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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모습이 유난히 찌질하게 느껴지는 밤이에요~

토끼를 잡아라 조회수 : 3,332
작성일 : 2011-02-06 03:09:59
오늘은 유난히 스스로의 찌질함을 참을 수 없어서ㅜㅜ
익명을 빌려 여기 털어놓아봅니다.

음, 저는요.

이름 말하면 보통 모르는 서울 4년제 대학교
한가하게 다니다 덜컥 졸업,
백수 생활을 하루도 못 참겠어서 되는대로 뛰어들어간 직장.
그야말로 평범한 사무직으로 2년 채 안되는 직장생활 하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의 8할을 착실히 저축하며 이를 악물고 다니다가

그 와중에 죽었다 깨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 '그' 일로
3년차에 접어듭니다. 프리랜서죠.

후아;; 이 일, 쉬울 거라고는 물론 생각 안했지만 꽤 경력도 평판도 쌓인 지금도 산 넘어 산입니다.
아.. 진짜 88만원 세대구나...
내가 온몸던져 선택한 이 직업이란게 내 인생의 부비트랩이었던가 0.0;;;


오늘 통장들을 펼쳐놓고
A컵 여배우 가슴 모으듯 모으고 모으고 또 긁어모아보니
지금 제 명의의 돈이랍시고 쥐고 있는 현금은
뎅그랗게 천육백만원... 이 있군요.. -_-;
서른 가까이 된 츠자, 지금 갑자기 죽는다치면 유산이라고
두둥~ 현금 천육백만원!

젊은 미혼여성이니 소비생활이 화려했느냐? 오 노.
명품은 고사하고 최저가 아니면 상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삼년동안 삼백만원을 못 모았다는 겁니다 ㅡ0ㅡ;;;;

비록 소신대로 선택한 직업이지만 이대로라면 정말
앞날이 무서워요. 오래 살까봐 무서워 죽겠어요.
새해 벽두에 오래 살기 싫다는 생각부터 하고 있다니
아오, 이래선 안되겠죠.


남들은 해외여행 보내주고 용돈 백만원씩 드린다는데
만원 한 장 못 받아본 울 어매.
찌질한 딸이라 미안해요ㅠ

올해부터는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겠어욧!
현실은 냉혹하고 현실은 시궁창이라지만
내가 더 냉혹하고 드럽게 이 악물고 사는 인간으로
대변신하겠어요!
아 물론 남의 눈에 피눈물 내면 안되고;
내 눈에 피눈물 내는 X에겐 지옥을 보여주겠어요!!

투잡을 하든, 하고 싶은 일을 보류하든, 주경야독형 라이프스타일로 자기계발로 단기질주하든,
암튼 눈에 핏대를 세우고 열심히 살겠다는.
개같이 벌어 좋은 일에 쓰겠어요!

엄마, 내년 설에는 십만원 드리면서 손떠는 찌질한 딸 되지 않을게요!!

IP : 218.159.xxx.123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지니맘
    '11.2.6 3:13 AM (112.150.xxx.18)

    화이팅 !!

  • 2. 내맘
    '11.2.6 3:17 AM (125.39.xxx.206)

    화이팅 !!!

  • 3. 아직
    '11.2.6 3:21 AM (118.220.xxx.103)

    너무너무 젊고 어려요~
    서른도 안되셨으면 아직 세상에 기회는 너무나 많구요..
    전 imf세대였어요. 정말 좌절인것같았지만
    살다보니 힘들때가 있으면 조금 살것같은 때도 있더라구요^^
    젊다는게 얼마나 큰 힘이고 능력이 될 수있는지 나이들고 알았어요.
    열심히 사세요~ 그럼 보상받을 날이 있을꺼예요..
    저도 화이팅!!

  • 4. .
    '11.2.6 3:26 AM (122.42.xxx.109)

    올해 33인데도 죽었다 깨도 하고 싶은 것은 커녕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도 모르겠는 저에게 원글님은 찌질하긴 커녕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통잔잔액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어찌 평가할 수 있나요. 노파심에 한말씀 드리자면 돈을 그리 쫒다보면 내 처음의 결심이 어느새 빛바래지며 세파에 찌들고 세상과 쉽사리 타협하려드는 내가 남더군요. 지금도 충분히 멋지십니다 앞으로도 그 모습 잃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 5. 아따
    '11.2.6 3:30 AM (210.222.xxx.234)

    원글님.. 이 츠자도 동생삼고 싶네 -_-..

    위에 점 하나님.. 제가 글 쓴줄알고 깜놀했네요.
    후어.. 맞아요.. 월급이 독이더이다.. 꿈없이 살아간지 참 오래네요..ㅠ.ㅠ

  • 6. 페퍼민트
    '11.2.6 3:32 AM (115.95.xxx.230)

    아 글 너무 재미있게 쓰세요. 마니 웃었어요.
    아직 젊음이 있잖아요. 이런 헝그리 정신으로 살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그리고 열심히 사는딸 어머니도 뿌듯 하실 꺼라 생각합니다.
    수중에 백육십도 없는 사람도 많아요. 많이 모으셨네요. 힘내세요!!

  • 7. ⓧPianiste
    '11.2.6 3:39 AM (125.187.xxx.203)

    우앗~~!!
    자기전에 잠시 들렸다가
    제가 넘 싫어라하는 아이폰 자판을
    또깍또깍 두들기게 만드신 원글님의 글솜씨!!

    혹시 '그' 일이 글쓰는 일 관련 아니신지요.
    아주 표현이 깨알같아서 느낌이 제대로 진하게오네요 ㅋㅋㅋㅋㅋ
    특히나 여배우 가슴모으듯....... ㅠㅠ;;;

    저도 어쩜 돈을 쫓지않고, 이 나이먹고 철없게도
    제가 하고픈 일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을 고집하고 있거든요 남일 같지않아 로긴했어요 ㅎ

    원글님 전혀 찌질하지않으세요.
    이정도 개념을 갖고계신 분이시라면!
    분명 원글님 원하시는 만큼의 목표에 도달하실거에요!
    저도 더 노력해야겠네요. ㅎ
    덕분에 자극받았어요 ^^

  • 8. 아따
    '11.2.6 3:41 AM (210.222.xxx.234)

    원글 곱씹어 읽다보니.. 서른 셋 제 인생이 비루하고 찌질합니다요.. 젠장..

  • 9. ^^
    '11.2.6 3:45 AM (58.148.xxx.12)

    A컵 여배우 가슴 모으듯... ㅡ,.ㅡ....저도 내일 그렇게 현 재무상태를 한번 살펴볼까해요...

  • 10. 아따
    '11.2.6 3:58 AM (210.222.xxx.234)

    페퍼민트님 저도 동갑보면 방가워요!

    떱.. 점 세개님..
    인생이 정답은 없는 거라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서 조금은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원글님에게..
    돈 잘 버는 남편 만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실까요..

  • 11. ㅠㅠ
    '11.2.6 4:00 AM (211.196.xxx.223)

    서울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4년제 대학을 나와서
    졸업 하자마자 작은 회사에 덜컥 입사 한 저는, 능력부족으로 인하여 이직도 못하고
    20년 가까이 그냥 뭉기적 거리며 다녔다죠.
    사주에 큰 돈은 못 만져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산다더니
    풍족하지는 않지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해 본 역사가 없는 세월을 살며 어느덧 4학년 중반을 지났습니다.
    직장은 몇년전에 아이들 때문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삶을 어찌 보낼까 몇년을 생각하다가
    이제 겨우 내가 가장 하고 싶어하고, 그래도 계속 즐거움이 유지되는 부분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문제는 10년 이상의 세월과 공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흙~

    결론: 2년만에 사표를 던진 원글님이 저 보다 훨씬 지혜롭다는 사아실.

  • 12. 토끼를 잡아라
    '11.2.6 4:17 AM (218.159.xxx.123)

    앗, 야심한 밤에 댓글을 많이 달아주셨네요.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걍 돈많은 남편이랑 결혼하라 하신 분, 이 말 정말 많이 듣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서도요. 속물적이거나 까칠한 거 아니고요.. 지우지 마세요.
    저 풍선 쫓아다니지 않아요. 현실 직시하고 삽니다^^;;
    그러므로 돈 잘버는 남자가 88만원 버는 나한테 장가오길 바라느니 로또를 사는 게 낫겠다는 것도 다 계산에 넣은 인생..ㅋㅋ
    게다가 돈 잘버는 잘난 아들이 현금 천육백 말고 쥐뿔 없는 여자랑 결혼한다면요..
    아들 돈으로 자아실현 직업 유지하는 며느리를 곱게 두고 볼 시어머니가 흔할까.
    뭐 그런 생각도 가끔 합니다;;;

  • 13. 토끼를 잡아라
    '11.2.6 4:19 AM (218.159.xxx.123)

    경제적 서포트와 직업생활을 동시에 이뤄줄 훌륭한 결혼을 하신 님은
    전생에 구국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부러울 뿐 @_@

  • 14. ,.
    '11.2.6 4:42 AM (147.4.xxx.251)

    저는 서른 넘었는데 빚만있어요 ㅡㅡ; 저보다 백만배는 좋으신 상황..

  • 15. ^^
    '11.2.6 6:17 AM (218.50.xxx.182)

    찬양받아 마땅한 젊음~
    죽었다깨도 좋을 부비트랩을 이미 장만하신거?
    님께 갈채를 보냅니다.

    피치못해 10만원을 내놓으며 또 부들대게 되더라도
    님이 찜한 부비트랩은 내려놓지 마시길~~^^

  • 16. 페퍼민트
    '11.2.6 6:42 AM (115.95.xxx.230)

    저 이말 정말 좋아해요.
    -내가 살아있는 날중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나이 많다 많다 하지 마삼^^ 오늘이 살아갈 날 중에서 아니 살아있는 날 중에서 가장
    젊고 팔팔하다는거요!!

  • 17. 루네
    '11.2.6 6:50 AM (110.9.xxx.63)

    전 나이 서른에 빚만 삼천오백만원 있었네요. ㅎㅎ
    지금 삶도 충분히 멋집니다.

  • 18. 젊은날의 나의모습
    '11.2.6 7:09 AM (190.53.xxx.18)

    저는 약간 다른 생각...
    제가 님처럼 그런 마음으로 20대를 보냈어요.
    제선택을 후회해봐여 소용은 없지만...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는게...저또한 너무 경제적으로 도움이 안되서...
    지금이라면..내가 선택한 일이 과연 내가 그렇게 할 경우..경제적인 부분도 뒤따라올수 있는 일을 선택하지 못한걸 후회합니다..
    전 무역회사 다니다가..전혀 엉뚱한 예술쪽 일에 매진했는데...
    이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넘 빈곤하다는거....

    고로..님이 한시적으로 88만원이신지...
    아님 영원히 88인지는...아직 젊은 이 시기에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할거 같아요.
    저도 이일 하면서..몸 힘들어...미래 보장안돼..참 열정하나로 버틴게 신기할 정도인데..결국 이일 그만뒀거든요..그러니..좀더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시길 바래요..
    애고 횡설수설했네요..

  • 19. 망고
    '11.2.6 7:56 AM (78.51.xxx.109)

    웃으면 안되는데 글을 참 재치있게 쓰셔서..(칭찬임매~)
    '최저가 아니면 상대를 안합니다' 에서 빵 터졌거든요.

    무튼 올해 대박나기를요!! 넘 낙담마세요, ^^

  • 20. ^^
    '11.2.6 8:41 AM (220.86.xxx.73)

    너무너무 훌륭하신데요 뭐 그나이에..
    전 그나이에 화려한? 소비에 정신팔렸던 나날이었습니다
    님 참 훌륭하시고 장하세요. 돈 모으느라 엄마 용돈 못드린 거니
    부모님도 이해하실 거에요..
    화이팅이에요

  • 21. 아무래도
    '11.2.6 10:05 AM (118.46.xxx.133)

    투잡하셔야겠어요.
    좋아서 하는 일은 취미쯤으로 생각해야하고 고정수입을 올릴수있는 일을 찾아보셔야할것같아요
    수입이 일정수준이 되지 않는데 아낀다고 빈곤?이 해결되지는 않는거 같아요
    화이팅!!!!!!

  • 22. 치아파스
    '11.2.6 10:28 AM (112.166.xxx.70)

    멋지다.

    이런 여자분이 주위에 없네

    힘내소!!!!!

  • 23. 음~
    '11.2.6 10:40 AM (175.114.xxx.199)

    야물딱지고 재밌는 처자를 간만에 보네요
    님 홧팅하세요!! 전 그나이에 그돈도 없었고 직업도 없어서 알바만.
    님이 선택한 그일 열심히 하다보면 풍요를 안겨다 줄겁니다.

  • 24. ㅎㅎㅎ
    '11.2.6 12:11 PM (211.4.xxx.5)

    A컵 여배우 가슴 모으듯....ㅎㅎㅎ
    (제가 A컵이라 더욱더 리얼리티가....ㅠㅠ)

    글이 정말 재밌군요.
    82 자게에 들어온 보람을 느끼게 하네요 (^^;;)

    인생 <화이팅> 크게 한번 외치고
    긍정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요. 우리 !!!

  • 25. 서른 하나에
    '11.2.6 12:13 PM (114.207.xxx.160)

    전 집에 빚만 2억이었던 적도 있었네요.
    그래도 그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서른 한 살 나에게 외쳐봅니다.

  • 26. 노처녀
    '11.2.6 5:15 PM (121.176.xxx.89)

    님 한탄하는 글을 어쩜 이리 재미있게 잘 쓰셨나요.
    작가 하세요 ..ㅎㅎ
    그리고 화이팅!!!
    님 글을 보니 저도 막 저질르고 싶구만요. 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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