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메주 2개 보이시죠. 고초 이용해서 만든 발효 메주에요.
지푸라기에만 고초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띠풀이나 갈대에도 있다네요.
누룩균은 낙엽에도 있는데 발효하다보면 품온이 상승해 메주균도 이어서 활동하고
온도가 더 높아지면 고초균도 생긴다는 글을 읽고 한번 해보자 만들었는데 너무 잘 되었어요.
*고초란 시들어서 마른 풀이란 뜻이래요.
당연히 고초균은 거기에 숨어 있는 상태겠지요.
텃밭에서 잘 자란 잡초를 뽑지 말고 초겨울 까지 마른 상태로 놔뒀다가
입동 즈음 메주 만들 때 쓰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메주를 푹 잘 삶은 뒤
발로 밟아
갤럭시 원액기에 딸려 온 두부 틀에 넣고 만들었지요.
윗 줄에 있는 메주 처럼 성형 후 하루쯤 말려서 하는 것이 훨씬 곰팡이가 잘 펴요.
텃밭에 잡초도 없고 갈대는 눈에 쌓여서 안 보인다 해서
집 앞 길가에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린 낙엽들을 자르고
뒷곁 나즈막한 언덕 위 고초 한 웅쿰 베어다
따뜻한 물에 여러 번 헹군 뒤 물기 없애고 사용했어요.
담요 위에 코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점점 메주에서 냄새가 나는데
누룩균은 단내를 먼저 낸다니 그렇기도 하고
더 지나면 메주 뜨는 냄새가 나는데 마지막엔 청국장 뜨려고 시작하는 냄새가 납니다.
그 농민분은 이틀 띄우라 하시던데 보통 메주 한 개의 무게가 2kg일 경우겠고
제가 만든 것은 그 절반 1kg이니깐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30시간 경과하니깐
청국장과는 다른 달면서도 꼬린내 나는 메주 냄새가 나길래 담요를 걷었답니다.
전기장판 위에 비닐 깔고 그 위에 쌀푸대 깔고 낙엽 및 고초로 메주를 둘러 쌓고
담요를 덮었는데 과정은 사진 안 찍었으니 순서만 보세요.
이틀간 메주를 건조기로 말리면 된다는데 지금이 정월이면 그러겠지만
긴 겨울 자연건조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서 8시간만 건조했어요.
경험이 생겨서 그런가 나중에 만든 메주 2개가 훨씬 곰팡이도 잘 폈네요.
지푸라기 구하기 힘든 아파트 생활이니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낙엽과 고초를 이용하면
냄새도 별로 안 나는 발효 메주 잘 만드실 수 있어요.
*제가 사용한 전기장판은 고온 저온 딱 두 기능만 있는데
고온에 놓고 젖은 낙엽과 고초를 이용하니 청국장 뜨는 온도 40도 보다 낮은
농민분이 말씀하신 메주 뜨는 온도 36도를 비슷하게 유지한 듯 싶어요.
이 메주로 담근 장맛이 깊은 전통 맛이라 하니 내년에 담가서 제가 먹어보면 알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