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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버스에서 기절하신 분의 글을 보고..
약 12년 전 쯤 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집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뭘 사려고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곳이라 차를 갖고 나가지 않았는데 걷다 보니까
맞은 편에서 한 노인이 오더군요.
혼자 걷기 힘든 노인들이 밀고 다니는 거 있죠? 그것에
의지해서 불안불안하게 걸어오더니 갑자기 꽈당!하고
넘어지시더군요.
미국의 인도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엘에이 근교) 다들
차를 타고 다니니까요.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갑자기 노인이 쓰러진 옆으로 차 3대가 급하게 서더군요.
그러니까 차도에서 달리던 차들이 노인이 넘어지는 걸
보고는 급하게 차를 세운 겁니다.
그리고는 다들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아줌마, 아저씨, 또 다른
아저씨 등이 내리더니 노인을 부추기고는 집이 어디냐 몸은
괜찮냐고 물어본 뒤 서로 집까지 모시고 가겠다고 하더군요.
결국 아줌마가 자신의 차에 노인을 태운 뒤 사라졌습니다.
전 뒤통수를 맞은 느낌으로 거기 서 있었어요.
그 때가 미국생활 3년차였고 어느 정도 미국인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이런 면이 있었나?
만약 한국의 길에서 누가 넘어질 때 가던 차를 멈추고
내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미국도 뉴욕 같은 곳은 많이 불친절하지요.
그런데 중부나 남부에는 아직 순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날 엘에이에서 겪은 그 일은 아직도
미국인들에 대한 제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1. 매리야~
'11.2.19 12:36 AM (118.36.xxx.167)그게...나라와 지역의 차이는 없는 듯 해요.
사람의 차이죠.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는 거구요.
아래 글의 댓글을 보고 느낀 점이 있네요.
쓰러질 때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때 쓰러져야겠구나...ㅎㅎㅎ
삭막한 세상입니다.
부정할 수 없네요.2. ...
'11.2.19 12:39 AM (98.166.xxx.130)저는 사람나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간에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들은 있다는 겁니다.
제 주위에 보면 마음을 열어서 잘 살지 못하는 나라에서 아이들을 입양해 오는 사람들, 자선단체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 많이 봐 왔습니다.
님이 언급하신 경우도 그렇고요.
하지만 점점 없어져 가는 인간미가 아쉬운 지금입니다.3. 델보
'11.2.19 12:40 AM (175.198.xxx.129)차 한 대만 섰다면 한 개인의 품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차 세 대가 같이 서니까..(지나가던 차들이 거의 다 선 겁니다.)
약자를 대하는 하나의 문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후 미국인들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영화에서 툭하면 인공호흡하는 모습들이 실제더라고요.)4. ..
'11.2.19 12:42 AM (180.64.xxx.228)예전에 어디 방송에서 이런 작은 배려나 친절에 관해서 실험했었잖아요.
외국은 문을 밀고 들어가면 뒤에 바로 사람이 올 때 모르는 사람이라도 지나갈 때 까지 문을 열어주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뒤에 사람이 오던지 말던지 자기 지나가면 문에서 손 떼고 뒷사람이 들어오다 다치던 말던...
그리고 뒤에 사람을 배려하여 문을 열어주고 있으면 뭐 당연하다는 듯이 기냥 쑥 몸만 들어오는 사람.. 입 잠깐 열어서 고마워요라고 하던가 목례 간단히 하는게 인사하는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참나!
뭐 이런 작은 배려나 친절은 너무나 아쉽네요..5. 델보
'11.2.19 12:49 AM (175.198.xxx.129)../아, 저도 원래는 안 그랬는데 미국에 있으면서 그게 몸이 배서 한국에 온 뒤에도 계속
문을 열 때 마다 뒷 사람을 위해서 잡아주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사람들도 이렇게 문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저도 고마움을 여러번 느꼈죠.6. 저는
'11.2.19 12:53 AM (211.210.xxx.233)미국가서 어리버리할때 차안에 아기를 둔채로 열쇠를 안에 둔체 문이 잠기는 경험을 했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문 열려고 하고 어떤 아주머니는 아기 울까봐 유리창너머로 눈마추면서 얼리구요.. 누가 경찰에 연락했는지 경찰이 와서 철사같은걸로 열어줬어요(거의 1시간 걸리더만요, ㅠㅠ). 속으로 잡혀가는거 아닌가 혼자 쫄았는데 경찰이 오히려 이럴 수도 있다고 위로해 주고 가더라구요.
7. 저도
'11.2.19 1:17 AM (110.9.xxx.91)같은 걸 느꼈어요.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발작(아마 간질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을 일으키며 차도에 쓰러졌는데, 그 횡단보도 동서남북 길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이, 심지어 길 건너편에서 걷던 사람까지 달려와서 돕더라고요. 일부는 쓰러진 사람을 살피고, 나머지 대여섯 명은 전화기 꺼내서 911에 전화하고..경찰차랑 앰뷸런스 오는 데 10분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던 탓인지,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는 모습들이 놀랍고 감동적이었어요.8. 제경우
'11.2.19 1:36 AM (175.209.xxx.238)저도 미국서 학교다닐때 길이 막혀 앞차 뒤차 다 서있는데 갑자기 앞차운전자가 내리더니(남자 뺀질한 멕시칸) 제차가 자기차를 쳤다는 거죠. 기막혀서 제차 범퍼와 앞차 범퍼보니 높이가 안맞는데 자기차의 스크래치가 내차 탓이라며 한시간을 길에서 실랑이를 벌였는데 워낙 길이 막혀서 천천히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이게 말이 되냐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기들은 모르겠다고 다 가더라고요. 그럴게 강의시간에 늦은지 오래인 순간 어떤 멋쟁이 할아버지가 홀연히 나타나더니 자기가 아까 첨부터 지나가며 봤다가 다시 왔다며 앞차 남자에게 그야말로 말도안돼는 소리말고 꺼지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곤 저에게 자기 전직 경찰이라며 저사람이 추후에 괴롭히면 연락하라고 자기 전화번호 주었는데 나중에 고마워서 제 졸업식에 부르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연락처가 없었어요.
9. 신고정신
'11.2.19 1:45 AM (58.150.xxx.76)쓰러진 사람 도와주는 것은 모르겠고
미국 사람들이 신고정신은 투철해요.10. 아리가또~
'11.2.19 2:42 AM (115.139.xxx.35)전 미국은 아닌데, 일본에서 오래 유학을 했었을 때 도움받은 에피소드가 좀 많네요ㅎㅎ;;
당시 밥을 제때 못 챙겨먹고 학교다 알바다 바빠서 몸이 많이 축났는지 저혈압 오고
현기증도 자주 느끼고 몇번 쓰러진 적이 있어요.
한번은 마트에서 5kg짜리 쌀사서 기숙사까지 낑낑거리고 들고 가는데 머리가 핑~ 하면서
길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아지매, 할아버지가 괜찮냐며
정신 차릴때까지 기다려주고 자판기에서 녹차 뽑아서 마시게 해주고 쌀까지 자전거에 올려서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신적 있어요. (일본은 자전거 사람두명 타면 안되서 걸어갔네요ㅎㅎ)
그리고 아침에 학교가는데 지옥의 전차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시달리다 속에선 욱~ 머리는 어질어질해서
급하게 다음역에서 내려서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있으니깐 전차 기다리던 젊은 여성분이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벤치있는곳으로 데려다주셔서 제가 괜찮다고, 바쁘실테니 가보시라고 하니깐 역무원에게 부탁하더라구요.
저사람 괜찮아져서 갈 때까지 좀 봐달라고ㅎㅎ
그 외에도 도움 받은 적은 많았지만, 정말 아파서 정신 잃었을때 도움받은 건 너무 고마워서 잊혀지지가 않네요.
일본에 가기 전에도, 처음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들은 차갑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제가 도움을 받게 되면서 그 나라 특유의 국민정서는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싶어요.11. 아마도
'11.2.19 8:48 AM (221.158.xxx.54)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은 강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있는거 아닐까요
자원봉사문화나 기부 문화 같은 걸 보면 의외성을 느끼곤 해요
반면 우리문화는 정적이고 공동체적인 의식이 있지만 공공앞에서 선뜻 누군가를 도와주지
못하는 것은 쑥쓰러운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측은지심이 많은 편이지만 가령 버스 안에서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와 주는 것에 대해 망설이게 되요 소심함 때문이지요
그리곤 후회하지요
앞으로는 누군가를 도와 주는 것에 대해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네요
아이들에게도 꼭 가르쳐야 하구요12. 저도
'11.2.19 11:47 AM (110.9.xxx.91)와 아리가또님 정말 안 잊혀지시겠어요! 저는/제 경우님도 그렇구요ㅎㅎ
델보님과 아마도님 글을 보니 다른 사람, 특히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체계적인 교육으로 이어져서 그런 단체행동?이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네요. 저 한국에서 30년을 살고 유학갔는데 누굴 돕기 위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동시에 움직이는 광경을 처음 봤어요. 거의 충격이다시피 해서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정 많고 사람 좋아하는 딱 한국 사람인 저도 그 사람이 쓰러지는 걸 보고 어머 어머 어떡해 하면서도 자신 있게 나서서 도와주질 못했어요. 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가는 걸 보고, 쓰러진 사람이 혼자 방치되지 않은 걸 알고 그 자리를 뜨고는 아마도님처럼 제 소심함을 후회했지요. 정말,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에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13. ...
'11.2.19 2:02 PM (59.10.xxx.172)우리나라가 정이 있다지만...약자에 대한 배려심은 정말 약하지요
강자 중심의 유교사상이 아직 깊게 남아 있어서입니다
기독교 정신이 바탕인 미국은 약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도와주지요
우리가 본받을 건 본받아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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