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본격적인 무더위에 어찌 지내고 계세요~^^
저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바쁘게 일하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쉬거든요.
그래서 지금 저희집에서 친정부모님과 점심을 함께 먹고,
엄마는 노래교실 가시고, 살짝 낮잠 주무시는 아버지랑 단둘이 집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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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산으로 이사오셔서 친구도 많이 사귀시고
문화센터도 다니시는데, 울아버지는 집에만 계시려고 하세요.
그래서 제가 시간이 날 때마다 저희집으로 오시도록 하고 있답니다.
가끔씩 저희집에서 울엄마랑 아부지 좋아하시는 반찬 만들어서
같이 밥먹고 이야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지요. ^^
오늘도 친정부모님과 사는 얘기 조금 풀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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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월남쌈을 좋아하셔서 간단한 재료만 넣고 월남쌈을 자주 해요.
속재료는 채를 쳐서 넣었었는데, 효리네 민박에서 우리 보검이가 오이의
껍질을 벗겨서 굵게 넣는 것을 보고 그걸 따라해봤더니 싸기도 편하고
괜찮더라구요. 파프리카, 크래미, 양파, 오이, 달걀지단 넣어 쉽게 한접시.^^
국물을 좀 많이 잡은 듯한데, 호박이랑 양파, 청양고추, 두부, 우삼겹을 넣고
된장이랑 고추장, 다진마늘을 넣어서 강된장도 끓였어요.
보리밥, 오이냉국, 불고기, 새송이버섯전, 양배추숙쌈 등으로 차려서
엄마, 아버지, 남편이랑 넷이서 맛있게 먹은 점심상입니다.
어느 날은 물냉면을 해드리겠다고 하고 부모님을 초대하기도 했어요.
육수는 직접 내지 않고 시판되는 것을 써요.
무를 납작하게 썰어서 소금, 설탕, 식초, 고춧가루, 다진늘을 넣어 무쳐서
물냉면이나 비빔냉면 위에 고명으로 얹으면 냉면이 좀더 맛있어지는 듯해요.^^
친구들한테 절임무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냉면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물만두도 삶고, 김치전도 부쳤어요.
이날도 맛있게 드셨다면서 좋아하셨답니다.
집수리를 했다고 동네친구가 에어프라이어를 선물해주었어요.
보라돌이맘님의 양파통닭 레시피로 닭을 구워보았더니 역시 맛있었어요.
이 양파통닭은 친정으로 배달~ ^^
오늘 낮에 점심을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이에요.
처음에 식사하러 오시라고 했을 때는 귀찮다고, 딸 힘들다고 마다하시더니
요즘엔 너무나 좋아하시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더 기쁩니다. ^^
오늘 점심메뉴는 훈제오리 부추볶음, 야채두부전, 오이무침, 감자샐러드 등이었어요.
채소는 채치고, 달걀이랑 감자는 삶고, 고추장에 무칠 오이는 썰어놓고 바빴어요.
아버지는 기름에 부친 두부를 좋아하시는데,
오늘은 두부에 밑간을 하고 파, 양파, 당근을 달걀과 함께 풀어
채소가 담뿍 든 달걀물을 입혀서 구워 봤어요.
오늘의 점심상.
엄마는, 오리고기도 맛있지만 고추장에 무친 오이가 너무 맛있다며
저한테 "왜 이렇게 맛있는거야?"라고 물었어요.
제가 말했어요. "엄마, 나는 맛없게 할 수가 없어." ㅎㅎㅎㅎㅎ
점심을 배부르게 대접하고나서, 오늘은 잠시 유흥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며칠 전에 아들이랑 마트에 같이 갔는데 그때 큰애가 노래방 마이크를 샀거든요.
오늘 아침에 큰애한테,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께서 오늘 마이크 좀 쓰실거라고하니까
자기가 이미 충전을 빵빵하게 해놓았다고 하더라구요. 에구, 이쁜 넘.
어쨌든 유투브에서 나훈아의 "사나이 눈물" 반주를 찾아서
아버지께 마이크를 드렸더니, 평소 말씀도 없으신 분이
약간 쉰 목소리로 그 노래를 열 번을 부르시는거에요...
참... 짠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친정부모님과의 동거아닌 동거도 이제 적응이 되어갑니다.
이웃동생이 시댁에서 가져왔다며 주고 간
부추랑 깻잎, 양파랑 양배추, 고추도 두 집이 나눠먹구요.
부녀회장님께서 주신 노지 열무도 엄마랑 함께 다듬어서,
엄마는 보리밥과 함께 드실 열무김치를 담고
저는 집으로 일부 가져와서 열무물김치를 담았어요.
생전 첨 담아봤는데 그럭저럭 맛있더라구요.
이웃동생이 준 깻잎으로는 또 생전 처음으로 깻잎김치를 담았어요.
처음 해보는거라 맛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틀이 지나서 먹어보니, 어맛! 맛있는거에요.
저는 진짜 음식을 맛없게 못하나봐요.ㅎㅎㅎ 농담입니다요. ^^
엄마랑 가까이 사니까 오이지도 많이 담아 주셔서, 먹고싶을 때마다
고춧가루, 다진마늘, 참기름, 통깨를 넣어 무쳐서
카레밥이나 짜장밥 먹을 때 맛있게 곁들여 먹습니다.
남편이랑 엄마랑 함께 갔던 일산장에서 산 마늘로 담은 장아찌에 맛이 들었습니다.
엄마랑 같이 사니까 마늘도 같이 사러 가고, 그 마늘도 같이 까면서
그동안에 편하게 가져다 먹었던 음식들이 어떤 수고를 거쳐
나에게 오게 되었는지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담은 매실도 설탕이 반쯤 녹았습니다.
설탕이 매실에 천천히 스며들어, 진하고 향기로운 매실청이 되겠지요.
일상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사는 요즘입니다.
친정부모님과의 밥상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나가볼 생각입니다.
사랑하는 82님들,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