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두번 온가족이 농장에서 지내는 1박2일.
날이 점점 추워지니
아이들과 산에서 자는 것도
올해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날의 저녁메뉴는 군고구마~
아내와 아이들이 고구마를 캐는 사이에
저는 고구마순을 꺾고......
보드라운 흙을 만지며 아이들은 신이났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넣지않은 맨땅......
뭐~ 고구마라고 제대로 되었을까 싶었는데
아내가 캔 고구마를 아이들이 박스에 넣기에 들여다보니
제법 잘 컸습니다.
길이가 얼마 되지않는 한고랑을 캐고나니
박스로 가득차네요.
이정도면 제 수준에는 풍작입니다.
재작년에는 감자 한박스 심어서 반박스 캤으니...... ㅠㅠ
고구마 순을 따는데 고라니가 한몫 거들었습니다.
텃밭 울타리를 넘어들어와 고구마잎을 죄다 따먹었네요.
고구마밭 옆의 서리태밭 한판장은
콩잎과 콩을 죄다 뜯어먹어 콩대만 남았고......
이 우라질노무자슥들아~
나 열받으면 공기총사서 너네들 주민등록 말소시켜뿐다이~
개울건너 산속에서 죽은 나무들을 한지게 져다가
땔깜을 준비했습니다.
겨우내 닭들 청치밥을 해주려면
앞으로 장작을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모닥불용 땔깜은 가느다란 나무들로 골랐습니다.
불이 잘 붙으라고......
참 세상 좋아졌습니다.
어릴때는 이것들을 죄다 톱질을 해서 잘랐는데
지금은 커팅기나 엔진톱으로 쓱쓱 자르니 말입니다.
불을 지피는 사이에
아내는 고구마를 씻어 준비해놓고......
고구마는 역시 김치가 있어야 합니다.
동치미가 있으면 환상인데 줘터질까 두려워 주문불가......
굽는 것은 역시나 당쇠의 몫입니다.
호일에 하나씩 싸서 밑불과 장작불사이에 쑤셔넣고
장작불이 어느정도 타들어 갈 즈음에
젓가락으로 쿡 눌러봐서 부드럽게 쑥 들어가면 오우케에이~~~
맛이 어떠냐고요?
뭐~ 그냥 군고구마 맛이죠 뭐~
별거 있나요?
고구마를 먹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게 진짜 식품인데
왜 식품법에는 이게 식품의 원료라고 했을까?
사회체계가 먹는 것까지 왜곡시키며
우리의 식탁을 탐욕으로 오염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 탐욕이 섞인 식품들로 인하여
우리의 마음까지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우리아이들이 장성했을때는
이런것이 식품법상의 식품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너무나도 심각하고 왜곡되고 꼬여버린 사회체제가
과연 그 실타래를 풀어 낼 기회나 줄 수 있을런지......
요녀석들은 저녁에 먹은 고구마들이 곤두섰는지
담날 새벽부터 일어나 종일 닭들이랑 뒤섞여 뛰어놀더니만
집에 도착하니 이렇게 고난도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