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심었던 서리태.
지난해 비둘기들에게 죄다 빼앗긴 아픔을 교훈삼아
올해는 모종을 내어 텃밭에 심었었습니다.
비둘기는 무사히 넘겼고
텃밭 둘레로는 울타리도 쳐놓았겠다
온전히 여물기만을 바라고 안심하는 사이에
망할노무 고라니자슥이 울타리를 넘어
콩밭을 두판장째 아작내고 있는 중인데
저걸 죽여 살려 생각이 엎어지고 뒤짚히는 와중에도
그랴~ 오죽 먹을게 없으면 목숨을 걸고 울타리를 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어쨌거나 콩은 여물어가고
밴뎅이 속알지같은 급한 마음에 몇꼬투리 따다가 밥에 앉혔습니다.
콩밥을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우선 밭에서 잘 익었을 법한 꼬투리들을
한주먹 따서 주머니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는 그걸 집에가서 아내한테 건네 줍니다.
그러면 콩밥이 밥상에 저절로 올라옵니다.
올가을 딸아이의 식성이 달라진 점은
콩을 싫어하던 딸아이도 이젠 아주 잘 먹는다는 것......
청국장이며 된장찌개는 좋아하면서 이상하게 콩은 싫어하데요.
이번에도 콩은 안먹겠다고 하기에
이거 여름에 네가 콩 많이 열리라고
콩순 질러다가 닭주고 그랬던 그 콩이라는 얘기에
젓가락으로 한알 조심스럽게 먹어보더니......
심지어는 애비밥그릇의 콩까지 넘보더라는......
아서라~ 개밥그릇에 손댔다가 물린다~
맨밥만 꼭꼭 씹어도 단맛이 느껴질진대
대충 씹어도 단맛이 나는 서리태까지 가세했음에야......
그나저나 쬐끔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걸 매일 밥에 앉혀 먹으려면 최소한 한가마는 수확해야 하는데
기냥 왕창 심을 것을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