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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주 작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의 뒤늦은 부음

.... 조회수 : 864
작성일 : 2011-01-24 10:52:19
큰 인연은 아니었어요..

예전에 같은 회사에 다니던 사람..
그땐 다들 20대 중반이라 혈기 넘치는 나이었고 서로를 이성으로 보기도 했던 기억이 있네요..

둘다 서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느꼈지만 이상하게 인연이 안되었는지 끝내 아무일 없이 되고 둘다 퇴사하게 되면서 소식만 들었어요..
그 사람도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얘기를 다른 친한 남자직원에게 듣기도 했는데..같이 일하는 다른 남자직원에게 은밀히-.-;; 소개팅 주선을 요청했지만 그 넘의 방해공작으로 그 남자에겐 얘기도 하지 않았더군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안타깝던지요.. 만일 그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구요..

그 사람은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교를 나와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에 다녔지만 그 열정과 꿈이 거기에 있기엔 너무 커서 벤쳐회사로 들어갔었어요..

그때 같이 다닌 회사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던 사람이었죠.. 미국본사임원들이 오면 회의록을 다 영어로 그사람이 쓰고 항상 모든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
그때 모시던 전무님이 밤 9시까지 일하던 워커홀릭이라 9시 넘어서 퇴근하는 생활을 했지만 새벽에 수영다니고 자기관리도 철저했어요..

봉사활동도 하면서 예술에 조예도 깊었고 인문학적 지식도 상당했지요..
게다가 외모도 그당시 제가 좋아하던 ***을 닮아서 그걸로 농담도 하곤 했어요..강남역에 사진 붙었더라 하면서요..

같이 다니는 남자직원들과는 너무 달라서 한눈에도 눈에 들어오던 남자였는데..
그때 상사분이 뒤로 얘기하는거 들어보면 아마 최연소 승진을 거듭할 사람이다는 평이 대다수였죠.. 그냥 평범하게 직장다니면서 월급받는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같은 신입인 제가 봐도 임원감이다 싶었는데..

어느날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보니..

그사람의 부고소식이 있었네요.. 그것도 한참 예전인 04년 여름...34살 나이로 너무나 아깝게 세상을 저버렸습니다. 살아있다면 이제 40이 되었겠네요..

웃긴건 그렇게 인연이 안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와 행동반경이 너무나도 비슷했어요.. 저와 너무나 겹치던 그사람의 행동반경을 보니 왠일인지 씁쓸합니다..
저와 같은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일을 하고 술을 마셨네요.. 싸이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니 2000년에 처음 그 사람을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저랑 만날 수도 있었는데,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해보게 되네요..
저야 뭐 이제 아이 둘을 낳고 지지고 볶고 살아가는 아줌마지만..

방문했던 그 사람의 싸이를 보니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긴 너무나 보석같은 사람이었는데...
왜 그렇게 젊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 사람을 그렇게 빨리 데려가셨을까요..

저랑은 너무나 작은 인연밖에 없는 사람이었지만 허망한 부고소식에 글을 써봅니다..
가슴에 뭔가 휭하는 바람이 부는거 같아요..
비록 저와는 아주 짧은 인연뿐이었지만 그 사람을 기리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라 그 소식을 듣고 휙 하고 흘려버릴 수가 없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IP : 218.38.xxx.2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24 11:17 AM (110.10.xxx.170)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인생이 뭔가..참 부질없다 느껴져요. 대학때 정말 친했던 언니의 부음을 뒤늦게 듣고 얼마나 먹먹하던지..지금도 가끔 그 언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 2. 그냥....
    '11.1.24 11:39 AM (121.125.xxx.49)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합니다.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왠지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할 것 같은 ...
    꼭 그러고 싶은 글이네요.저도 꼭 한 번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일까요?
    작은 인연이지만 큰 인상을 님에게 심어준 분 같아요.
    정말 좋은 곳에 가시길 바래 봅니다.

  • 3. ...
    '11.1.24 12:18 PM (112.152.xxx.130)

    이렇게나마 그 분을 추모하고 싶은 원글님 마음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거 같아요. 그 분도 하늘 아래서 아직 자신을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해주고 있다는 걸 아시면 기분 좋게 웃고 계실 거에요.

  • 4. 어두운 밤하늘
    '11.1.24 10:33 PM (118.32.xxx.249)

    어딘가에서 반짝거리는 별이 되셨길 빌어 봅니다. 에고..아까워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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