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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산마늘(명이나물)과 베이킹

| 조회수 : 10,640 | 추천수 : 5
작성일 : 2013-05-16 05:26:24
유럽 전역에 걸쳐 습하고 어두운곳에
명이 나물 (산마늘)이 있다는 말을 전해듣긴 했는데
제가 사는 런던에선 한번도 산마늘을 찾지 못해서
 봄만 되면 동네 구석구석을 헤매었는데
결국 9년만에 결실을 맺었습니다



 
우연챦게 늘 다니던 산책길이 아닌
좀 더 으슥한 산책길에 들어섰더니
여긴 산마늘 밭이 아니라 아예 농장이더라구요

 
쉬엄쉬엄...시간만 나면 산마늘잎을 뜯어왔습니다

사유지거나 왕실공원만 아니면
산마늘잎을 채취하는것은 괜챦고
뿌리를 채취하는것은 법에 걸린답니다

저희 동네에는 한국사람이 저만 살고 있어서
산책로 구석의 산마늘 군락이 거의 제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워낙 지천에 널려있어
뜯는것은 어렵지 않은데
한잎 한잎 씻기가 무척 귀챦습니다

다행히 데크에 수도를 쓸 수 있어서
저는 편하게 씻을 수 있었는데
이런 수도 시설이 없는집들은
주방의 좁은 씽크대에서 씻느라
무척 고생이 많더라구요


 
산마늘 잎으로 대충 쑹덩 쑹덩 썰어서 해물 조금 놓고
내 맘대로 부침개도 부쳤습니다

씻다가 너무 힘들어서 지친것들은
대충 삶아서 된장국 끓일 요량으로
냉동실에 넣어도 뒀구요


   
산마늘 정식입니다
산마늘 잎으로 싸먹는 삼겹살과
산마늘 김치
산마늘 장아찌
산마늘 부침개

그리고 한식이 아니라면
산마늘잎을 넣고 올리브오일,식초,소금넣고
쓩~ 갈아주면 맛있는 드레싱이 됩니다

 
 
소원대로
산마늘 장아찌도 담아놓고
산마늘 김치도 담았더니
아주 든든합니다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가는데
제가 다니는 한국학교는
규모가 작아서 가족같은 분위기를 내주고 있는데
중간에 잠깐 있는 점심 시간에
학부형들이 같이 점심을 먹는데
요즘은 주로 비빔밥을 먹고 있습니다

각자 한가지씩만 가져와서
모조리 다 넣고 비벼먹는 비빕밥의 맛은
여느 한식당에서 먹는 비빕밥보다 훨씬 맛이 있지요

큰 양푼에 손으로 대충 쓱쓱 휘저어 만드는
비빔밥은 정말 꿀맛이랍니다

이 날은 스승의 날 행사를 간단하게 했는데
선생님들 식사로 비빔밥을 준비해드리고
학부형들은 평소보다 더 큰 다라이에
밥을 비볐습니다


동네 일본 친구들이 김치를 담는다고 해서
알려주고 왔습니다

한국슈퍼에 갈때마다 김치를 사온다는데
작은 김치 한팩 사와봤자
한끼밖에 안되니
너무 감질난다며 아예 담아먹겠답니다

동네에 인터네셔널 슈퍼가 있는데
한국사람은 우리집뿐인데
김치를 팔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일본사람들이 김치를 찾아서 팔고 있다네요

김치담을 다라이따윈 없으니
볼이란 볼은 다 나왔습니다

 
김치 담그는법 알려주고
골고루 나눠줬더니
아주 좋아합니다

기무치가 아닌
김치를 제대로 담궈먹는 일본사람들이 될듯 합니다





지인이  아들만 셋이었는데
네째로 이쁜 딸을 낳았는데 벌써 돌잔치를 한다네요
그래서 오지랖 넓은 제가 파티에 쓸 디저트를 담당해주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다 만들어서
배달 준비 끝났습니다



아빠와 아빠 친구들이 준비했다는데
마치 전문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한것처럼
아주 푸짐하고 멋진 파티였는데
제 디저트들도 같이 파티를 빛내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지요



뜬금없이 저녁을 다 먹었는데
큰 딸아이가 케이크를 만들어달랍니다

요즘 한참 먹을때라 디저트가 먹고 싶어 그런가? 했더니
내일이 선생님 생일이라며
케이크를 만들어내래요...-_-;;

케이크를 만들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화분컵케이크로 만들어서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37살 되신 노총각이라는것이 함정...ㅋㅋ

노총각 선생님이 드시기엔
너무 러블리...^^;;

선생님이 정말 고마워하시더라구요

갑자기 준비해야 했던지라
만드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뿌듯했습니다



한국학교 스승의 날에 선생님이 드실
디저트였습니다

평소라면 다른 디저트들도 만들었을텐데
갑자기 귀챠니즘에 빠져
모든게 심드렁해진데다
가벼운 교통사고도 나고
마음이 편하질 못해서
생과일 타르틀렛만 만들었지요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벚꽃
    '13.5.16 6:56 AM

    독일뿐만아니도 영국에서도 산마늘이 나는군요~
    저같음 뭔지 몰라서 있어도 못먹을듯...
    넘 대단하셔요~
    아침 일찍부터 맛깔나는 한식에 아름다운 디저트들까지..
    눈이 호사를 누리네요~ 감사해요!^^

  • 런던댁
    '13.5.16 8:02 PM

    네..영국에서도 산마늘이 있더라구요
    저도 독일이나 스위스쪽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영국도 영국 전역에 걸쳐 기후만 맞으면 많이 있는것 같아요
    이 동네에서 9년째 살고 있는데 올해 처음 발견했어요

    사진뿐이지만 눈으로 호사를 하셨다니 감사합니다

  • 2. 나뽈
    '13.5.16 7:25 AM

    명이나물로 부침개도 만드는군요.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

  • 런던댁
    '13.5.16 8:03 PM

    명이를 정말 다양하게 사용하더라구요
    김치,장아찌는 물론이고 만두속도 하고 부침도 하고 ...
    아마 명이로만 해도 책한권은 나올듯 하더라구요

  • 3. 미니맘
    '13.5.16 7:51 AM

    화분컵케잌 너무 아름다워요.
    영국에서도 유행인가요? 한국 블로거에서 본듯한데 런던댁님것이 갑입니다.
    저화분은 어떤걸 쓰면되나요?
    명이나물 저도 엄청 좋아하는데 산으로 나가 찾을 생각은 못해봤어요. 여긴 미국.
    보는 즐거움을 주신것 감사해요.

  • 런던댁
    '13.5.16 8:05 PM

    케이크가 이쁘다니 감사합니다
    원래 슈가케이크는 한국보단 영국이 더 활발하고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영국으로 공부하러 오시는분들도 많으시구요

    저 화분은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전 실리콘 틀을 사용했어요
    틀은 재활용이 가능하기에 선생님이 돌려주셨어야 했는데 돌려주시질 않아서...^^;;

    미국에도 명이나물 있지 않을까요?
    인적이 드문 어두운 산책로 한번 다녀오세요
    너무 위험할까요??^^:;;

  • 4. 디자이노이드
    '13.5.16 8:59 AM

    농장을 갖고 계시네요ㅎㅎ
    재미있고 따뜻한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런던댁
    '13.5.16 8:05 PM

    ㅎㅎ
    넵..명이 농장입니다..
    감사하니다

  • 5. 오후에
    '13.5.16 12:32 PM

    명이밭... 부러워 로긴했습니다.

    저 지천의 명이밭이 내게 있다면 난 뭘 해먹으려나 마구 상상합니다.

    쌈, 무침, 된장찌개나 국, 부침개, 각종 샐러드에 넣어먹기... 비빔밥 재료...

    명이 넣은 고추장 비빔밥을 명이로 싸먹기 ^ ^


    마음 평안을 찾으시길~

  • 런던댁
    '13.5.16 8:06 PM

    정말 명이밭 좋죠?
    이렇게 좋은곳을 이제야 발견해서 너무 아쉽더라구요
    그동안 다른곳만 뺑뺑 돌았으니...ㅎㅎ

    명이가 정말 쓰임이 많더라구요
    전 오늘 점심도 명이장아찌랑 먹으려구요..
    명이넣은 고추장 비빔밥을 명이로 싸먹기..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6. 마음
    '13.5.16 1:45 PM

    명이나물이 어떻게 생겼나도 몰랐고 먹는건줄도 몰랐는데 82에서 알게됐네요.
    그렇지만 오늘까지도 먹어본적 없고, 제눈앞에 그 명이가 보여도 보고자란게 아니라 몰라서 못뜯을거에요
    영국에도 명이가 나는군요?
    컵케이크의 꽃은 뭘로 만드신건지 받으신분이 황홀하고 행복했을거 같아요

  • 런던댁
    '13.5.16 8:08 PM

    아직 명이를 못드셔보셨군요
    명이는 정말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구여
    특히 영국은 한국식으로 먹을 야채가 그다지 많지가 않았는데
    아주 제격인 야채를 찾았다는 보람이 더 커요
    늘 배추김치만 먹어서 물렸는데 덕분에 올 봄은 배추대신 명이김치로 대신하고 있죠

    컵케이크의 꽃은 설탕이 주 재료가 되는 리갈아이싱을 이용했어요
    선생님이 수줍음 많은 전형적인 영국노총각인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구요..ㅎ

  • 7. 소연
    '13.5.17 11:08 PM

    명이나물... 쌈으로 먹어도 맛나요...
    서울에서는 쌈으로 먹을수있는 명이는 시장에 나가도 보이지가 않네요..
    명이나물 생채도 맛날거 같구요... 향긋하지만 과하지 않은 마늘향이..

    케익은... 너무너무 훌륭하셔서..감탄만 나옵니다..

  • 8. 게으른농부
    '13.5.20 6:45 PM

    산마늘 농장을 가지고 계시네요. 부럽습니다.
    기무치가 아닌 김치~
    제가 아는 어떤 블로거도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일본인들도 기무치보다 김치를 더 좋아한다고......

    먼곳에서 고국의 음식...... 특히 김치......
    괜히 가슴이 짠합니다.

  • 9. 이쁜공주님
    '13.5.21 1:45 AM

    런던에 계신다니 반갑네요~
    저는 맨체스터에 살고있어요:)
    저도 저번주에 런던 시댁에 갔다가 어머님이 명이나물 김치를 한보따리 싸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고있는데!
    사실 저 나물의 이름을 몰랐었어요 ㅎㅎ저희는 갈릭잎 이라고 불르시더라구요!
    여튼 저렇게 부쳐서도 먹어봐야겠네요! ㅎ

  • 10. 잠오나공주
    '13.5.21 10:58 AM

    길가다 저게 쑥인지 아닌지도 구분 못하는 저는 저게 명이인지 알아보시는게 저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명이장아찌는 고기집 가면 나오는 맛있는 나물.. 제주도 특산품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오홍홍.. 화분 컵케이크.. 화분도 먹을 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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