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해피 벌쓰데이 먼저 할께요~~~
이 동물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신다면 당신은 오덕후!
저는 당연히 못외워요 :-)
[큰 늑대 여관] 이라는 물놀이 공원이 딸린 호텔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방문할 할아버지 할머니 댁이 없는 이민자 가족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핫한 시즌에는 하룻밤 방값이 무척 비싸지만 날씨가 추워서 야외 수영장은 문을 닫고 실내 물놀이 시설만 운영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저같은 서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으로 모시고 있슴돠.
추수감사절에 태어난 팔자때문에 생일 파티에 초대할 친구들은 모두 명절 쇠러 떠나고 없는 코난군...
큰맘 먹고 늑대 여관에서 가족끼리 조촐한 파티를 했습니다.
오싹하게 달디단 케익과 접시와 냅킨까지 다 제공해주니 에미가 달리 준비할 것은 없어 편했어요.
이 케익을 먹고 열 살이 된 코난군은 아직도 산타와 엘프를 철썩같이 믿고 있으니...
저는 12월 한 달 동안 밤잠을 설치며 설치미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재개그 죄송...)
2005년에 어떤 동화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이후로 쌀국의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이런 활동을 해요.
아니, 아이들의 부모가 이런 활동을 하느라 다크써클을 키워요 ㅠ.ㅠ
얘네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꼬붕인데, 대목을 맞아 바쁜 산타를 돕기 위해 각 아이들 가정으로 파견근무를 나와요.
그리고 매일 밤 북극으로 날아가서 오늘 하루 이 집 아이들의 행실을 보고합니다.
그러면 산타 오야붕은 그에 따라 선물을 준비한다는 거죠.
헌데, 꼬붕들이 다소 번잡스런 성향이라, 아이들 품행 참관 및 보고 업무 외에도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런 - 다음날 일어난 아이들이 보기에는 - 재미난 - 그러나 부모의 창의성을 쥐어짜야 하는 - 일을 벌여놓곤 해요.
애들은...
낮에는 직접 뛰어 놀고, 밤에는 엘프가 대신 놀아 주고, 밤낮으로 즐거운 12월이었죠.
어느날 갑자기 내린 눈에 학교는 갑자기 휴교령이 내렸고, 부랴부랴 눈썰매를 사러 나간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가 쓰레기 봉투로 급조한 일회용 썰매를 타고 놀았어요.
비료 푸대를 대신할 만한 것을 찾다보니 쓰레기 봉투가 떠오르더군요 ㅎㅎㅎ
아마존 박스를 접어넣은 쓰레기 봉투는 두어번 타고나니 벌써 찢어지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아빠가 사온 눈썰매가 제 때 도착해서 아이들은 뒷마당 눈썰매장에서 아침 나절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네... 애팔래치아 산맥 화전 마을에서는 동네 마트에서 단 돈 5달러 짜리 눈썰매를 판매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12월도 어느덧 흘러가서 마침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치루어야 하는 산타 관련 행사, 산타 쿠키 굽기 입니다.
대략 쿠키 반죽을 빚어놓고 초록색과 빨간색 잼을 얹어 구웠어요.
산타 쿠키는 아무거나 구워도 되는데, 저희집 찬장에 민트맛 잼이 너무 오래도록 들어앉아 있길래 이런 쿠키를 구워서 빨리 소비하려구요.
빨간색 잼은 이웃집 아짐니께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직접 만들어주신 딸기와 루밥이 들어간 홈메이드 잼입니다.
노잼 아니죠? ㅎㅎㅎ
(또 아재 개그... 죄송함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한 상 차려놓은 것은 산타가 잡수실 쿠키와 우유, 그리고 썰매를 끄는 사슴 먹으라고 준비한 당근입니다.
애들이 학교에서 만들어온 갖가지 장식물을 걸어놓자니 트리가 꼭 필요하긴 하네요.
내일 아침이면 저 선물을 다 뜯어보느라 아이들이 분주하겠지요.
상자만 그럴듯하지, 내용물은 천원상점에서 산 조잡한 장난감, 마트에서 산 캔디, 뭐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된 선물은 한 두 개 밖에 안되지만요 :-)
동짓날에는 단팥죽도 끓여먹고, 동네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두도 빚어서 돌렸는데 사진은 하나도 안남았어요.
어쩐지 요즘은 요리 사진을 잘 안찍게 되더라구요.
맨날 해먹는 음식만 반복해서 만들게 되니 새롭다는 느낌이 안들어서 이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만큼 훌륭한 실력이 못되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키친토크 게시판에도 점점 발길이 뜸해지나봐요.
새 해 에는 조금 더 활발한 게시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요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뿌린 선물입니다.
부엌에서 쓰는 물건이니 키친토크 게시판에 올려도 되겠죠?
손재주가 별로 없는 미국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정성이 담긴 선물로 여겨져서, 아이들 학교 선생님과 버스 운전기사님, 제 직장 동료들, 모두 감탄하며 좋아했던 반면, 실 값 15달러 만으로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어서 제 지갑도 즐거웠더랬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에 며칠 간 걸어두었다가 명절이 끝나면 부엌에서 수세미로 사용하면 되니 실용적이라 좋았지요.
한국은 이미 크리스마스가 끝났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 - 송년 모임 ㅎㅎ - 이 많을텐데,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