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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남편에 점점 지쳐갑니다.
육아에 남편이 참여를 안해요. 물론 바쁜 회사 때문이죠. 그런데 정도가 좀 지나친 것 같아서
이제는 저도 폭발직전입니다.
아이 낳을떄도 옆에 없어서 친정엄마가 보호자 해주었구요.
시가는 임신했을때부터 나몰라라 해서 별 기대도 없고, 옆에서 알짱대지 않는것만 해도
그저 감사해요. 스토리가 정말 많지만(아들 셋인데 셋 다 시엄니떄문에 이혼하려고 했으면 말 다했죠. 실제로
한분은 이혼했구요. 이혼사유는 100% 시부모떄문에요. 부부갈등이 아니라) 그냥 진상 + 막장이라서
거리를 두고 살고있어요.
남편은 애 낳을 때 뿐만이 아니라, 백일때도, 돌 때도 옆에 없어요. 그놈의 출장은 늘 아이관련해서
걸립니다. 아이하고 세가족 제대로 찍은 가족사진도 아직 없구요.
출장이 아니면 야근이에요. 일찍오면 9시, 평상시는 10시에요. 그렇다고 회사에서 야근수당 챙겨주는것도
아니구요. 집에 오면 파김치, 당연히 오자마자 씻고, 애 보는 시늉 좀 하다가 잡니다.
저는 저 혼자 고립되다시피 애 보면서 유두혼동, 고열 등등 초보엄마가 혼자서 버텨내기 힘든 일이
닥칠때마다 늘 혼자서만 이악물고 버텨야했어요. 물론 친정엄마가 많이 안쓰러워하셔서 도와주시는데
워낙 시가는 거지근성에 남편도 어느정도 그런 부분이 있어서 제가 더 칼같이 자르고, 친정에서 받은만큼 더
해드릴려고 노력하기때문에, 친정에서 보듬어주시려는 것 만큼 제가 더 일부러 더 친정에 안가고
저 혼자서 애 건사했어요. 그리고 가족 위해서 늘 출장과 야근에 지친 남편을 안쓰럽게 보기도 했구요.
하지만 맨날 9시, 10시 퇴근, 곧바로 수면, 주말에면 12시까지 늦잠자다가 밥먹고 오후에는 취미생활하러
나가고, 저녁시간돼서 들어오고, 나는 남편이 있으면 그때야 좀 사람 먹듯이 식사하는데 늘 친구들과
저녁먹고 들어오고, 한마디로 주말이나 주중이나 남편없이 항상 저 혼자 애를 건사했어요.
남편이 장기출장이면 친정에라도 가겠는데, 아이가 환경변화도 좀 예민해하고, 또 2박3일, 3박4일 이렇게 출장을
자주 가니깐, 짐 싸들고 왔다갔다 하느니 그냥 혼자서 애랑 집에서 같이 있는날이 많았구요.
당연히 애는 아빠에게 애착이 별로 없습니다. 뭐 얼굴을 봐야 애착이 있죠.
이번 겨울에 아이가 독하게 감기가 걸려서 항생제까지 먹고, 밤마다 고열에 시달리며 악쓰고
제품에서 한시도 떨어지려고하지 않아서 밤중 내내 애를 안고자고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서 꺠는 애 보듬으면서
새벽에 남편 깰까봐 거실 소파에서 애와 같이 그렇게 며칠밤을 그리 잤네요. 아프니깐 아이가
너무 예민해져서 조그만 일에도 악을쓰고 웁니다. 이렇게 아프고 까칠했던적이 처음이라서 저도 당황스럽고 마
음고생 많이 했구요.
어제 남편에게 오늘도 늦는지 전화를 하니 칼퇴근하고 동료들하고 술한잔 한답니다. 자기도 간만에
놀고싶다나요. 그러더니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전화하길래 갑자기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애 아픈데 술처먹고 노니깐 신나고 좋냐고 말이죠.
남편은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악을 쓰니깐 얼른 집에 들어와서 미안하다고 하긴 했는데
내가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본인도 화를 냅니다.
근데 저는 정말 지난 근1년간, 정말, 이런 식으로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뭔가, 대체 이게 사는건가, 그래요., 남편이 그렇게 바쁜만큼 돈은 잘 벌어다 줍니다만
물려받은것도, 물려받을것도 없기에 펑펑 쓰고사는 처지도 못돼요. 애 어릴때 아낄려고 바득바득 모으고있죠.
남편은 나도 힘들다. 회사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 이러지만
40세 넘어가면 제가 제 자격증가지고 사업운영하면서 돈벌기로 했기에 (앞일은 모르지만) 제게 돈번다고
유세할 일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말이 맨날 힘들다그러지 출장가면서 맨날 게임기챙겨가고
밤이면 술마시면서 놀고, 회사에서도 점심에 간간히 약주하면서 니나고 놀고, 저녁야근도 일이 빡쎄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7시정도면 다 같이 나가서 저녁먹으면서 술마시고, 수다떨고 그러다가 9시에 회사들어와서
퇴근하는거죠. 그냥 그 부서 문화가 그래요.
어제는 짜증나서 진짜 펑펑 울고, 남편에게 마구 악을 썼습니다. 이게 사는거냐고, 대체 뭐냐고.
사는게 사는 거 같지 않네요. 이쁜 딸이 있지만 이건 싱글맘이지 가족도 아니고 뭐도 아닌 것 같아요.
육아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고, 또 제일 힘든시기라는 건 아는데
정말 털끝만치도 옆에 없던 남편, 기대하고 실망하고 이젠 포기하고, 근데 왜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남편 또한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저를 조금이라고 보듬어주려고하면
이렇게 마음이 힘들지는 않을꺼에요. 주말에 취미생활 한번만 안하고, 애 봐줄테니 나 외출하고오라고
이렇게만 한번 해줘도 남편이 원망스럽지는 않을듯 합니다. 애가 밤낮이 바뀌면 저거 수면제 먹이면 안돼냐,
애가 아파서 집이 엉망이고 힘들면 '나는 출장이나 가야겠다' 그러고, 육아상식은 전무하고 알려고하지도 않고
병원한번 같이 데리고 간적도 없고, 애가 아프고 본인 일이 바쁘지않아도 눈치보인다면서 월차 한번 안썼어요.
애는 이뻐하죠. 그냥 지나가면서 이쁘다 이런정도. 그 이상으로 케어해주거나 봐준적이 없어요.
내가 살림하는동안 애 좀 봐달라고 하면 '어, 애 보고있어(지켜보고있어)' 이럽니다.
그냥 다 때려치고 주말부부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따로살고 양육비나 보내라고 헀으면 딱이겠다 싶어요.
육아가 힘들다기보다, 이젠 남편을 버텨내는게 더 힘들어요. 그냥 남편에게 서서히 지쳐요.
애 성도 내 성으로 바꾸고, 그냥 내 아이로 키우지 단지 씨를 제공했단 이유만으로 애한테 요만큼도 시간내서
정성들인적이 없는 그 사람 성을 붙여야된다는게 말이 안된다 생각돼요.
원래 다 이럽니까? 대한민국 남편들, 아이 아빠들은?
그저 한숨밖에 안나옵니다.
1. ..
'11.2.3 12:30 AM (1.225.xxx.42)그 시절 지나고 되돌아 보니 저는 남편하고 갈등이 별로 없었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저는 육아에 지쳐 죽을 지경일때
남편은 자기 직장에 치여 죽을 노릇이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애 끼고 쪽잠이라도 자고 서서 먹을지언정 밥이라도 하루 세번 먹죠.
저희 남편은 일주일에 잠 5시간 겨우 자는 인턴, 레지던트 1년차였거든요.
밥을 하루 세번 먹은날은 재수 좋은 날이고 와이셔츠 갈아입을 시간이면 그 몇초라도 눈 붙이고 자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욕심은 많아서 인턴일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각 과 과장님이 레지던트 될때 서로 끌고 가고 싶어 했으니까요. 인턴 성적 1등으로 원하던 과에서 모셔갔어요.
사람일이란게 상대적이라 '난 이리 고생하는데 넌 그리 탱자탱자냐?' 싶으면 부아가 치미고 화도 나는데 나보다 더 힘들게 지내는거 아니까 화도 안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와서 단점이 뭔가 찾아보니 애가 아빠가 그리 자기와 시간을 못보내줬더니 아빠에게 안 붙어요. 지금 20살 넘은 대학생인데도 그애가 아빠한테 친하게 붙기까지 6년 걸렸어요.
님 남편은 지금 아내 안도와주고 그리하던거 꼭 벌 (?) 받아요.
울 남편같이 못도와준것도 저리 당했는데요.
나중에 왕따 되었다고 슬퍼하지말고 잘하라고 경고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애하고 둘이서만 재밌게 지내세요.
더 나이들면 남편 곰솥 안기고 친구랑 노세요.
외로운게 어떤건지 꼭 되갚아 주세요.
그러려면 이혼 하지말고 꼭 같이 살아야해요.
그런데요 애가 좀 자라면 지금보다 님이 남편에게 너그러워지거든요 ^^
미운 와중에도 가~~끔은 이뻐 해주세요.
사람 사는게 그렇죠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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