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에 소식전해드려요^^
이번주부터 레스토랑에 투입되서 그야말로 주경야독하다보니 이제사 키톡에 인사드리네요.
양파 한 개 다지는 것도 익숙치 못한 제가, 어찌어찌 적응해나가고 있네요 ㅎㅎ
루이스 이리사르 요리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명성도, 시설도, 교수진도, 교수법도 아닙니다.
바로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실전에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3 개월마다 성격이 다른 레스토랑의
(전통이냐 현대냐, 오뜨 퀴진이냐 밥집이냐, a la carte냐 메뉴냐 핀쵸냐)
다양한 주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이유 때문에 우리 학교는 사설을 고수한다고 합니다.
공공의 지원을 받을 경우, 연간 3 개월까지만 실습이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매일 아침 10시부터 4시까지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다시 4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실습하는 날은 그야말로 강행군이지요... ㅠ.ㅠ
30 분 정도 주어지는 점심시간 빼고는, 계속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바닥에서 불이 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버틸만 합니다. 대한민국 아지매의 힘!!
오히려 즐겁디 즐겁기도 하고요.
***
첫 실습날 아침,
카페인 섭취로 정신을 맑게하겠다는 명목 하에
자판기 커피 하나 물고.
커피 원두를 도소매하는 La casa del cafe 라는 가게의 자판기입니다.
설탕량도 조절할 수 있고, 에스프레소부터 럼 커피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은 착하게도 0.9 유로.
실습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사설이 길었습니다 ㅎㅎ
여튼 제가 처음으로 파견된 곳은
La Montanera by Kota 31 이라는 바/레스토랑입니다.
스페인 중부 고원의 엑스트라마두라 지역은 올리브,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각종 부산물들(하몽, 로모, 초리소 등)의 산지로 유명한데,
이 곳의 이베리코 돼지를 주 재료로 하는 메뉴와 소박한 가정식을 컨셉으로 내 건 곳이지요.
요리사 2 명(다리오/파블로),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마리아), 바텐더 겸 서버 1 명(하비), 실습생 나, 이렇게 아주 작은 주방입니다.
이건 거의 3시간을 손질한 '시사오리(Zizaori)'라는 버섯 종류입니다.
살구향이 살짝 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요.
솔로 잘 털고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뿌려 진공 포장했습니다.
이걸 진공 포장한 채로 증기로 익혀서 버섯 본래의 맛과 향을 응축하는 식으로 조리한답니다.
저의 첫 담당 요리는 크로케타 델 하몬(햄 크로켓).
전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도 있었고, 몇 번 만들어 본 적이 있지만...
무려 우유 6 L가 들어가는 정말 많은 양입니다.
* Croqueta del Jamon by 코타 31 *
재료:
우유 6 리터 우유
밀가루 750 그람
버터 750 그람
하몬 500 그람
소금 약간
양파 4-5개
밀가루 적당량(튀김옷)
계란 20개
빵가루 적당량
1. 양파를 잘게 다져서 버터에 볶는다.
2. 우유에 잘게 다진 하몬 넣고 끓인다. 소금 간 한다.
3. 양파에 밀가루 넣고 저어주며 볶는다.
4. 3 에 우유 넣고 계속 저어가며 끓인다. 반죽이 거의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약불에 끓인다.
5. 4의 반죽을 넓고 긴 트레이에 담고 냉장한다.
6. 동글게 빚어서 밀가루-계란물-빵가루 입혀서 튀겨낸다.
밀가루까지 넣어서 되직해진 반죽을 15 분 정도 휘젓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후끈한 가스레인지의 열기에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르고, 이마엔 땀이 흐르고...
나무 주걱을 꽤나 꽉 쥐었던지, 영광의 첫 물집이 양손에 잡혔네요. 뿌듯뿌듯.
이것이 완성작!
맛은 뭐 여기 레시피니까 보장된 ㅎㅎ
두 번째 미션은 오늘의 메뉴에 디저트로 나가는 치즈 케익입니다.
일반적인 둥근 케익 형태로 만드는 게 아니라, 여기는 짤주머니에 넣고 짜서 무스처럼 냅니다.
그런데 제가 계량을 잘못해서 요리사 다리오가 화가 난 것 같았습니다.
* 짤주머니 치즈 케익
재료:
생크림 1리터
크림치즈 700그람
설탕 300그람
젤라틴 10장
마스카포네 치즈 3 T
1. 젤라틴은 한장 씩 불린다.
2. 믹서기에 크림치즈, 생크림, 마스카포네 치즈 넣고 갈아준다.
3. 설탕 넣고 간다.
4. 젤라틴 꾹 짜서 따뜻하게 데운 생크림과 잘 섞는다.
5. 생크림이 좀 식으면 크림치즈 반죽에 넣고 갈아준다.
6. 짤주머니에 담고 냉장보관한다.
***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그냥 차분하게 하나씩 해나가니 다 되더라고요.
손님들이 몰려드는 점심 시간이 시작되고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새 손님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면
긴장이 탁 하고 풀리는 쾌감도 있어요.
ㅎㅎㅎ
***
그리고 집에서 제철맞은 버섯을 직접 요리했습니다.
잘 달군 후라이팬에
질 좋은 올리브유 듬뿍 뿌리고,
다진 마늘 넣어서 향을 내고,
둘둘 볶아만 내도 훌륭합니다~
여긴 버섯을 꼭 계란이랑 잘 먹더라고요.
반숙한 계란 노른자에 버섯을 꼭 찍어서 먹습니다.
동생에게서 서프라이즈 소포를 받았습니다.
전 이런거 귀찮아서 잘 못하는데, 동생은 참 사랑도 정성도 많은 아이에요.
기운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