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집밥 사진이 아니라
딸의 어린이집 여름방학 동안
시간 때우기(!) 좋았던 베이킹 사진입니다.
제가 여태 베이킹을 안 했던 이유가
아이가 커가면 좋든 싫든 해야 할 거, 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마침 제 딸이 (저와는 정반대로) 여성적인 것에 열광하고
TV프로도 꼬마 요리사 같은 걸 좋아하길래
세 돌도 지났겠다 여름방학도 됐겠다 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세팅을 마쳤답니다.
그런데 첫 작품은 베이킹이 아니었다는 사실.
딸이 평소 좋아하는 로컬 베이커리의 steamed cake를 만들고자
레시피를 찾아보니 오븐이 아니라 찜솥에 찌면 되는 거더군요.
japanese steamed cake recipes로 구글에 쳐서 최상단에 나온
<Just One Cookbook>이라는 웹사이트의 레시피를 따라 했답니다.
일본인 요리 블로거가 운영하는 꽤 유명한 웹사이트인 것 같아요.
유용한 레시피가 많아 보였어요.
저는 이렇게 준비했어요.
밀가루 75g + 베이킹파우더 1t 채 친 것,
우유 2T + 식용유 1T + 설탕 2T + 계란 1개 섞은 것,
고명으로 얹을 파메산 치즈가루 3T와 옥수수 3T.
새로 구입한 도구는 다이소 스패출러와 거품기 뿐 ^^
웍에 유리보울이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받아 두고요.
웍을 덮을 뚜껑에는 행주를 감아줍니다.
수증기가 케이크 표면으로 떨어져 푹 파일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에요.
믹싱은 맨날 'stir, whisk'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딸에게 양보합니다.
아, 다이소에서 저 앞치마도 구입했군요.
무려 1만 5천원이나 주고 산 어린이 전용 매니큐어가
거품기랑 깔맞춤이네용 ^^
피이렉스 유리 보울에다 컵케이크 라이너를 깔고
반죽을 부어줍니다. 베이킹파우더로 부풀 것을 감안하여
절반 정도 높이를 부어주고 바닥에 한번 탕 쳐줬습니다.
뚜껑을 덮고 15~20분간 쪄주고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반죽이 안 묻어나오면 익은 것.
이렇게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어요.
시식의 현장.
빵이라기 보단 찐빵,
솔직히 말해...술떡 같았습니다.
막걸리 한스푼도 안 넣었건만.
딸은 좋다고 먹었는데 퇴근한 남편에게 물으니
"엄마가 줬음 절대 안 먹을 맛, 와이프가 줘도 안 먹을 맛,
딸이 주니 딱 한 입 먹을 맛."
그리고 살짝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듯 했지요 ㅠ
다음날 아침 다소 바스라진 의욕을 그러모아
쿠키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일단 사놓은 밀가루 1kg는 이 여름이 다 가기 전
딸과 함께 소진하기로 굳게 다짐했기에.
그런데 딸이 사방팔방에 흩뿌려놓은 밀가루와 말라붙은 반죽을 치우다 보니
그 다짐 실행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이 날은 네이버 파워블로그 하나*님의 노버터 초콜렛 쿠키를 구워봅니다.
딸이 낮잠자는 동안 재빨리 밑재료 준비를 끝내고
기침하시면 바로 밀대로 밀어 커터로 모양 찍으실 수 있도록 대령 ^^
밀대와 쿠키커터는 이케아 미니키친 툴인데
여태 아이가 장난감으로 갖고 놀았죠.
음식물에 닿아도 괜찮다기에 1년만에 세제묻혀 씻어서 썼어요.
얇게 밀수록 팬에 옮기기 쉽지 않아요.
부침개 뒤집개로 들어 올리다가
진저 브래드 맨 허리를 몇번이나 부러 뜨렸는지 ㅠㅠ
커터로 찍고 남은 반죽은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묵칼로 싹둑싹둑 썰어부러써요 ㅠㅠ
구워져 나온 반죽
초콜릿 좋아하는 딸이 신나서 한입 베어물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퉤퉤 뱉어내요.
제 입에는 딱 좋은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맛인데
세돌 아가씨한테는 너무 썼던 거죠 ㅠㅠ
남은 쿠키는 제 뱃살만 키울듯 싶어 소포장해서
실미도 친구한테 전달.
요새 제 딸이 맛들인 바나나 밀크 쉐이크인데요.
얼마전 자게에서 바나나 냉장보관 이야기를 듣고
하긴, 왜 안 되겠나 싶어서 바나나 적당히 익은 걸로 골라서
사오자마자 냉장실에 1주일간 보관했네요.
맛이나 색깔 변화 없이 아주 생생한 상태라서 좋고
차가우니 블렌더에 따로 얼음 안 넣어도 돼서 편해요.
이건 그 다음에 구운 버터쿠키.
사이즈가 작은 미니오븐에 2층으로 나눠 구워보니
오븐 아랫쪽 면에 닿은 쿠키들은 죄다 시커멓게 탔어요 ㅠㅠ
제 입엔 아주 맛있었는데 남편은 딱딱하다며 핀잔을 -_-+
다음날 아침 남은 것 전부 남편 출근길에 들려 보냈더니
다들 맛만 좋다고, 남편보고 나이 드니 이빨 약해진 것 아니냐며 놀렸다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딸이 참 많이도 먹어치운 마늘빵
일요일 종일 TV만 보여준 걸 반성하며 ㅠㅠ
우유와 크림치즈를 넣어 만든 milky steamed cake
지난번 노란색 술떡보다 질감도 색도 맛도 훨씬 나았어요.
쫀득하지 않고 포슬한 느낌도 있고 우유 덕분에 부드럽고 촉촉.
아이와 같이 만드는게 상상처럼 막 즐겁지는 않지만 ㅠㅠ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계속 시도해보게 되네요.
앞으로 기회 될 때 더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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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코엄니
'13.9.3 9:56 AM[아이와 같이 만드는게 상상처럼 막 즐겁지는 않지만 ㅠㅠ]
명언이예요~
같이 하려면 엄마가 마음을 잘 다스려야해요 ㅋ
믹싱없이 반죽만 하는 시판 호떡 할래도 아이가 바쁜 틈을 타서 후딱~
아웅~~어쩌지???너 뭐 하고 있어서 엄마가 해버렸네~~
설탕은 꼭 자기가 넣겠다며
닥닥닥닥,,,
강냉이님 아이 진지한 표정이 너무 이뻐요~^^강냉이
'13.9.3 12:05 PM하하하하, 초코엄니님도 아이랑 해보셨군요!
도닦는 심정으로 참을 인자 백번은 그은 듯 해요.
뭐든 다 자기가 한다고 참견하고 반죽 그릇은 마구 엎어대고 ㅋㅋ
저도 왠만한 건 제가 다 하고 최소한의 절차만 참여시킨답니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속에서 욱~ 하고 올라오지만요 ㅠㅠ
뚱딸냄 표정 이쁘다 해주셔서 감사해요~2. 예쁜솔
'13.9.3 10:13 AM세돌짜리 아기가 제법 야무지게 베이킹을 하네요.
정말 이쁜 아가씨에요...
"엄마가 줬음 절대 안 먹을 맛, 와이프가 줘도 안 먹을 맛,
딸이 주니 딱 한 입 먹을 맛."
ㅎㅎㅎ 남편분의 표현력이 짱!입니다...=3=3=3강냉이
'13.9.3 12:09 PM아아~ 저거슨 순전히 사진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
실제로는 공중으로 마구 튀어나가는 반죽들 ㅠㅠ
많이 해보면 손끝이 야무져지겠지만
제 인내심이 많이 약해질 것 같아서 눙무리 ㅠㅠ
남편은 빵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한입 먹은 것만도 천지개벽할 일이었다죠.
아이 예쁘다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예쁜솔 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3=3=33. blair
'13.9.3 11:26 AM안그래도 오븐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랑 베이킹클래스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못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세 살짜리랑 했다고 글 올려주시니 너무 좋네요. 사진도 있어서 따라하기 쉬울 거 같아요. ^^
한 가지... milky steamed cake 레시피 부탁드려도 될까요? 따라해 보고 싶어서요.
just one cookbook 홈페이지에는 없더라고요...강냉이
'13.9.3 12:02 PM구글링해서 조합한 레시피는
우유 170ml, 설탕 60g, 밀가루 120g, 베이킹파우더 2t입니다.
컵케이크 틀 6~7개 나와요.
꼭 일반 full cream 우유 쓰시고 혹시 condensed milk 있으시면 조금 넣어도 좋아요.
맛이 더 부드럽고 풍부해지거든요.
(저는 저지방 우유 밖에 없어서 100ml에 크림치즈 60g을 섞어서 썼어요)
그리고 저는 all-purpose flour를 썼는데
혹시 박력분을 구하실 수 있으면 그걸 쓰세요.
질감이 훨씬 가볍고 포슬포슬한 케이크 같아질 거에요.
조리 순서는 우유에 설탕을 잘 저어 녹이고, 거기에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를 섞어준 후
김 올라온 찜통에 찜틀? 채반을 놓은 후 반죽 담은 그릇 올려 만두 찌듯 15~20분 찌면 돼요.
저처럼 끓는 물에 계란찜 하듯 직접 쪄도 되고요.
걸리는 시간은 동일합니다.
건투를 빌어요! ^^4. blue
'13.9.3 1:50 PM맨 마지막에 있는 빵 촉촉하니 맛나보여요. 함 해보고 싶어지네요.
오븐을 안써본지 오래되어서 쓰기는 싫고 ㅠㅠ
아! 그리고 바나나 쉐이크는 우유하고 바나나만 넣어서 갈은건가요?강냉이
'13.9.3 2:45 PM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간단하니 한번 도전해 보시와용 ^^
바나나 쉐이크는 바나나 익은 정도에 따라 달라요.
까만 반점 생길 정도로 아주 달게 익었으면 시럽 안 넣어도 돼요.
우유하고 바나나만 넣어서 만들고요.
바나나가 아직 단단하고 덜 달면 시럽 한스푼 넣어줘요.
술고래 남편이 해장음료로 애용하고 있어요 ^^5. blair
'13.9.3 3:26 PM앗 빠른 답변 감사드립니다!
자세한 설명에 우리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가 모락모락 피어나네요^^
감사드려요!6. 써니큐
'13.9.3 11:41 PM아~맛나겠다.
요리참여가 육아엔 가장 좋다는데 실천하시는군요.
부러울뿐 엄두가안나네요^^강냉이
'13.9.4 2:26 PM하하하, 실천은 정말 어렵습니다 ㅠㅠ
처음 생각으론 주 2회는 같이 해보자, 하며 파이팅이 대단했는데
현실을 알고 난 지금은 2주에 1회 정도로 후퇴했어요. ㅋㅋ
한달쯤 지나면 저 도구들 죄다 먼지 뒤집어쓰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