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4계절이 아닌 "2계절"(봄과 가을이 은근슬쩍 휘리릭 지나가 버리는 짧은 두 계절)이 더 도드라져 보이지만
어이됐든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인 건 맞죠.
특히나 무더운 여름만 1년 내내 있다면 짜증폭발일텐데 적당히 3,4달 여름이 있어주니
그 더위에 샤방샤방한 원피스도 입을 수 있고,수영은 물론 맛 제대로인 수박도 싸게 먹을 수 있잖아요.
무엇보다, 여름이란 계절엔 그 어떤 것보다 먹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유독 좋아하는 여름찬 3가지가 있는데요..
1.오이지무침 2.열무김치 3.호박잎
이 좋아하는 3가지를 남의 나라에 살면서 못 먹었던 게 한이 된지라
부지런히 직접 담가보고 맛 보고 있는 요즘이네요.
젤 많이 먹고 싶은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호박잎쌈!!
제가 살고 있는 곳엔 호박잎 구하기가 어려워요.
이 동네 사람들은 호박잎을 안 먹는건지? 모르는건지?
여러곳 찾아 헤매다 여차저차해서 결국 호박잎을 한 단 샀어요.
(어렵게 호박잎을 구하긴 했는데..?
어릴 적 먹었던 그 여리여리한 호박잎은 아니고 억센 그런 대문짝만한 호박잎이었어요.
그래도 아쉬운 대로 푹 쪄서 맛을 봤지요.)
"울뻔했다."라고 말하면 유난스럽다 하겠지만 정말 여름에 먹는 그 어떤 것보다 맛있었어요.
호박잎을 백 번쯤 씻은 후..
줄기쪽에 껍질을 쭈욱 벗겨 주고 호박잎 물렁하게 푸욱 찜을 했지요.
(억센 잎이 많아서 오래오래 찜을 하다가 나중에 삶았어요. )
호박잎의 짝꿍 매콤한 강된장도 넉넉히 끓였어요.
"저렇게 많은 걸 혼자 다 먹어?"
많지 않아요.저거 한 끼에 다 먹었는데요..ㅋ
강된장,말 그대로 간이 강하면서 국물이 없는 된장지짐이잖아요.
근데 너무 짠 음식은 좋지 않으니 싱거우면서도 푸짐하게 먹을려고
강된장에 두부를 으깨서 넣고 짜지 않으면서도 넉넉하게 끓였어요.
어떻게 끓이냐면요..
저는 된장찌개도 늘상 이렇게 끓여 먹는데요..
1.뚝배기에 된장,들기름,국물멸치,고춧가루,다진마늘,아주 약간의 설탕을 넣고
달달달 모든 재료가 잘 섞일 때까지 볶아줍니다.
2.충분히 볶아졌으면 자작하게 물을 붓고..
국물을 끓여 줍니다.
3.국물이 끓으면 두부를 넣고 으깨줍니다.
(물을 조금 많이 넣어서 나중에 두부를 좀 더 넣었어요.
국물이 많으면 쌈 먹기에 불편하니 국물은 자작하게만 잡으세요.)
4.두부가 익으면 청양고추랑 부추(파가 없어서 대신)를 얹고 불을 끄면 됩니다.
(청양고추가 푹 익은 게 좋다 하시면 좀 더 불에서 익히세요.)
호박잎도 찌고,호박잎의 짝꿍 강된장도 끓이고..
짜잔...얼마 전에 담가 그럭저럭 먹을만한 오이소박이도 올리고..
(맛있지는 않터라구요.)
이렇게만 먹냐?
아무리 호박잎쌈이 메인이라고는 해도 얼마만에 먹는 집밥인데 이렇게만 먹을 수는 없지요.
감자 넣고 두툼한 감자전도 데우고..
(사실 먹다 남은 거 다시 데워서..)
금방 지은 뜨거운 밥이 아닌 한김 나간 밥을 호박잎에 얹고..
그 위에 짜지 않은 넉넉한 두부강된장을 얹어서...
4계절 중 여름이 있다는 건 정말 너무너무 행복한 거 같아요.
다시 말 해도, 열 번쯤, 백 번쯤 말해도 여름이란 계절은 다른 계절 못지 않게 좋네요.
그 행복에 호박잎쌈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건 신이 주신 "선물"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손사장,꼴랑 호박잎쌈 하나로 왜캐 호들갑이야?"
억 센 호박잎이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에 살아도 호박잎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너무 좋아하는 호박잎쌈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챤스,기쁨,만족.....스러운 일이었네요.
저요, 호박잎쌈 배부르게 먹어서 너무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