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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축 다 죽이고 국격도 못 지킨 정부

구제역참사 조회수 : 243
작성일 : 2011-01-21 00:18:55
[데스크칼럼] 가축 다 죽이고 국격도 못 지킨 정부  
/김기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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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가축 다 죽이고 국격도 못 지킨 정부
  
  
  
대학 때 일이다. 정책학 강의를 하던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대안은 없어도 되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 손들어 봐!" 토론수업을 해야 하는데, 도통 반응이 없자 뱉어낸 말이다.

구제역을 보면서 딱 이런 느낌이 든다. 이건 정말 아닌데, 답을 찾을 수 없다. 불쌍한 가축들 살리고 싶은데,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공장식 사육'이 근원이라는데 땅은 손바닥만 하고, 뜬금없이 동물사랑을 외칠 수도 없으니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책'이 빠진 대책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제때 신고 않은 농민? 바이러스 잔뜩 묻혀 돌아다닌 트럭 기사? 제대로 소독 않고 농장을 누빈 방역공무원? 구제역 발병 국가 출신 외국인노동자? 이건 '마녀사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제역 발생 초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이 났다. 의심신고가 있은 지 6일이 지나서였다. 바이러스는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경북이 초토화됐고 일주일 만에 경기도, 또다시 일주일 만에 강원도가 휩쓸렸다. 54일 동안 가축 210만여 마리를 죽였다. 두 눈 시퍼렇게 뜬 생명을 생매장했다.

구제역은 2000년, 2002년에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월과 4월 경기와 인천에서 2차례나 발병했다. 1년 새 3번째 발병했으니 전혀 낯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처음 발병한 경북에선 공무원이 셋이나 숨졌고 여성 공무원은 유산까지 해 가며 사투를 벌였지만 18일 대구도 감염됐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의심신고가 있자 당시 농림부는 차관보를 현장으로 보내 반나절 만에 살처분을 끝냈고 백신접종까지 실시해 20여일 만에 구제역을 잡았다. 살처분 가축도 2천216마리에 불과했다.

2년 뒤 경기도 안성 등지서 또다시 구제역이 터졌지만 백신접종 없이 살처분 만으로 52일 만에 상황을 끝냈다. 그해 11월 청정국 지위도 회복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은 210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을 생매장했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 심각한 허점이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지난 6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수십㎞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발병 40일이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나온 대책이란 것도 '설 연휴 대규모 이동에 대비하라'는 정도였다. 대통령이 방역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16일로, 50일이나 지난 뒤였다.

현 정권이 그토록 중시하는 '국격(國格)'을 지키고 싶었는지, 정부는 백신접종을 한 달 동안이나 미루며 '청정국'을 고집하더니 국내 돼지의 20%, 소 8% 이상을 죽이고 말았다. 구제역 발병국인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나서 바이러스 유입 매개체로 지목했던 안동의 축산농민들이 역학조사결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이번 구제역은 발병 경로조차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 국토를 가축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고, 설날 고향에도 못 가게 해 놓고, 가축을 학살해 국민 정서를 황폐화시켜 놓고, 2조 원에 이르는 매몰 보상비를 국민에게 떠넘겨 놓고도 정부는 한마디 사과조차 않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에 이어 이제는 구제역까지, 경위도 파악 못하고, 대처도 제대로 못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국제사회에서 국격도 실추시킨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kkj99@busan.com
대학 때 일이다. 정책학 강의를 하던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 "대안은 없어도 되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사람 손들어 봐!" 토론수업을 해야 하는데, 도통 반응이 없자 뱉어낸 말이다.

구제역을 보면서 딱 이런 느낌이 든다. 이건 정말 아닌데, 답을 찾을 수 없다. 불쌍한 가축들 살리고 싶은데,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다.

'공장식 사육'이 근원이라는데 땅은 손바닥만 하고, 뜬금없이 동물사랑을 외칠 수도 없으니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책'이 빠진 대책은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제때 신고 않은 농민? 바이러스 잔뜩 묻혀 돌아다닌 트럭 기사? 제대로 소독 않고 농장을 누빈 방역공무원? 구제역 발병 국가 출신 외국인노동자? 이건 '마녀사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제역 발생 초기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이 났다. 의심신고가 있은 지 6일이 지나서였다. 바이러스는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경북이 초토화됐고 일주일 만에 경기도, 또다시 일주일 만에 강원도가 휩쓸렸다. 54일 동안 가축 210만여 마리를 죽였다. 두 눈 시퍼렇게 뜬 생명을 생매장했다.

구제역은 2000년, 2002년에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월과 4월 경기와 인천에서 2차례나 발병했다. 1년 새 3번째 발병했으니 전혀 낯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처음 발병한 경북에선 공무원이 셋이나 숨졌고 여성 공무원은 유산까지 해 가며 사투를 벌였지만 18일 대구도 감염됐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2000년 3월 경기도 파주에서 의심신고가 있자 당시 농림부는 차관보를 현장으로 보내 반나절 만에 살처분을 끝냈고 백신접종까지 실시해 20여일 만에 구제역을 잡았다. 살처분 가축도 2천216마리에 불과했다.

2년 뒤 경기도 안성 등지서 또다시 구제역이 터졌지만 백신접종 없이 살처분 만으로 52일 만에 상황을 끝냈다. 그해 11월 청정국 지위도 회복했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은 210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을 생매장했지만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에 심각한 허점이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지난 6일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수십㎞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발병 40일이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나온 대책이란 것도 '설 연휴 대규모 이동에 대비하라'는 정도였다. 대통령이 방역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16일로, 50일이나 지난 뒤였다.

현 정권이 그토록 중시하는 '국격(國格)'을 지키고 싶었는지, 정부는 백신접종을 한 달 동안이나 미루며 '청정국'을 고집하더니 국내 돼지의 20%, 소 8% 이상을 죽이고 말았다. 구제역 발병국인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나서 바이러스 유입 매개체로 지목했던 안동의 축산농민들이 역학조사결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이번 구제역은 발병 경로조차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전 국토를 가축 공동묘지로 만들어 놓고, 설날 고향에도 못 가게 해 놓고, 가축을 학살해 국민 정서를 황폐화시켜 놓고, 2조 원에 이르는 매몰 보상비를 국민에게 떠넘겨 놓고도 정부는 한마디 사과조차 않고 있다.

천안함, 연평도에 이어 이제는 구제역까지, 경위도 파악 못하고, 대처도 제대로 못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고 국제사회에서 국격도 실추시킨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kkj99@busan.com
| 15면 | 입력시간: 2011-01-20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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