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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vs사위

느리게걷기 조회수 : 1,710
작성일 : 2011-02-05 13:39:07

긴~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



첫날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한 마음 가득 담아 글 남기고

덧글만 제 컴에 저장 해 두고 소심한 마음에 금새 지웠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또 글을 남기네요.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요.

친정식구들은 저보다 더 걱정할까봐. 친구들에게는 내 얼굴에 침 뱉기 이기에... 또 하소연하네요.



어제 저녁에 시누이와 곧 결혼할 예비사위가 시댁에 인사드리러 온다 해서 다녀왔습니다.

저는 밤새 못자고 부글부글 끓는 마음 주체 못한채 울며 그간의 마음 정리했네요.

왜냐하면

5년 선후배로 지내고, 5년 연애하고, 남편이 저 유학가려는 거 붙잡아 결혼한건데...

연애할때도 다정하게 절 대하신 적 단 한번 없었고,

결혼하겠다 말씀드리니 반대 하시며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였죠...)

결혼식때까지 다정하게 손 한번 잡아 주신 적 없고,

늘 심기 불편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며,

결혼준비 할 때도 제게 직접 '너한테 아무것도 해 주기 싫다. 내가 왜 너 예물을 해줘야하냐'

이런 망언 서슴지 않으셔서(정말 신랑 하나 보고 결혼 결심했어요. 지금도 늘 내편이기에 후회없고요.)

아들이 엄마랑 참 많이도 싸웠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싸움을 거시는 게 보였어요.

신혼여행 다녀와서도...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전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이니 최선을 다했어요.

시어머니 마음에 쏘~옥 들어야지. 뭐 이런 생각보다는.

껄끄럽게 지내기 싫어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다가가자 이런 마음이었어요.

신랑이 친정엄마께 워낙 잘하기 때문에 저도 속으로는 서러운 거 많았지만 노력하게 된거죠.



그놈의 자식된 도리가 뭔지...

명절(신정, 구정, 추석), 시할아버지 제사, 시부모님 생신, 어버이날, 시할머니 생신,

결혼기념일, 발렌타인/화이트데이, 정월대보름, 동지, 초복/중복/말복, 김장,

시어머니 친정 행사(시외할아버지 제사, 시외할머니 제사, 시외삼촌 생신, 시외조카들 돌잔치 등등 방문),

시어머니 친구분들 자제의 결혼식에 우리 결혼때 제가 인사 제대로 못 드린 분이라며 몇차례 다녀오고...

시어머니 성당에 한달에 한 번은 함께 가 미사 드리고...

꼽아보니 시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참 많았네요.



그런데.

- 차려 놓으신 저녁 밥상이 정말 예술이더군요.

항상 외식하거나 집에 있던거 먹고... 대접 받아본 적 단 한번도 없었는데.

시가에서 환영받으며 다녀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입이 떡 벌어졌어요. 명절음식이 아니라 손수 다 하셨더라고요.

남편도 '엄마 이런 밥상 처음본다.' 할 정도였고요.



- 예비사위를 옆에 앉히더니 계속 숟가락에 반찬 올려주시고, 계속 먹는 거 챙겨주시고.

과일 먹을 때는 손을 붙들고, 팔짱을 끼고 놓아주질 않으시더군요. 이뻐 죽겠다고요.

(몇개월을 심하게 반대하셨습니다. 며느리인 제게도 얼마나 맘에 안든다고 욕을 하셨는지...

예비사위가 상견례 할때까지도 아무말 않하고 있다가 날짜 잡으니 바로

집 소유하고 있다는 거 얘기하면서 반전이 벌어졌죠.)



- 나는 며느리랑 사위가 아니라 딸이랑 아들 생겼다고 생각한다.

항상 이렇게 자식들 옆에 끼고 살겠다. 하시네요.

민망하지 않으신지... 저도 마음 아팠지만 신랑도 많이 놀라더군요.

너털웃음을 지으며 '우리 엄마 사위가 많이 좋으신가봐' 하고선 얼굴표정 굳어지는 게 보이더군요.

처음 만났을때부터 한결같이... 조용히... 예뻐해주시는 시아버지 안 계셨으면 박차고 나왔을꺼에요.

왜냐면 시어머니는 같이 있는 사람들 다 불편하도록 제게 푸대접이셨어요.

그리고 같이 있을때는 더 심하게 쌀쌀맞게 구셨던 분이셨어요.

항상 '며느리는 며느리야. 나는 쉽게 사람에게 마음주지 않는다.'하셨지요.

신랑이 그동안 어머니께 제 칭찬도 많이하고 어떻게든 관계 좋아지게 하려고

중재역할 했지만 헛수고였던 것 같아요.



- 결정타.

예비사위는 술 많이 먹어 뻗었고. 알딸딸한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

"너희들 결혼할 때 없기도 했지만. 며느리자리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해줬는데.

이제보니 내가 밑 졌더라고. 예단 안 받으니 두고두고 서운하다.

이번엔 돈 빌려서라도 예단 최대한 많이 해야겠다...

얘가(시누이) 모아놓은 돈 하나도 없다는데 내가 해줘야지." 하십니다.

저희 둘만의 힘으로 결혼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견한건데...

어머니 다니시는 성당에서 식 올리지 않은 것과 예단 못 받았다는 얘기만 도돌이표 하시고.

어머니께서 며느리뿐 아니라 아들에게도 연타석으로 실수 연발 하신거죠...



시아버지께서는 너무 속상해 하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시고

예비사위가 있었기에 큰 소리는 오가지 않았지만,

며느리와 아들은 침묵하며 시어머니와 살벌한 눈빛 주고 받은 채 돌아왔습니다.

저희부부. 돌아오는 길에도 할 말이 없더군요. 서로가.

신랑도 제가 구구절절 얘기 안해도 이번에 느끼는 게 많은 가 봅니다.

대접 면에서도 하늘과 땅 차이이고

우리 결혼할 때 전혀 관심없던 분이

시누이 결혼에 난리가 났습니다. '좋아 죽겠다'고 하시네요.

저는 마치 '너 앞으로 더 잘 해라.' 이런 무언의 메세지도 다분히 깔려 있다고 생각되고...

서운하고, 섭섭하고, 허탈하고, 실망스럽고, 화나고, 분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데.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이제 더이상 잘 지내려고 노력하지 말자.

내가 대접받는 만큼 대접 해 드리자.

올 해부터 용돈 드릴 생각이었는데 전면 철회.(신랑이 먼저 얘기하네요.)

시아버지는 모시고 살 지언정 시어머니는 함께 안 산다.(제 얘기에 신랑이 아무 말 못하네요.)

딱. 기본 도리만 할꺼에요.

뒤에서 욕을욕을 해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렵니다.

제게 돈돈돈돈 하시며 저를 잡아 먹으려 안달났던 시어머니.

어머니는 아들하고 끊임없이 싸울 일을 만드시면서 한편으로 왜

며느리에게 '나 늙었으니 돈 주고 봉양해야 하는 사람은 너야.'

이런 문자메세지 보내시는 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어머님! 이제는 제 마음에서 아웃입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짧은 인생. '가족'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즐겁게 살기에도 모자란 이 귀한 시간 안에서

왜 물고 뜯고 상처를 내는건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심장이 딱딱해져가는 걸 느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결과는 이렇지만 그간의 결혼생활 동안 시가 식구들에게 최선을 다했기에 더이상 후회는 안하렵니다.

오해 살 게 뻔하기에 되도록이면 직접 말 섞지 않고 남편이 하도록 했는데

이제 저는 마음으로 얘기하네요. '끝!'

그런데 너무 억울하네요...
IP : 121.88.xxx.23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
    '11.2.5 1:43 PM (119.69.xxx.22)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보니 나이 든다고 약해지시거나 변할 일도 없을 것 같구요.
    그러고 늙으면 뒷처리는 며느리한테 시키고 싶으시겠죠..
    정도 없겠지만 정 떼세요.
    그리고 남편의 엄마니까 잘해줘야한다는 생각도 버리세요.
    도리만 하세요.
    (제가 말하는 도리, 철마다 전화이런거 아님. 제사나 명절 정도-_-)
    잘해줄 필요없네요. 잘할 수록 만만하게 보고 더욱 상처줄겁니다.
    말하는 거 보니 일부러 상처주려고 작정하고 하는 말이예요.
    주워온 아들인가요;;
    원글님 남편도 느낀게 많을테니 납득을 시키세요.
    내가 마음이 떠난건 내 문제가 아니고 결혼 당시에 섭섭했지만 지금까지 날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도 못하시니 나도 더 이상 의무 이상 할 여력이 없다. 라고 단호하게 말하세요.
    그리고 더이상 상처받지 마세요.
    정말 못된 사람입니다.

  • 2.
    '11.2.5 1:46 PM (183.98.xxx.69)

    어머니가 영리하지 못하셔서 아들 앞에서도 밉보이셔서 다행이네요.
    머리 좋은 분들은 아들 앞에서는 불쌍한 척 다 하고 며느리만 나쁜 년 만들더군요.

    왜 그렇게 머리가 나쁘실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그 예뻐 죽겠다 좋아 죽겠다는 예비 사위가 장모를 챙기면 얼마나 챙기겠어요
    그 예비 사위한테는 자기 엄마 아빠가 있고 자기 딸도 이제 그 집 식구죠.

    늙고 힘 없다고 비비고 들 때 절 때 받아주지 마시고
    그런 말 따위 꺼내지도 못하도록 지금부터 선 딱 긋고 대하세요.

    잘하니까 가마니로 보는 겁니다.
    어디서 이미 결혼해서 살고 있는 아들 내외 앞에서 며느리 자리 마음에 안들었다는 소리를
    또 하나요.
    남편한테 솔직히 말씀하세요. 어머니 때문에 나도 많이 고민했지만
    정말 좋은 사람인 당신과 시아버님 덕분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고맙고 내가 더 잘하겠다고. 하지만 어머님한테 만큼은 나도 사람인지라
    이정도면 최선을 다했고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 든다고.
    어머님한테 쏟을 마음 만큼 당신하고 아버님, 내 아이들에게 잘 하고 살겠다고.
    많이 상처 받고 당신도 상처 받게 해서 미안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 3. 느리게걷기
    '11.2.5 1:51 PM (121.88.xxx.232)

    덧글 감사합니다.
    제 부모에게 남편이 하는 만큼 나도 남편부모에게 하자. 이런 마음이었는데...
    전화도 드리지 말고, 명절-제사-생신-어버이날에만 뵙자.
    그 무엇보다도 '마음 쓰지 말자' 마음 먹고 정리하려니 참 안타깝네요.
    행복하게 잘 살려고 결혼한건데...
    아들며느리와 화목하게 지내지 못하시는 시어머니가 참 원망스럽네요.
    사람이 마음이 떠난게 어떤건지.... 제가 지금 겪게되니... 스스로가 안타까워서요.
    이제는 상처받지 않고 내 가정만 지키며 살려고요.
    가족이더라도 다 내 마음 같지가 않더라고요.

  • 4.
    '11.2.5 2:01 PM (183.98.xxx.69)

    저런 모진 말 듣고도 잘하려 애쓰시고 하신 거 보면
    원글님 좋은 분 같아요.
    남편분도 그걸 아니까 원글님 이해해 주시는 걸거구요.

    내게 그렇게 모진 분께 잘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좋은 분들과 더 행복해지는데 집중하세요.
    그래도 님은 남편분도 시아버님도 좋으셔서 다행이네요 ^^

  • 5. 글을보니
    '11.2.5 2:21 PM (211.200.xxx.55)

    맘이 따뜻하고 바르신 분인 것 같은데 시어머니께서 당신 복을 내치셨네요.
    며칠후에 시아버님 따로 만나 지금 속 말씀 그대로 하시는게 어떨까요.
    아무리 가족이라고해도 내색 안하면 얼마나 아픈줄 몰라요.
    남편외에 원글님을 이해해줄 시집식구가 시아버님이 될 수 있다는게 다행이구요.
    그리고 추석, 설날, 두분 생신, 할아버지 제사, 할머니 생신만 챙기세요.
    그외는 안하셔도 누가 뭐라 할 수 없을거예요.
    사랑도 상대가 감사와 사랑으로 받아줘야 행복하지 그렇지 않다면 그게 상처로 돌아오더군요.
    결국엔 지금은 서로가 보듬어주는 관계인 남편과도 원망과 상처가 되요.
    시어머니께 덜드리고(그래도 기본은 하시는 거예요) 덜 상처받으세요.
    너무 아파하지마시고 그냥 털어버리세요.

  • 6. -_-
    '11.2.5 3:46 PM (210.222.xxx.234)

    울 엄니 말씀이... 물좋고 산좋고 정자좋은 곳 없답니다..
    살다보면 하나는 반드시 x 밟는데요..

    한결같이 조용히 사랑해주시는 시아버님 계시고,
    그런 시어머니 아들인데도 하나도 안 미울만큼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분 계시고,
    위안 삼으소서~~ -0-
    x 밟은 거 시어머니께 밟았으니, 자녀분들까지도 난중에 지대 잘 크실 듯..

  • 7. 그래도
    '11.2.5 4:45 PM (124.63.xxx.66)

    이상한 남편이나 한스런 친정보다는
    고약한 시어머니가 나은거 같더라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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