 다지는 것도 익숙치 못한 제가, 어찌어찌 적응해나가고 있네요 ㅎㅎ



루이스 이리사르 요리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명성도, 시설도, 교수진도, 교수법도 아닙니다.

 

바로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실전에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3 개월마다 성격이 다른 레스토랑의

 

(전통이냐 현대냐, 오뜨 퀴진이냐 밥집이냐, a la carte냐 메뉴냐 핀쵸냐)

 

다양한 주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이유 때문에 우리 학교는 사설을 고수한다고 합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을 경우, 연간 3 개월까지만 실습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 10시부터 4시까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다시 4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실습하는 날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지요... ㅠ.ㅠ

 

30 분 정도 주어지는 점심시간 빼고는, 계속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바닥에서 불이 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버틸만 합니다. 대한민국 아지매의 힘!!

 

오히려 즐겁디 즐겁기도 하고요.

 

 

***

 

첫 실습날 아침,

 

카페인 섭취로 정신을 맑게하겠다는 명목 하에 

 

자판기 커피 하나 물고.

 

커피 원두를 도소매하는  La casa del cafe 라는 가게의  자판기입니다.

 

설탕량도 조절할 수 있고, 에스프레소부터 럼 커피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은 착하게도 0.9 유로.

 




실습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사설이 길었습니다 ㅎㅎ

 

여튼 제가 처음으로 파견된 곳은

 

La Montanera by Kota 31 이라는 바/레스토랑입니다.

 

스페인 중부 고원의 엑스트라마두라 지역은 올리브,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각종 부산물들(하몽, 로모, 초리소 등)의 산지로 유명한데,

 

이 곳의 이베리코 돼지를 주 재료로 하는 메뉴와 소박한 가정식을 컨셉으로 내 건 곳이지요.

 

요리사 2 명(다리오/파블로),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마리아), 바텐더 겸 서버 1 명(하비), 실습생 나,  이렇게 아주 작은 주방입니다.

 




이건 거의 3시간을 손질한 '시사오리(Zizaori)'라는 버섯 종류입니다. 

 

살구향이 살짝 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요.

 

솔로 잘 털고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뿌려 진공 포장했습니다.


이걸 진공 포장한 채로 증기로 익혀서 버섯 본래의 맛과 향을 응축하는 식으로 조리한답니다. 





저의 첫 담당 요리는 크로케타 델 하몬(햄 크로켓).

 

전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도 있었고, 몇 번 만들어 본 적이 있지만...

 

무려 우유 6 L가 들어가는 정말 많은 양입니다.

 

* Croqueta del Jamon by 코타 31 *

 

재료: 

우유 6 리터 우유

밀가루 750 그람

버터 750 그람

하몬 500 그람

소금 약간

양파 4-5개

밀가루 적당량(튀김옷)

계란 20개

빵가루 적당량

 

1. 양파를 잘게 다져서 버터에 볶는다.

2. 우유에 잘게 다진 하몬 넣고 끓인다. 소금 간 한다.

3. 양파에 밀가루 넣고 저어주며 볶는다.

4. 3 에 우유 넣고 계속 저어가며 끓인다. 반죽이 거의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약불에 끓인다.

5. 4의 반죽을 넓고 긴 트레이에 담고 냉장한다.

6. 동글게 빚어서 밀가루-계란물-빵가루 입혀서 튀겨낸다.

 

밀가루까지 넣어서 되직해진 반죽을 15 분 정도 휘젓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후끈한 가스레인지의 열기에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이마엔 땀이 흐르고...

 

나무 주걱을 꽤나 꽉 쥐었던지, 영광의 첫 물집이 양손에 잡혔네요. 뿌듯뿌듯.

 




이것이 완성작!

 

맛은 뭐 여기 레시피니까 보장된 ㅎㅎ




 

두 번째 미션은 오늘의 메뉴에 디저트로 나가는 치즈 케익입니다.

 

일반적인 둥근 케익 형태로 만드는 게 아니라, 여기는 짤주머니에 넣고 짜서 무스처럼 냅니다.

 

그런데 제가 계량을 잘못해서 요리사 다리오가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 짤주머니 치즈 케익

 

재료:

생크림 1리터

크림치즈 700그람

설탕 300그람

젤라틴 10장

마스카포네 치즈 3 T

 

1. 젤라틴은 한장 씩 불린다.

2. 믹서기에 크림치즈, 생크림, 마스카포네 치즈 넣고 갈아준다.

3. 설탕 넣고 간다.

4. 젤라틴 꾹 짜서 따뜻하게 데운 생크림과 잘 섞는다.

5. 생크림이 좀 식으면 크림치즈 반죽에 넣고 갈아준다.

6. 짤주머니에 담고 냉장보관한다.

 

***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그냥 차분하게 하나씩 해나가니 다 되더라고요.

 

손님들이 몰려드는 점심 시간이 시작되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새 손님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면

 

긴장이 탁 하고 풀리는 쾌감도 있어요.

 

ㅎㅎㅎ

 

***

 

그리고 집에서 제철맞은 버섯을 직접 요리했습니다.

 

잘 달군 후라이팬에 


질 좋은 올리브유 듬뿍 뿌리고,


다진 마늘 넣어서 향을 내고,


둘둘 볶아만 내도 훌륭합니다~

 




여긴 버섯을 꼭 계란이랑 잘 먹더라고요.


반숙한 계란 노른자에 버섯을 꼭 찍어서 먹습니다.




동생에게서 서프라이즈 소포를 받았습니다.

 

전 이런거 귀찮아서 잘 못하는데, 동생은 참 사랑도 정성도 많은 아이에요.


기운이 납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예쁜솔
    '13.10.19 9:13 PM

    물집 잡힌 손을 보니 쨘한데요...
    그래도 행복하게 고생하시니...보기 좋습니다.
    정말 최고의 요리사가 되실 것 같아요.
    동생의 사랑이 담뿍 담긴 소포...짱입니다!
    힘이 불끈 솟아 오를 듯...

  • lamaja
    '13.11.3 7:08 AM

    예~ 그 물집 이제 터져서 잘 자리잡았습니다.^^
    제가 좋은 요리사가 될 수 있을까 항상 걱정되고 자신도 없어지고 그러네요 ㅠ.ㅠ
    그래도 예쁜솔님의 응원과 동생의 격려에 힘내야지요!!

  • 2. 고정점넷
    '13.10.20 11:29 AM

    한국 오셔서 오픈 하실거죠? 저 스페인 음식 정말 좋아하는데 오픈하심 가보고 싶네요
    열정 부럽습니다

  • lamaja
    '13.11.3 7:09 AM

    헤헤, 한국가서 오픈할만한 실력을 기르려면 아직 멀었지만, 노력할게요!
    벌써부터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돵~~^^

  • 3. 스콜라
    '13.10.20 12:22 PM

    실습하신 곳의 간판사진이, 함께 일하던 분들의 이름까지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집니다. 힘들지만 행복과 보람을 만끽하시는 것 같아 글 읽는 저까지 참 좋습니다. 마지막 버섯요리 해먹어봐야겠어요. 내내 건강도 꼭 챙기시구요^^

  • lamaja
    '13.11.3 7:11 AM

    예, 다른 친구들은 정말 크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하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일하는 정겨운 핀쵸바가 좋아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정말 좋으시고요. 제가 만든 버섯요리는 너무 못생겼는데 스콜라님은 이뿌게 해서드세요~ 파슬리도 뿌려서 드시고요~

  • 4. 진냥
    '13.10.21 12:37 PM

    멋지세요~
    맛있는 사진 감사해요^^

  • lamaja
    '13.11.3 7:12 AM

    멋있긴요, 하루하루 다크써클은 짙어지고 팔자주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ㅋㅋ 그래도 정말 좋아서 온거니까요, 힘내려구요!

  • 5. mineral
    '13.10.22 6:55 PM

    와~벌써 레스토랑 실습까지...
    무지무지 떨릴거같은데 외국에서 너무너무 적응 잘하시네요. 그 꿈과 용기에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화이팅

  • lamaja
    '13.11.3 7:14 AM

    적응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사먹은 달다구리들이 한가득이랍니다 ㅎㅎ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어용 ㅠ.ㅠ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

  • 6. 꿈꾸는 냐옹
    '13.10.22 8:55 PM

    아이구 멋있쪄!!!
    화이팅~~ 화이팅~~ 화이링~~~
    우리 이제 스페인 요리 레서피는 꿀단지처럼 마구마구 나오겠네욤. ㅋ
    전 가끔 스페인 타파스를 우리 식재료를 첨가하고 접목하여 새로 개발해 보면
    참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타파스도 많이 많이 여기에 소개 시켜 주세요.
    수많은 종류들 다 궁금해요. ㅋㅋ

  • lamaja
    '13.11.3 7:15 AM

    히히, 타파스를 좋아하시는군요! 냐옹님을 위해서 담엔 핀쵸 사진들을 많이 올리겠습니다~ 감사해요 ^-^

  • 7. 손사장
    '13.10.24 4:41 AM

    부럽네요.저도 요리란 걸 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데 말이죠.

    더 부럽게 현지 요리 좀 많이 알려 주세요.

  • lamaja
    '13.11.3 7:18 AM

    우와우와, 손사장님이다! 포스팅 너무 감사히 잘 봤었어요. 레시피도 알차고 글도 담백하시고, 뭔가 멋진 언니 느낌... 굳이 안배우셔도 이미 경지에 오르신 것 같아요. 앞으로 저도 재밌는 레시피 많이 알려드리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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