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패션은 상황과 장소에 지배받기보다 개인의 사상과 가치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패션에 공 들이는 사람이라면 강의실에서도 짧은 치마에 귀걸이를 주렁주렁 늘어뜨리고, 평소 '먹고 살기 힘든데 패션이 다 뭐냐'라고 말하는 사람은 결혼식이라 해도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참석하는 것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은 전자 쪽이다. 그들이 이토록 열심히,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리고 하필이면 대단히 여성스럽게 차려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T.P.O에 대한 개념 부족이 원인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은 비교적 최신의 것들이 많다. 파티 문화가 잡지를 벗어나 대중화된 것도 불과 5~6년 전이며, 파인 다이닝, 해외 여행, 오페라 관람 등 문화생활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된 것은 모두 소득 수준이 일정 범위 이상으로 올라간 이후의 일들이다.
예뻐지고 싶고 예쁜 옷을 살 여건도 갖춰졌지만 '어디에서, 어떻게'의 법칙이 몸에 익지 않은 그녀들은, 해변가 드레스를 입고 비즈니스 모임에 임하거나 런웨이 의상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가는 우를 범하곤 한다.
그렇다면 '천상 여자' 스타일에 대한 폭 넓고 굳건한 선호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최근 파워 숄더, 글래디에이터 샌들, 스모키 메이크업이 전국을 강타했다고는 하나 참하고 얌전한 '샬랄라 아가씨'는 여전히 한국 여성들의 옷장 한구석을 지키고 있다.
마이클 허트는 이를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찾는다. 여권(女權)이 약할수록 패션은 남성이 좋아하는 것, 또는 남성이 금기하는 것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그에 따르면 한국 여자들의 포멀한 드레스 차림은 미국의 50년대와 꼭 닮았는데(이 말은 한국 패션이 미국에 비해 50년이나 뒤처졌다는 말이 아니다) 당시 미국의 여자들은 지금에 비해 남성들의 시선을 훨씬 더 많이 의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들은 여성스러운 드레스와 하이힐을 치워 버리고 장보러 갈 때 화장을 안 하는 것은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 꼭 머리를 손질하는 것도 그만두게 되었다.
남녀가 평등한 국가일수록 여자들의 화장이 옅어지고 구두의 굽이 낮아지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구의 여자들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공 들여 자신의 여성성을 뽐내지만 일상이나 캐주얼한 상황에서는 노 메이크업에 티셔츠, 운동화, 바지로 연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북유럽은 이런 경향이 특히 강해 성인이 되기 전의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과 구분이 힘들 정도로 중성적으로 꾸미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언짢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남자와 여자가 점점 더 평등해져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같지는 않다는 거죠. 한국에서 남자는 여전히 남자, 여자는 여전히 여자예요. 여자들은 자신의 성 역할에 맞게 사교 모임 같은 곳에 나갈 때는 고전적인 여성 스타일로 한껏 꾸미고 나와요. 물론 서구 여자들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한국 여자들의 특징은 그걸 매일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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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평등한 국가일수록 여자들의 화장이 옅어지고
apt 조회수 : 623
작성일 : 2011-02-23 12:31:56
IP : 152.149.xxx.16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휴...
'11.2.23 12:47 PM (121.190.xxx.7)북유럽 상황은 부럽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 힘쓰는 일까지 평등하게 하라면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한국에서 전업주부들 얘기 나올때마다 주변의 주부들 생각해보면요,
일할 의지도 있고 능력들이 다들 후덜덜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일하려면 플러스 마이너스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걸 극복하고 직장생활 잘하는 분들도 있으니 엄살도 맞지만
단순하게 우리나라 여자들 마인드만 탓하지 마세요.
어려운 시대를 헤쳐온 가정사들을 보면 여자들 힘이 더 크다는걸 알텐데요.
그럼에도 사회적지위가 밑바닥인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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