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숨막히게 더운 요즘...
헥헥 어찌 지내시나요~ 다들 잘 견디고 계신거죠오~~?
하루하루 버티면 곧 좋은 날이 올거라 믿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솔이엄마와 솔이네 가족이 먹고 산 이야기를 풀어놓아볼께요.
----------------------------------------------------------------
7월초에는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잖아요.
오랜만에 선생님 뵈러가면서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갔습니다.
달걀말이에 넣을 고기도 볶고, 가지도 쪄놓고
엄마없을 때 아이들이 먹을 삼각김밥 속재료도 만들구요.
달걀말이 속에 소불고기를 넣은 반찬은,
예전에 엄마가 싸준 도시락 반찬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요.
엄마는 양념된 소고기를 달걀에 말아서 익히셨는데
저는 소고기를 볶아서 달걀말이에 넣어봤어요.
장에 가서 사온 마늘을 까서 담근 마늘장아찌와
새우젓을 넣고 들기름에 볶은 호박나물,
들깨가루를 넣고 무친 새송이버섯나물 등을 싸가지고 갔습니다.
7월 9일은 저희 집 둘째아들의 생일이었어요.
녀석이 중학생이 되더니 친구들하고 하는 생일파티는 귀찮아하네요.^^
생일날 아침에 좋아하는 반찬을 한 가지 차려줄까 싶어서
무슨 음식 해줄까? 하고 물어봤더니 뜬금없이 장조림을 먹고 싶다네요.
그래서 생일 전날 소고기를 사다가 장조림을 만들었어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으라고 잡채도 무쳤더니
밥한그릇 뚝딱 잘 먹고,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아주 많~이 먹고 등교하더군요.
둘째의 생일날은 제가 바빴었나봐요. 도시락을 싸가지고 일찍 출근을 했어요.
반찬으로 잡채도 싸고 장조림도 싸고, 깻잎김치랑 전날 먹다남은 치킨도 한조각 쌌습니다.
남편 도시락은 반찬이 없어도 정성스레 싸려고 노력하는데
제 도시락은 그냥 있는 반찬을 되는대로 넣어서 뚝딱 싸기 일쑤네요.^^
아이들 아침으로 가끔 물만두국을 끓여주는데
따로 내놓은 육수가 없을 때는 장조림 국물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요.
단이 생일날 만든 장조림을 이렇게 저렇게 활용합니다.^^
친정부모님을 오시라고 해서 점심도 같이 먹었어요. ^^
아버지께서 떡국을 좋아하셔서 이날은 떡국을 끓였답니다.
시판 왕만두도 찌고, 오이지무침이랑 멸치볶음, 새로 담은 김치를 차렸어요.
며칠 전에 중복이었죠? 초복은 그냥 지나가서 중복에는 닭 좀 삶았어요.^^
엄마가 주신 나무때기(오가피ㅎㅎㅎ)랑 인삼, 대추, 통마늘을 넣고
가족수대로 닭 여섯마리를 넣고 삼계탕을 끓였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닭 한마리씩 먹고 힘내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복달임.^^
그런데 지금의 이 더위는 닭 한마리로는 안 될 것 같아요...하...
죽은 끓이지 않고 불린 찹쌀에 소금 조금 넣고 찹쌀밥을 해서 말아먹게 했어요.
방학을 맞아 열심히 학원다니느라 바쁜 둘째한테도
늦은 점심상을 차려줬더니 한그릇 뚝딱 해치우네요.
친정엄마는 식구들을 위해서 여름에 삼계탕을 자주 끓여주셨는데
이날은 제가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고 하고 드시도록만 했어요.
평소에는 당신이 끓이느라 냄새때문에 별로 먹고싶지가 않았는데
이 날은 딸래미가 끓여주니 너무너무 맛있다고 한마리 다 드셨답니다.
친정아버지, 어머니, 남편, 큰아들, 작은아들 모두 든든하게 포식한 날.
친자매처럼 친한 둘째의 친구 엄마가 며칠 전에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어요.
밥은 먹고 정리하고 있냐니까 아침도 못먹었다네요.
저도 닭을 끓이다보니 냄새만으로 배가 부르더라구요.^^
제 몫의 닭한마리를 냄비에 담아가지고 아래층으로 배달 다녀왔죠.
식구들도 배부르고, 아래층 친한엄마도 잘 먹고, 이래저래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 어떤 날에도 친정부모님을 오시라고 해서
열무 물김치 얹어서 물냉면이랑 유부초밥을 해먹었어요.
사실 친정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저희집으로 오시는 걸 힘들어 하세요.
그래도 제 마음은 한끼라도 엄마가 식사를 안 차리고,
한끼라도 평소와 다른 음식 드셔보시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오시게 하고 싶어요...
분당에 사는 동생도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자주 오는 편인데,
올 때마다 팔을 걷어부치고 친정의 주방 청소며 세탁기 청소 같은 걸 막 해요.
동생이 예쁜 짓을 하면 어쩌다 동생이 예쁠 때가 있어요. ㅎㅎㅎ
지난 주에 동생이 하는 짓이 이쁘길래
더워도 더운 줄 모르고 동생이 좋아하는 감자탕을 끓였답니다.
시래기를 넣으면 더 맛있는데 시래기가 없어서
배추 한통을 사다가 푹 끓였더니 가족들이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웃동생이 캔 감자를 듬뿍 넣고 감자탕을 한솥 끓여서
온식구가 실컷 먹고 옆집까지 퍼주고 잘 먹었습니다.
요즘은 너무 더우니까 저절로 아침에 눈이 일찍 떠져요.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빨래도 돌리고 반찬도 만들고 집안정리를 합니다.
어제 아침엔 앞다리살을 듬뿍 넣고 김치찜을 만들었는데
학원 다녀온 작은아이도 잘 먹고, 친정부모님도 맛있다 하시고
저녁에 남편도 소주안주로 딱이라고 좋아하더라구요.
초등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서 요즘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덕분에 저도 오늘 수업이 없어져서 어쩌다보니 여유로운 날이 되버렸어요.
뭘 하면서 지낼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엄마를 모시고 강화도에 다녀오자고 하더군요.
대명항에 가서 구경도 하고 왕새우튀김도 먹고 카페에서 커피도 함께 마셨습니다.
효도하는 딸은 효녀, 효도하는 며느리는 효부라고 하는데
효도하는 사위는 뭐라고 하는지.....^^
평소에 싹싹하고 다정하고 그런 사위는 아니지만,
울엄마 힘든거 알아주고 강화도에 먼저 가자고 한 울남편이 참 고마웠던 하루였어요.
아이참, 남편이 자꾸 엄마한테 잘하니까
저도 시어머니께 자꾸 잘하려고 그러나봐요.
복날에 시어머니께 카톡으로 치킨 기프트콘 쏴드렸어요.^^
우리 시어머니, 세상에 이런 게 있었냐며 막 좋아하시고~^^
남편이 고맙게 해준 날에는 술안주도 즐겁게 만듭니다.
비록 식자재 매장에서 산 반조리 돼지껍데기 볶음이지만
양파와 청양고추, 마늘을 넣고 정성스레 볶아주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기브앤테이크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에
존경하는 분께서
세상을 떠나시게 되어
마음이 한동안
너무너무
괴로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죠.
마음을 추스리고나니
열심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는 것이
그 뜻을 이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덥지만
힘내서 살아요, 우리.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