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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좀 들어주세요.

마음이 조회수 : 471
작성일 : 2011-01-20 12:40:36

남편이 두번째 자영업을 접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 5년을 했고, 2년간 무급여, 3년간은 불규칙적으로 100만원, 80만원, 또는 없거나 그러다가
제가 정리하자고 해서 가게 정리중입니다.
첫번째 자영업 정리하면서 한 푼도 남지 않았고 두번째 시작하면서 집 담보 대출 약 7천,
뒤에 자동차에 추가 대출 2천4백으로 약 1억 가까이 들었습니다.
정리하려고 보니 주어야할 빚들이 5천이 넘습니다.
가게 보증금과 권리금으로 어느정도 해결하고 나머지는 지금 집을 팔고 전세로 들어가면서 정리해야할 듯합니다.

다행히(?)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생활은 됩니다.
결혼 8년차이지만 그동안 남편의 일정한 수입을 받은 적 없이 혼자 꾸려왔기때문에
오히려 지금 정리하는게 나중에 더 많은 빚을 피할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마음 정리를 어렵게 했어요.
사실 남편은 천성적으로 매우 게을러서 가게를 하고 있음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노는 날이 많았지만
자존심이 세고 한 번 삐지면 말을 안하고 집안 분위기를 싸늘하게 해서
제속이 새까맣게 될지언정 밖으로 말을 꺼낸적은 없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집에서 TV, 컴퓨터, 스마트폰에만 빠져 삽니다.
친정엄마가 집에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시는데, 남편까지 챙겨주는건 둘째치고
새벽부터 밤까지 애새끼 떼놓고 자기 자식은 돈벌러 다니는데 (특히 이번 겨울은 추워서 더욱 안쓰러워 하셨죠)
사위는 집에서 자고 노니깐 친정엄마 속도 다 탔습니다.
  
어제 시아버지가 저녁에 만나자고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동안 너무 힘들때 시아버지께 전화드려 게으른 남편을 좀 어찌해볼까 어쩔까 고민을 했었어요.
그래서 전화가 반가웠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것도 말씀드리고 그래도 너무 걱정마시라고 다시 잘 살겠다고 말씀드리려고
좋은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첫번째 말씀이 시댁에 오면 표정 좀 밝게 해라였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동안 당신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셨는지 저한테 말씀하셨습니다.
결론은 내 아들이 지금 너무 힘들어한다. 내 아들 좀 붙들어다오. 하셨습니다.
부모의 직감이라는게 있는데, 이 놈이 딴 마음 먹을까봐 걱정되서 잠이 안온다 하셨습니다.
그 놈이 마음이 약해서 장사를 못하지만 너는 사람하나 잘 골랐다.
사람은 진국이다.
내 아들 좀 잘 부탁한다.
그리고 가게 정리할때 빚은 너와 내가 갚아보자.
내가 뭐하러 돈을 모았겠냐 다 이럴때 쓸려고 한거다. 너도 도와라.
(지난주 국세청 천만원 세금 쪽지가 날라와서 시아버지께서 천만원 대출 하셨다는 소리 남편한테 들었습니다.
그동안 자영업하면서 급하게 돈 필요할때 시아버지께는 손을 못벌리고
시어머니한테 빌린 돈이 있었는데, 그건 여유가 될때 제깍제깍 갚아온거 압니다.
반면 제가 대출해 준 돈은 기억도 못하더군요.)

보내드리고 집으로 오는 동안 꺼억꺼억 울음이 나서 차 안에서 한참 울었어요.
부모란 참 이기적이구나. 참 잔인하구나 싶었어요.
자식이랑 친구가 같이 뛰어가다 넘어졌는데, 같이 넘어진 친구한테 내 자식 좀 도와라고 할 수 있다니요.  
내가 도와줄테니 같이 잘 일어나라도 아니고..
그리고 웃으라니요.

집에 돌아와보니 큰애랑 TV 보다가 부시시 나온 남편 얼굴이 어찌나 밉던지요.
아마 하루종일 또 집에서 자다 놀다 한 것 같습니다.
눈도 안 맞췄습니다.

가슴에 돌덩이가 있는 것 같이 답답합니다.
어디 하소연할데도 없어서 여기다 다 푸네요. ㅠ.ㅠ


IP : 210.94.xxx.8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정말..
    '11.1.20 12:54 PM (203.244.xxx.254)

    위로해드리고 싶네요. 걍.. 해결되지 않는 이 상황에 그래도 아이 생각해서 힘내세요.

  • 2. 열심히
    '11.1.20 12:59 PM (152.99.xxx.7)

    잘 들어드렸어요.. 여기다 다 풀고 가세요...팽............
    정말 열받을만한 시아버님이세요.. 노인네 .정말.. 싫으네요.. 남편은 더 밉구..

  • 3. 그래서
    '11.1.20 1:08 PM (112.147.xxx.198)

    전 정리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이가 없었네요...
    아고...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글을 읽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사무실에서 조심조심 하고 있네요.
    도대체 게으르고 쥐뿔도 없는것들이 자존심은 무슨 자존심이랍니까.

    제가 전남편에게 한 말이 그거였네요.
    자존심이라는건, 지금, 마누라가 혼자 찬 새벽에 일하러 나가는데
    너는 컴앞에 안자 겜질하고 있는게 자존심 상하는 거다.
    나이먹고 할 일 없다지만 노가다판, 편의점, 택배, 공장... 맘먹고 일 하면 할 곳이 널렸다.
    결혼생활 4년동안 내내 그러고 살다가 결국 몸도 맘도 다 상해서 나왔네요.
    날 봐서 한번만 더 참으라던 시어머니.
    결국 짐싸서 나오는 날 다신 너 보고싶지 않다고 섭섭해 하시는걸 보고
    그래. 나가길 잘 했다. 생각했지요.

    힘내세요.

  • 4. 토닥토닥
    '11.1.20 2:53 PM (118.34.xxx.147)

    일단 위로부터 해드릴게요. 같은 입장으로서...
    결혼생활 13년동안 내가 겪은 일과 많이 비슷하시네요.

    사람이 변하는건 참 힘들어요.
    무기력한 생활을 할수록 사람만 망가져가구요.
    죽음으로 다른 사람을 협박할 수 있을 정도로...ㅠㅠ
    시댁도 갈수록 당신 아들을 며느리한테 떠넘기게 되구요.
    (사람 다 그렇지요. 눈에 안보이니 잊어버리고 싶은거지요.)

    아들한테 아버지가 꼭 필요하다싶어서 꼭 참았지만...
    요즘은 그래요.
    아버지(남자)로서의 역할모델이 될 수 없는 아빠!
    오히려 나쁜 역할모델이 되어주는 아빠가 꼭 필요한건가???하는 의문이요.
    내가 강하게 나가야할 때 강하게 나갔다면 지금도 이 모양일까???하는 의문도 들어요.

    남이 사정도 잘 모르고, 내 코가 석자라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할 처지도 안되지만...
    잘 생각하세요. 너무 무르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입장 정리 잘 하시고 때론 강하게...때론 약하게...
    안 겪은 사람은 절대 모르지요. 그 버거움을...

    살며살며 느끼는건...정말 사람 변하는거 힘들다는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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