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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추' 정리.. 말문 틔우기, 감정 분출시키기, 들어주기

영화 보고 팝콘 먹고 조회수 : 1,030
작성일 : 2011-02-26 15:13:37

평론가 황진미씨의 글에서 오려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최대 무기가 외모에 있는 건 아니다.
여자와 처음 방에 들었을 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다가 여자에게 밀쳐진다
그는 잠깐 자존심에 금간 표정을 짓지만, 곧 그녀를 배려한다.
“괜찮아요, 내 잘못인걸요. 누군가와 같이 있는 거 좋잖아요. 레츠 고!”




그는 레스토랑에서 기지를 발휘해 여자가 이름을 자연스럽게 말하게 하고,
공사중인 놀이공원에서 ‘다른 남녀에게 더빙하기’ 기법으로 여자의 말문을 틔운다.
이는 일종의 사이코드라마적 효과를 발휘해 그녀는 피나 바우슈의 춤을 보는 듯한 마법적 환상에 빠진다.
그녀는 자신이 죄수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중국어로 자신의 사연을 말한다.
그는 중국어를 모른다고 밝히면서도, 중국어 추임새로 화답해주며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말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하고 듣는 ‘행위’가 중요하다.




장례식에 꽃을 들고 찾아와, 눈치상 그녀와 감정이 연루된 남자와 시비를 붙음으로써,
그녀의 억눌린 감정을 분출시킨다. 우스꽝스럽게도 그는 소란의 이유를 포크 때문이라 말한다.
자신이 우습게 될지언정 그녀의 체면을 중시하는 것이다.
여자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 “왜 포크를…” 하며 옛 애인을 책망하며 통곡한다.
‘기표’는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그녀가 옛 애인에게 호곡하는 ‘행위’이다.
그는 그녀의 막힌................ 살을 풀어주었다.



그러니 옥자 누님은 자발적으로 큰돈을 마련해 찾아오고,
남편은 “내 아내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보고 싶었다”며 찾아온 것이다.
그는 신변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탕웨이와 긴 키스를 나누며
다시 만나자 기약하고 잠든 그녀에게 시계를 남기고 살포시 떠난다.



그는 다정하게 상대를 배려한다. “착한 남자를 원하면 착한 남자가, 나쁜 남자를 원하면 나쁜 남자가 되는” 그는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는 유연성을 지녔다.
과연 옥자 남편이 그의 진정한 필살기가 무엇인지 보았을까?
많은 남자들이 오해하듯 여심을 후리는 진기명기는 외모나 섹스 기술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 귀기울이는 태도다.





* 제 생각은 두 줄 요약으로,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옥자남편의 말에 ......... 좀 코믹하게 들렸지만
- just  talking..


IP : 114.207.xxx.16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2.26 3:17 PM (119.205.xxx.223)

    어제 만추 봤어요. 시간 안 맞아서 못 보고 있다가 봤는데요.
    제 한참 뒤에 앉으신 분이 영화 끝나고 미친듯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으셔서 ㅠㅠ 좀 그랬어요.

  • 2. 동감
    '11.2.26 3:21 PM (222.108.xxx.202)

    저도 봤어요.
    오래 오래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였어요.

  • 3. 만추...
    '11.2.26 3:35 PM (211.209.xxx.254)

    넘 좋은 영화져 하두들 지루하다 잼없다 얘길들어서 실망하면 어쩌나?그랬는데 웬걸?정말이지 기대이상 그이상의 감동을 받았고 뭔가 멜로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 아닌가 그런생각까지도 들더라구여 클라이막스였던 키스씬은 넘 애절하기까지했고 엔딩장면에선 멜로에서 보여줄수있는 가장 이상적인 엔딩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더라구여 넘 좋은 작품이었어여

  • 4. 엔딩장면요
    '11.2.26 3:38 PM (114.207.xxx.160)

    제가 민감한 편이라,
    작은 일상소음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영화의 마무리가
    여자 심리 표현으로 참 와 닿았어요. 미소도 의미심장하구요.

  • 5. 그러고 보니
    '11.2.26 3:44 PM (119.205.xxx.223)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과자 먹는 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가 적게 나더군요.
    다들 조용~히 보시더라고요.

  • 6. 엔딩의 미소
    '11.2.26 9:52 PM (114.207.xxx.160)

    마지막으로 엔딩에 대한 질문입니다. 열린 결말처럼 보이지만 애나의 독백으로 어느 정도는 닫으려는 느낌도 드는데요, 정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지금의 엔딩, 최선인가요?


    한 여자가 누군가를 기다린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된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다리는 걸로 끝내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그때 어떤 마음이면 좋을지 생각했어요. 무작정 기다리다가 안 나타났을 때의 슬픈 감정으로 끝내는 것보다, 그 남자가 나타나면 좋은 거고 나타나지 않더라고 '이 남자가 나에게 준 게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결말?


    그가 나타나면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안녕. 오랜만이에요"라며 내가 연습을 하고 있네? 이 남자가 나에게 준 게 있나 보다…. 그런 생각에, 애나는 씩 웃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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