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여행간다며 이렇게 지도에 표시도 해보고 좋아하던 것이 얼마전인 것 같은데 벌써 방학이 다 끝나고 개학 시즌이 왔군요.
제 지난번 글에서 냉장고 정리하는 데에 아이디어를 나눠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러
나...
저희 학교 비지팅 스칼러로 오신 선생님께서도 한국으로 귀국하시느라 그 댁 냉장고며 찬장에 있던 음식들이 다~~~~~~~ 저희집으로 오게 되어서, 그냥 포기하고 냉장고에 집어 넣고 여행을 떠났었답니다...
하필이면 귀국하시는 날이 저희 여행 떠나는 날이라, 도저히 물려 받은 음식과 물건을 정리할 수가 없어서 여행 다녀와서 여전히 괜찮은 음식은 맛있게 먹고, 맛이 간 것은 버리고, 그랬어요.
저 지도 위에 표시했던 대로, 가장 먼저 워싱턴 주 씨애틀 구경을 했어요.
영화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함께 거닐던 바로 그 도시입니다.
그 다음은 미국 국경을 넘어 캐나다 밴쿠버 구경을 했더랬지요.
마침 캐나다 독립기념일이라 여러 가지 재미난 구경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디즈니 크루즈에 승선하고 일주일간 알래스카 구경을 했어요.
한여름에 빙하 구경은 참 좋은 피서여행이었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여독이 완전히 풀리기도 전에 또 여행을 할 일이 있었어요.
남의 학교 구경을 열심히 했죠.
해리 포터가 다녔던 마법학교가 이 학교 분위기를 본따서 셋트장을 지었다고 하더군요.
구경은 잘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학교에 가지 않는 방향으로...
등록금도 너무 비싸고, 시골쥐가 살기에는 너무 붐비는 서울이어서 말이죠 :-)
롱아일랜드에 사시는 홀 박사님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서 방문했는데, 그 참에 더 북쪽의 보스턴 까지 구경을 했었어요.
홀 박사님 댁에서는 사흘을 머물면서 그 댁 마당에서 깻잎을 따서 전도 부치고 김치도 담고 조림 반찬도 만드는 등, 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다 가르쳐 드렸어요.
한국 장에서 갈비를 사다가 바베큐 파티를 하기도 했구요.
하루는 롱아일랜드 해변에 나가서 신나게 놀기도 했어요.
홀 박사님께, 82쿡에서 박사님의 복숭아 케익이 아주 인기를 끌었다고 말씀드리니, 당신 어머님께서 무척 기뻐하시겠다며 좋아하셨어요.
롱아일랜드에 있는 브룩헤븐 국립연구소에서 입자 가속기를 구경하기도 했어요.
몇 년 전에 스위스에 입자 가속기가 새로 생기기 전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설이었다고 해요.
지금도 북미 대륙에서 가장 큰 시설이라 다른 나라에서 과학자들이 많이 와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군요.
저희 남편도 한 때 여기서 홀 박사님 그룹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죠.
어쩐지 닮아 보이는 두 사람...
ㅋㅋㅋ
물리학 전공인 것도 닮긴 했군요
ㅎㅎㅎ
(누구나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나 시력이 안좋아서 오해하실 분들 계실까봐 추가합니다 :-)
(사진의 오른쪽은 코난아범이고 왼쪽은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님입니다. 홀 박사님 아님)
(그런데 사실은 그렉 홀 박사님도 약간 비슷한 분위기의 외모 소유자임 ㅋㅋㅋ)
그렇게 즐거운 방학이 지나가고, 저희집 아이들은 지난 주 수요일에, 남편은 이번주 부터, 저는 다음주 부터 개학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학교 첫 날에 등교하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곤 하는데요, 이렇게 웃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해요.
방학 내내 아이들 챙기느라 힘들었던 엄마들이 이제 아이들로부터 해방되는 날이니까요.
저는 아직 개강하기 전까지 며칠 시간이 있는지라 아이들 개학하는 날 도시락을 열심히 챙겨 주었는데, 아이들이 새로 만난 친구들과 놀기 바빠 그랬는지, 새로운 선생님으로부터 배울 게 많아서 정신이 없었는지, 도시락도 남기고 간식도 거의 안먹고 오더라구요.
아이들 학교 급식은 이렇게 매월 식단을 보내주는데, 저희집 아이들은 이걸 보고 어떤 날은 급식을 먹겠다고 하고, 어떤 날은 엄마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부탁을 해요.
두 아이들 입맛이 사뭇 달라서, 한 아이는 급식을 먹고 한 아이는 도시락을 싸주어야 하는 날이 생기기도 해요.
두 아이들 모두 도시락을 싸줄 때도 각기 다른 식성과 먹는 습관 때문에 다른 종류의 음식을 넣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일 월요일의 급식은 핫도그나 치즈빵 중에 하나를 골라서 먹을 수 있는데, 양식을 잘 먹는 코난군은 급식을 먹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둘리양은 쌀밥에 김을 넣어달라는군요.
둘리양은 학교에서는 긴장이 되어 그러는지, 아니면 친구들과 놀기 바빠 그러는지, 점심도 간식도 남겨 오는 날이 많아요.
그래서 내일 간식은 후루룩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코난군은 초등학교 최고 학년이라 점심 시간이 아주 뒤로 밀려나 있어서 간식을 든든하게 챙겨주어야 해요.
그런데 마트에 갔더니 이런 것을 팔더군요.
별 것도 아닌 것을 몇 조각 잘게 썰어 담아놓고 제법 비싼 값을 받고 팔지 뭐예요.
나중에 바빠지면 불량 간식을 사줄지도 모르겠지만, 내일은 이렇게 보내려구요.
사실, 이것도 파는 것을 조금씩 덜어서 통에 담기만 했을 뿐인 날라리 간식이지요.
홀 박사님 마당에는 깻잎이 몇 년째 자생하고 있는데, 제가 가르쳐드린 요리법과 유튜브에서 유명한 망치부인의 레서피를 적절히 조합해서 직접 깻잎 김치를 담았다며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공식적으로는 은퇴했지만 아직 마무리할 논문이 있어서 여전히 출근을 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김치를 직접 담으시는 대단한 분이시죠.
저도 이제 출근하면서 바빠지겠지만, 부지런히 주부로서 할 일도 잘 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모두들 해피 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