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19금)기차
s 조회수 : 2,996
작성일 : 2011-02-25 18:31:03
난 부자도 아니다.
난 그렇게 착한 사람도 아니다.
난 마음이 그렇게 따뜻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다음달에 공주님이 태어나고... 결혼한지 10개월 남짓된 새신랑이다.
나는 울산에서 부산까지 출퇴근을 한다.
한달 10만원 내외의 정기권을 끊어서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태화강(구 울산역)역까지 자가용을 타고 6키로 가량을 가서 기차를 타고 해운대역에서 내린다.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로 출근을 한다.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6시 56분 기차를 탈수 있고 저녁 6시 10분에는 사무실에서 나와야 6시 48분 기차를 탈수 있다.
어제 저녁 부전발 동대구역 새마을 기차를 타기 위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 평소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기권은 자유석이다. 그래서 사람이 많으면 자리를 비켜 줘야한다.
카페칸으로 가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려 이어폰을 꼽고 앉았다.
옆자리에 10대 중반의 남자아이들 셋이 시끄럽게 먹을것을 들고 탓다.
난 볼륨을 좀더 올리고 앉았다.
해운대역을 출발한 기차는 기장역을 지나고 있었다.
검표하는 여자 직원분이 차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난 정기권을 보여주고 '수고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곤 다시 게임(팔라독이라고 무진장 잼있다. --;)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북벽' 교복을 입은 학생 셋이 차표를 보여달라는 직원분의 말에 쭈뼛쭈뼛 대답을 못하고 있다.
'차표가 없나?'
달리는 기차 안이다.
직원분은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기차 앞쪽을 향해 갔다.
'허기야 달리는 기차에서 도망칠 곳은 없겠네.'
하고 다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잠시후 역무원(정복 차림의 여자 직원분)과 검표하시던 직원분(붉은색 치마정장)께서 함께 도착했다.
"학생들 정말 차표 없어요?"
정복 직원분(이하 A님)이 물었다.
이녀석들 대답도 안하고 얼굴만 숙인다.
"학생들 어디까지 가요?"
학생1이 대답한다.
"동대구요..."
"그럼 동대구역까지 차표 끊을테니까 돈주세요." 한다.
근데 돈이 없단다.
"동대구역까지 갈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어떻게 갈려구요?"
학생1이 대답한다.
"걸어 갈껀데요?"
이시키... 웃으면서 장난식으로 대답한다.
학생 2, 3은 잘못을 아는양 눈 내리깔고 고개 숙이고 있는데 이 학생 1녀석은 어떻게 된 녀석인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A직원과 B직원분이 10여분간 얘기를 하고 있다.
차비를 내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연락해야 한다. 그리고 운임의 10배를 내야한다. 다음역이 태화강역(울산)이니 태화강역까지 가서 거기서 결재를 하고 그이후는 알아서 할껀지? 아니면 동대구가서 보호자를 부를껀지...
가지고 있는 돈은 14000원 가량 학생 2가 가지고 있단다.
지금까지 난 게임하던 이어폰을 끄고 듣고만 있었다.
직원분들은 얘네들이 잘못을 시인하면 최소한의 책임(차비)만을 위한 조치만 할것 같은 눈치가 보이는데 이녀석들은 묵묵부답이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난 그렇게 착하거나 그렇게 맘씨 좋은사람 '아니다.'
이어폰을 빼고 이야기에 껴들었다.
"학생아... 너(학생 2)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집에 갈 차비빼면 얼마가 남니?"
"4000원요..."
"이 아저씨가 부자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닌데 너희들 나이에 그렇게 한번 해보는거 이해한다. 아저씨도 지금 현금이 없어 카드로 결제 할꺼니까 그 4000원 나한테 줘. 그리고 나머지는 너희 동대구 도착해서 집에가는 차비로 쓰고..."
직원분들이 더 놀랐다.
그분들께 얘기했다.
"이녀석들 차비 제가 낼테니까 결제해 주세요."
"그렇게 해도 되겠어요? 얘네들 그렇게 해도 고마운줄 모를껀데..."
"괜찮아요. 얘네들 인생공부 하는데 5만원 정도 쓸수 있다면 떡사먹은셈 치지요뭐.."
여러가지 말이 오고 갔다.
그 직원분들은 명함 받고 계좌번호 받아서 알바를 하던지 해서 내게 돈을 이체시켜 드리라고 한다.
난 동대구 잘 도착하면 문자라도 넣어달라고 하며 명함을 내밀다가 쟤네가 넣을지 않넣을지 돈자체가 중요하진 않지만 넣는게 쟤네들 인생공부에 좋을듯 싶어 계좌번호를 명함뒤에 적어 줬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 아저씨가 고등학교때 집에서 1시간 50분을 통학을 했어. 고 2땐데 2년동안 다니면서 반장하고 있을때였지. 3학년들 수능 치를때 5분지각을 했는데 3학년 학생부 선생님이 나를 시범케이스 삼아 때리기 시작하더라? 그때까지 학교 다니며 한번도 그렇게 맞은적 없었는데 엉덩이에 무지개가 떠있더라.
그 선생님이 지각한녀석들 저녁에도 모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녁에 모여 운동장 청소까지 한뒤에 집에 가려는데 뒤에서 그 선생님이 부르시더군...
'너 처음 지각했지?'
'네...'
'지각 하니 좋니?'
'아니오...'
'그래... 니가 세상 살면서 좋든 싫든 한번의 실수나 경험은 할수 있어. 하지만 그걸 해보고 좋지 않다면 다음부터 하지 말길 바래. 인생에 한번의 실수는 있을수 있지만 실패는 하면 안된다는 말이야. 네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얘길 아이들에게 해주고 무임승차가 잘못된 일이란걸 알게된 날이 되었으면 좋겠고 다음부터는 무임승차 하지말라는 얘길 남기고 아이들에게 결제된 표를 받아 자리에 앉으라고 건네줬다.
돈이 입금 될지... 혹은 고맙다는 문자가 올지 모른다.
그건 고등학교때 그 선생님이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셨던 것처럼...
하지만 그 아이들로 인해 예전의 따뜻한 그 마음이 내게 다시 살아난 것으로 고맙다.
아참... 그녀석들에게 한마디 해줬다.
'다음달에 우리 딸 태어나. 분유값 기저귀값도 모자란데 너희들에게 이렇게 한턱쓰는 이 아저씨가 고맙다면 아기 잘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줘.'라는 무언의 압박을 해줬다.
그냥 어제 오늘... 마음이 참 따듯하다.
'그래... ^^ 그걸로 됐어.'
(펌 오유에서)
IP : 220.70.xxx.2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2.25 6:33 PM (210.121.xxx.149)이거 왜 19금이예요??
2. 음
'11.2.25 6:34 PM (180.66.xxx.72)근데 왜 19금인가요?
3. ..
'11.2.25 6:39 PM (1.225.xxx.118)19 금이 아니고 오늘은 25 금 입니다.
4. ㅂㅂ
'11.2.25 6:42 PM (203.226.xxx.23)제목으로 낚았지만 내용은 좋네
5. //
'11.2.25 6:45 PM (222.121.xxx.84)19금 기차라 기찻길옆 오막살이에서의 ... 아 반전
6. 에스
'11.2.25 6:57 PM (61.109.xxx.45)무임승차를 미성년이 보고 배우면 안될것 같아서 안기요?
옛날에는 무전여행한다고 완행열차타고 무임승차 많이 했죠.
이글보고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완행열차만 서는 간이역이 있죠.
조그마한 역사만 있고 개찰구도 없는 그래서 플랫홈에서 승객들이 역무원을 만나 차표를
건네주고 제갈길로 가죠.
제 친구가 차표를 안끊었는지 그냥 자기집쪽으로 가는겁니다. 도망가는거죠.
역무원은 부르며 쫒아오고 그래서 그는 막 도망갔어요.
그러다 마침내는 역무원한테 잡혔는데 그때서야 차표를 줬다고...
나중에 물어보니 갑자기 장난기가 동해서 그랬다네요.
썰~렁 ㅎㅎ7. 일종의
'11.2.25 7:10 PM (175.214.xxx.149)치기어린 낭만이었죠. 무임승차....그냥 젊은 날의 추억거리로 생각하면 될거 같아요.애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86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7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29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82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7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91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20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13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805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56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6,999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21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200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408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17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8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97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61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31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68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398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51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7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49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64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26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14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8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96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