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더워서 밥하기도 싫터니 찬바람 살살부니 벌써 뜨거운 국물 생각이라니...-.-"
가을,여름이 그랬듯이 가을이기에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참 많잖아요.
요즘이야 "제철"이란 단어를 잊고 지낼 만큼 계절구분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뭐든 그 계절에 젤 많이 나오는 게
영양은 물론 맛도 젤 좋잖아요.
가을,버섯 듬뿍 넣고 부드러운 쇠고기와 칼국수 넣고 끓이니
밥 하기 싫었던 여름이 언제적 이야기인가 싶게 술술, 후루룩 잘 넘어가네요.
재료 준비야 국자 잡은 사람 마음 아니겠어요? 이런 권한도 없으면 국자를 힘들게 왜 잡겠어요?그쵸?ㅋ
저는 느타리,표고,새송이,청경채,쑥갓,대파,애호박,얇게 썰은 쇠고기,콩가루 칼국수 정도만 준비했어요.
멸치랑 가쓰오로 국물을 내고(선선해졌다고 해도 몸은 아직까지도 축축 쳐지는 여름이라 국물은 천연조미료로 만들었다는 완제품 사용.그래서 국물 내는 비법, 방법은 몰라요.그리고 전 없어요.)
다진마늘만 넣고 국물은 끝...
국물이 끓으면 버섯을 먼저 넣고 끓인 후..
얇게 썰은 쇠고기를 끓는 국물에 털어 넣고..
고기가 주연이 아니고 조연이라고 해도 음식이 맛있을려면 고기가 맛있어야 한다는 불변, 역시나 그렇터군요.
조금 나은 쇠고기를 샀더니 국물맛 제대로 더군요.
콩가루를 넣고 반죽했다는 칼국수를 넣고
(송학에서 나오는 연한 노란빛깔이 도는 국수인데 불지 않고 탄력 짱짱하고 맛있더라구요.)
보글보글 끓으면 부족한 간을 소금으로 하고 후추 정도만 넣고 마무리...
맑은 국물로 일단 한 차례 먹어주고...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마무리는 얼큰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국물로 칼칼,개운하게 ...
버섯류와 야채,국수 건져 먹고,먹고...
수다 떨고,떨고,떨면서 먹고....
다 건져 먹었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또 버섯 ,면 넣고 끓이고 끓이고...
다른 찬에 신경 안 쓰고 하나만 부지런히 맛있게 먹으면 되는 스타일이라 먹는 사람,준비하는 사람 두루두루
편해요.
"가을,손님이 오신다."
버섯을....쇠고기를.....칼국수를....유독 싫어하시는 분이 아니시라면 버섯 칼국수 느긋하게 끓이시면서 맛있게 드세요.
9월, 어느새 가을이 왔잖아요.
선선해져서 파 밑둥 잘라서 심었더니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서 그런지 싹이 하룻밤 사이에 한뼘씩 자라더라구요.
창문틈에 매달려 대파는 이렇게 자라고 있고..
자라는 대파를 보며 올해 한여름을 되돌아 봅니다.
"올해는 직접 키운 로메인에 엔쵸비 넉넉히 넣고 근사한 시저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먹어보리라.."
로메인을 심으면서 이렇게 자신만만했었는데...?
자신만만,끝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OTL...
로메인,나의 넘치는 사랑 때문인지? 덕택인지?
자라도 너무 웃 자라서 결국..?
이렇게 울창한 미니 숲을 만들고..
시저샐러드는 커녕 비빔밥에 뜯어 이파리 서너 개 먹은 게 전부..
"네가 젤 예쁘다." 고 칭찬을 그렇게 해줬음에도...-.-"
결국..?
"너, 뭐냐구...?"
"왜? 이렇게 빨리 자랐냐구..왜?"
이렇게 노----란 꽃을 피웠더라구요.노-----란색 꽃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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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닿는 시원함이 너무 좋은 가을인데 이 기분 좋은 가을도 어느 날 훌쩍 달아나 버리겠죠?
또 어느 날은 "손이 시려워 꽁,발이 시려워 꽁"이러고 있을텐데...
도대체 제 인생은 시속 몇 키로로 달려가고 있는걸까요?
제 인생의 속도만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 같아서 맘이 급해지네요.
"가을아,가을아....부디 천천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