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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 조회수 : 1,444
작성일 : 2011-01-20 18:40:34
제가 나쁜딸년일까요?

제가 결혼하면서 거의 동시에 엄마가 하던 장사가 완전 엎어져서 엄마도 돈이 참 없으셨어요.

저는 당시 박사과정에 있는 남편과 결혼했구요
제가 버는 돈 150만원 월급가지고 살아야했었어요

엄마는 '이제 엄마 경제력 없으니 니가 한달에 30만원씩 보태라' 라고 당당히 말씀하셨죠.
당시 엄마나이는 54세셨네요.
제가 자식을 낳아보니 저같으면 제 몸 성하니 자식한테 손벌리진 않았을거 같단 생각이 자꾸 드네요.

결론적으로는 제가 돈을 드리진 않았어요.

그런데 54세 연세에 건강에도 전혀 문제 없으셨고
돈벌이 하나 없는 남자한테 시집가는 딸한테 30만원씩 내놓으라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물론 부모가 자식결혼비용을 대야하는 법은 없지만
저 엄마도움 하나도 안받고 모두 다 제 돈으로 결혼했구요
(애기가 길지만 엄마아빠 이혼하셨고 아빠한테 천만원 받았어요 나머진 제돈이구요)
엄마는 제 혼수비용에서 백만원짜리 한복을 해 입으셨어요.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지나고 나니 이것도 이해불가네요..
삼천이 채 안되는 돈 갖고 결혼했는데 그 와중에 백만원짜리 한복이 해 입고 싶었는지...

결혼하고 보름만에 애기가 생겨 이런저런 이유로 엄마가 원했던 돈을 드리지도 않았고 그 걸로 엄마가 더 말을 하지도 않으셨지만...
참... 서운한 생각이 들긴하네요..

서운한생각 갖는거.. 제가 나쁜딸년인가요?
IP : 64.203.xxx.20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친정엄마
    '11.1.20 6:51 PM (119.67.xxx.242)

    한푼 보태주지 않으시면서 백만원짜리 한복이 어떻게 입고싶으셨을까..란 의구심..
    능력없다고 월 30씩 달라는 어머니도 참..할말 없게 하시네요..전혀 나.쁜. 딸 아니예요..

  • 2. .
    '11.1.20 6:53 PM (121.166.xxx.3)

    아니요.. 222

    주변에서 보면 자식을 착취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기가 찹니다..
    그런 케이스들을 보면 낳기만 했지 심성은 부모 같지 않다는 생각이 솔직히 듭니다.
    저희 엄마는 현실적으로 자기 재산 쥐고 있을 것 쥐고 있으면서도, 나머지는 몸도 마음도 함께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퍼주세요..
    음식도 제가 차리기에 너무너무 편하게, 국도 1인분씩 락앤락에 싸주시고, 식혜도 직접 만들어주시고, 김치에 밑반찬에 쌀까지..
    저랑 엄마랑은 성격이 너무 안 맞아서 성장기에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저는 몽상가형 엄마는 현실형)

    요새 들어 엄마가 얼마나 고마운지 새삼 느끼게 되거든요. 난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눈물만 나요.
    그런데 제 친구 보면, 결혼할 때 집에 돈 안 내놓고 간다고 소리 버럭버럭 질렀다던 엄마를 가진 친구가 있어요.
    저희 시어머니도 그렇고, 저희 올케네 친정도 그렇고, 그렇게 자식에게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아주 떳떳하게 자식에게 돈 받아 가요.
    저는 자식 가져보니 이해가 안가요.. 참.. 자식이란게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저러고 싶을까, 싶네요.

    친정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얼마전에 TV를 보니, 자식에게 받은 돈을 하나도 쓰지 못하고 갖고 계신 할머니가 나오셨대요.
    자기는 따로 궂은일해서 돈을 버시구요.. 그래서 제작진이 할머니에게 왜 그돈은 안쓰시냐고 여쭤보니
    이 돈이 내 자식의 피와 살 같아서, 아니 피와 살이라서 못 쓴다고 하시더래요.

    에이구 참..

    원글님 서운한 생각 갖는거 나쁜 거 아닌 거 같아요..

  • 3. 그냥..
    '11.1.20 6:59 PM (125.178.xxx.198)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이런 엄마두 계셔요..

    딸이 어릴적 이혼한 엄마구요. 갖은 고생, 산전수전 겪은 딸이 스스로 돈 벌어 결혼하기 몇일 전, 엄마가 본인 한복 드라이값 먼저 냈으니 만원 달라구..(형편이 안좋아 엄마가 언니결혼식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을 예정이었어요. 뭐 엄마두 형편이 많이 좋은건 아니지만...)

    엄마가 이혼전 별거시절 (나 초등생)그래두 엄마집에 왔다 갔다 하던중 집에 오는 차비가 없자 토큰 하나 건네 주면서 아빠에게 꼭 받아 오라구..ㅜㅜ (아빠에게 돈 달라구 말 건네는 게 지옥자체였죠.그 사실 엄마두 알구요--;; 그때 주눅 들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나 지금 40대중반 )

  • 4. 원글
    '11.1.20 7:03 PM (64.203.xxx.205)

    더 재밌는건 제 동생이 저 결혼하기 몇 달 전에 결혼을 먼저했어요. 즉 그 때 입으셨던 한복이 있었는데 그게 맘에 안들어 다시 백만원 짜릴 해 입으셨단거죠..
    엄마가 옷태가 좋아서 옷욕심이 좀 있으시긴 해요... ㅠ.ㅠ
    참 아이러니 한것이..
    친정엄마가 또 음식이나 이런건 잘 해주십니다. 바리바리 싸주시고 그러죠...그런거 보면 또 에혀..하기도 하고... 맘이 왔다갔다해요..

    간추리자면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저는 무조건 엄마가 불쌍하고 엄마만 피해자고 그래서 내가 엄마를 지켜야한다고 삼십년을 살았는데 너무 신기한것이
    둘째딸을 낳고보니...
    삼십년동안 내 기억속에 숨어있던 갖가지 기억들이 막 나오는거예요.
    왜 아빠가 엄마에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가 이해가 가기까지 하더군요.

    한가지 에피소드 더 풀자면 저 제왕절게 하고 이틀째인지 삼일째인지.. 거동불편할때
    엄마가 저녁시간 바로 직전에 문화센터 영어강의 들어야한다고 가버리셨어요.
    전 저녁먹은 식판을 내놓아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 침대에서 내려 복도에 한손은 바 잡고 한손엔 식판잡고(산모식판이 또 무겁잖아요 국그릇도 다 사기그릇같은거구요)
    식판가져다 주는데 저만큼 거동이 불편해보이시는 할아버지가 제 식판받아서 가져다 주셨어요.

    나중에 알고보니(어찌저찌 알게되었어요) 엄마는 데이트하러 간 거였더군요
    제왕절개해서 거동불편한 딸 놔두고 엄마는 남자만나로 가고 싶었을까요..

    이런거 생각하면 또 울컥 합니다.

    약간 과장해서 엄마에게 이런저런 애기 다 퍼붓는 꿈을 정말 이틀에한번은 꾸는거 같아요.
    정신과치료나 상담치료 같은거..받아야 할까봐요..

    글고..
    저희엄마 제가 이런생각 하고있단거 아심..정말 기암하고 넘어가실거예요..
    당신이 세상에서 최고로 희생하고 자식만을 위해서 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시거든요..ㅠ.ㅠ

  • 5. 저희 엄마도
    '11.1.20 7:03 PM (203.232.xxx.3)

    한 푼 보태주시지 않으면서
    청담동 한복집에서 당신 한복 안 맞춰주면 결혼식 참석 안 하겠다고 하셨어요.
    맞춰 드렸습니다. 결혼식 오시라고 그런 게 아니고 엄마니까 한 벌 맞춰드리고 싶었으니까요.
    결혼할 때 엄마가 내게 주신 것은 쟁반 세트와 받짇고리 한 벌
    그것뿐이었습니다.
    제가 혼수 사는데 따라 오셔서 6개월 뒤 날잡은 여동생 방석이랑 이불까지 제 앞으로 결제시키시더군요. 동생이니 그냥 사 주었습니다.
    축의금 들어온 거 다 가져가시고...미안했던지..30만원 여행비에 보태라고 주시더군요.
    그 후..엄마 앞으로 들어오는 청첩장을 다 제게 주시며
    네가 받은 만큼 갚아야 하는 거니 돈 내라고 하셔서
    제가 드린 봉투 들고 엄마 지인들 결혼식에 가셨습니다.
    전..지금도 엄마 용돈 드립니다.
    적은 돈이지만 그것이나마 안 드리면 제 남편을 불러 뭐라 하시거든요.
    병원비도 때때로 드리고 명절 때도 돈 드립니다.
    그냥 내 마음 편코자 드립니다.
    병원비 나올 때마다 당당하게 저보고 얼마 이상을 내라시기에
    다른 형제랑 똑같이 내겠다고 했더니..몸져 누우셨습니다.
    유치원 참관..이런 건 꿈도 꾸지 않아요.
    제가 아이 키울 때도 대놓고 "네 아이는 못 봐 준다"하신 분이니까요.

  • 6. ..
    '11.1.20 7:29 PM (203.255.xxx.41)

    엄마한테서 이해못할 부분이 그런거예요. 자식을 인격으로 보지않고 보험으로 보는거죠 물론 시부모는 연금으로 보지만. 제 엄마는 제가 대학 다닐때 과외하면서 등록금하고 용돈 다하고 살았는데, 그거 안준다고 잔소리를 하셨어요. 지나고보니 지식에 대한 정이 없는 건 아닌거 같은데...뭐랄까, 평생 아빠가 해준 돈으로 살다가 아빠 돌아가시고 나니까 경제적인 자리를 자식이 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잉여인간적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그걸 저는 이해 못하는 거죠. 우리 아이 이렇게 이쁜데, 어떻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먹고 살만하니까 그런건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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